옷 입는 소비자의 한 의문

작은 인권이야기[56] 배여진l승인2008.10.0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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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행사로 값싸게 팔리는 저 옷은 누가 만들었을까?

옷에는 낯선 상표만이 달려있다. 낯선 상표 회사의 사장이 실매듭을 지었을까? 수북이 쌓여있는 옷감 앞에 화장실도 제때 가지 못한 채 재봉틀 앞에 허리 숙여 있었을까? 누가 이토록 싸고 예쁜 옷들을 만들어냈을까?

어디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는 제3세계 노동자들은 어떤 옷을 입고 있을까? 이 옷들을 우리가 입고 있을 때, 이 옷을 만들던 노동자들은 뭘 하고 있을까? 시들어버린 야채처럼 쓰러져 자고 있을까, 아님 하얀 형광등 아래 시린 눈·졸린 눈 비비며 재봉틀 앞에 앉아있을까?

박정희가 우리나라의 경제를 살린 거라고 한다.

외국으로 수출하던 그 많은 옷들, 누가 만들었을까? 박정희가 만들었을까? 공장 안 공기의 반을 차지하던 먼지를 마신 건 누구였을까? “근로기준법을 준수해라”고 외치던 전태일은 어디로 갔을까? 오는 졸음 쫒아내려고 타이밍을 먹던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불과 몇십년 전, 우리의 핏방울 찍힌 재봉틀로 일군 땀방울의 옷을 입은 사람들은 이 옷을 만든 사람들을 떠올려봤을까?

바로 지금, 1+1 행사가로 팔려나가고 있는 옷 뒤에, 값이 싼 옷만큼 값싼 노동력의 대가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고 있을까?

매장을 한가득 매우며 찬란하게 빛나는 ‘신상’들. 그 ‘신상’의 위에 고단한 노동자의 손길은 어디에 있을까?

그 옷들을 입을 때마다 우리는 참 예뻐 보인다. 그런데 이 옷은 어떻게 만들어진걸까? 그렇게 많은 옷들 그렇게 많은 의문들.

브레히트의 시 ‘어느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 응용해보았다. 사지 않는 게 더 손해일 정도로 싼 값에 팔리고 있는 옷들이 즐비하다. 일명 ‘패스트 패션’의 열풍은, 값이 싼 옷을 구입하여 입고, 질리거나 헤지면 쉽게 버리고, 또 다른 싼 옷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유행과 멋에 예민한 요즘 그 열풍이 상당하다. 하지만 저 옷들이 저렇게 쌀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번 짚고 넘어가면 좋겠다. 값 싼 옷은 그만큼 값 싼 노동력에 근거한다. 노동자들은 눈 밑이 퀭하도록 일했어도 금방 입고 금방 버려지는 옷처럼 버려진다.

나 역시 버는 돈이 넉넉하지 않아 싼 옷을 구입할 수밖에 없지만, 사면서도 뒤끝이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 가까운 이들은 나더러 ‘왜 그리 피곤하게 사니’라고 하지만, 우리의 고의적인 무심함이 그/녀들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배여진 천주교 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

배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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