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분쟁 조정위원회가 광운대, 상지대, 세종대, 조선대 등 4개 대학의 정이사 체제 전환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임시이사 재파견을 추진해 제동을 걸고 나서 논란이 촉발되고 있다. 급기야 ‘부패재단 복귀저지와 학교정상화를 위한 임시이사파견학교 공동대책위 소속 교수 및 학생들이 지난 2일 서울 수성동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앞에서 ‘교과부의 임시이사 파견 음모 중단과 사학분쟁조정위의 정이사 조속 선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교과부의 이런 태도가 부정부패로 물러난 옛 재단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사학분쟁 조정위원회 위원은 대통령 추천 3명, 국회 추천 3명, 대법원장 추천 5명 등 11명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학분쟁 조정위는 이들 대학의 정상화 여부를 판단해 결정하고, 정이사 명단을 심의해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사학분쟁 조정위는 최근 지난달 4일 제19차 정기회의에서 4개 대학을 정이사 체제로 전환시키기로 결정해 각론 심의만 남았다고 밝힌바 있다. 사학분쟁 조정위는 지난 4월까지 조선·상지·광운·세종대 등 4개 대학으로부터 정이사 선임 방안 등을 받아 사학분쟁 조정위에 제출해 심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교과부가 나서 이를 막고 나선 배경이 의심스럽다. 교과부가 지난달 24일 강원도와 광주 등에 ‘법인에 파견할 임시이사를 세 명씩 추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또 교과부 관계자들이 제20차 사학분쟁 조정위원회 정기회의에 참석해 4개 대학에 일단 임시이사를 파견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냈다가 회의장에서 내몰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이들 분규대학이 갈등이 깊어 조정이 어렵기 때문에 임시이사를 파견한 뒤 정이사 체제 문제를 더 깊이 논의하라는 의미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월권행위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사학법 20조에는 교과부가 임시이사 선임 건을 상정하려면 사학분쟁 조정위와 사전에 논의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이제 진실은 확연히 밝혀지고 있다. 정부가 과거 부패재단에게 복귀 명분의 일말의 빌미를 주려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부의 외압을 마지막 사학 양심의 보루인 사학분쟁조정위가 막아야 한다. 사학분쟁조정위는 그동안 40여개 임시이사 학교에서 4개 대학을 제외하고는 심의를 거쳐 결정을 내렸다. 사학분쟁조정위가 결정적인 순간에 양심을 닫고 진실을 외면하고 우유부단하게 결정을 미뤄서는 안된다. 그것은 비리사학을 단죄하자는 역사적 소임을 저버리는 행위가 될 것이다.

앞으로 대학이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살아남아 지역의 경제 사회 문화 발전을 이끌기 위해서는 임시이사가 아닌 정이사 체제 대학이 되어야 한다. 더구나 사학비리 주체가 아직도 희망을 갖고 대학의 제구실을 방해하려는 것을 묵과한다면 이는 교육백년대계를 일순간에 허물어뜨리는 우를 범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분규 4개 대학에 대한 임시이사 파견방침을 철회해야 한다. 대학이 정상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정이사를 파견해서 진리탐구를 위한 전당을 온전히 갖추도록 도와야 한다. 4개 대학에 임시이사를 파견하겠다는 것은 모두가 소망하는 민주시민대학에 오점을 남기고 이 나라 교육발전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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