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의 생태와 평화적 의미

박진영 국립생태원 보호지역연구팀장l승인2022.01.1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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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5일 광복, 계속된 냉전. 1948년 미국, 소련의 지원을 받는 두개의 적대적 정부 수립.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발발. 한반도의 남북전쟁은 국제적 양상을 띠었고,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문이 체결되어 1,292개의 말뚝이 동서로 늘어서며 군사분계선이 확정되었다. 한반도 비무장지대, 즉 DMZ는 남북이 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각각 2킬로미터씩 후퇴함으로써 만들어진 것이다. 1953년 이후 70여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DMZ는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DMZ 생태계 조사는 2008년 파주, 연천 등 서부지역과 2009년 철원, 화천 등 중부지역의 23개 경로에 대해 진행됐다. 단 3회의 조사를 통해 멸종위기종 20종을 포함, 총 877종의 동·식물을 확인했는데, 이는 정부의 여러 기관에서 벌여온 일시적 조사가 아닌 DMZ에 대한 정밀조사의 결과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2010년 이후에는 천안함사건 등 남북관계 경색으로 DMZ 내부 생태계 조사가 중단되었다가 2021년, 13년 만에 동부지역에 대한 조사를 재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국립생태원에서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문헌과 현장조사를 통해 드러난 DMZ 생태계의 가치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DMZ는 인간접근, 개발행위의 차단 및 산불 같은 특수한 환경조건에 의해 형성된 독특한 생태계이자 산악, 초지, 내륙습지, 담수, 해양생태계가 공존하는 복합 생태계로, 한반도 원형 경관과 지형을 그대로 지녀 보전가치가 높다. 멸종위기종 및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로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며 자연 생태계 회복과정을 보여주는 생태학 실험장이기도 한 DMZ는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핵심 생태축으로서 문화유산과 역사 문화자원 역시 폭넓게 분포하고 있으며 세계 유일의 분단지역으로서 상징성도 지닌다.

무엇보다도 DMZ의 핵심가치는 70여년 동안 스스로 회복된 자연생태계라는 데 있다. 중위도 온대지역은 기후가 따뜻해 전세계적으로 인구밀집도가 높고, 개발에 의해 자연생태계가 많이 파괴되었다. 이에 비해 DMZ는 체르노빌(1986), 후꾸시마(2011) 등 원전사고로 인한 파괴 지역보다도 더 오랫동안 인간의 출입이 금지되면서 중위도의 자연환경을 보존해온 유일한 지역으로서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급속 성장국가의 미개발지역이 스스로 회복된 생태계를 통해 전쟁의 상징에서 평화·생명의 상징으로 변화한 것이다. 더욱이 독일이 통일 과정에서 생태계를 온전히 보전하지 못한 사례가 있는 만큼, 한반도 DMZ 생태계의 온전한 보전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높다.

DMZ의 서부지역(파주, 연천)은 자연적 산불 혹은 군 작전상 사계청소를 위한 인위적 산불 등에 의해 초지가 넓게 형성되고 과거 이용한 논 등이 묵논이나 습지로 바뀌어 전형적인 저해발 구릉지대가 형성된 것이 특징이다. DMZ 중부지역(철원, 화천)은 대표적인 평야지대로 화산지형의 학술적 가치가 높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전세계 개체군 중 약 50%가 월동하고, 남한에서 유일한 사향노루 서식지이자 산양 등 멸종위기종의 중요한 서식지이기도 하다. DMZ 동부지역(양구, 인제, 고성)은 해안과 산악, 하천 등 다양한 생태계가 분포해 생물다양성이 우수한 지역이며, 특히 남방계, 북방계 식물이 혼재하고 산양, 반달가슴곰 등 멸종위기종도 서식한다.

또한 1950년부터 2018년까지의 DMZ 위성영상 분석 결과를 보면 초지, 습지 면적은 1950년과 유사한데 농경지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묵논, 습지 등 다른 형태로 변화하고 침엽수림, 혼효림은 증가, 감소를 반복하여, 전쟁으로 인한 파괴 후 DMZ 생태계가 스스로 회복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DMZ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은 군인의 목격담 및 연구자의 추정으로만 존재를 짐작했으나, 2018년 DMZ 무인생태관찰장비에 새끼곰이 포착되고 그 이후 성체 곰도 연속해서 확인됨으로써 DMZ에서 토종 야생 반달가슴곰의 번식과 안정적인 서식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또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두루미와 사향노루는 DMZ와 민통선 이북지역이 아니었다면 우리나라에서, 넓게는 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는 종으로, DMZ가 멸종위기종의 마지막 피난처가 되고 있다는 것도 명백하다.

국토면적의 1.5%에 해당하는 DMZ와 민통선 이북지역에서 1974년부터 2020년까지 확인된 생물종은 총 6,373종으로 남한에 기록된 종의 23.7%이며, 멸종위기종은 102종으로 38.2%에 해당된다. 특히 민통선 이북지역에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확인된 생물종은 멸종위기종 44종 포함 총 4,315종이며, 39개 조사경로 중 12개 경로가 생태우수지역으로서 DMZ와 함께 보호해야 할 지역임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그간 여러 부처에서 다양하게 만들어낸 DMZ와 민통선 이북지역에 대한 정책들은 생태·보전이라는 단어가 항상 포함된 것이 무색하게 보전보다는 남북 공동경제 활성화, 지역균형 발전 등 각종 개발·건설 사업을 추진하려 해 DMZ 일원 난개발 및 DMZ 생태계의 심각한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DMZ와 연결된 생태계이며, 완충지역으로 대형 포유류에게 핵심지역인 민통선 이북지역은 국방개혁을 통한 군부대의 철수, 유휴지 발생, 민간인통제선 해제 등으로 인한 난개발 위험에 처해 있다. 위성영상 토지피복 변화에서도 시가화(市街化) 건조지역, 즉 거주지 조성 등 인간 활동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면적이 DMZ에 비해 민통선 이북지역에서 약 5.2배 이상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보존’(preservation)과 ‘보전’(conservation)은 다르다. 보존은 구조적 특징에 중점을 두어 그대로 존속시키도록 보호하는 것을 뜻하고, 보전은 기능적 특징의 보호에 무게를 두고 어떤 것이 지닌 고유의 역할 또는 무형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생물다양성의 보전은 이를 구성하는 생물종들의 보존을 전제로 이루어질 때 더욱 증대될 수 있으며, 생태계는 이러한 생물다양성이 먹이그물처럼 네트워크화 되어 있을 때 더 안정적이다. DMZ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70여년 동안 스스로 회복해 지켜온 생물다양성을 기준 없이 훼손, 단절, 파괴시킨다면 다시 회복하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최근 수사로 자주 사용되는 ‘지속가능한’ 또는 ‘현명한’ 이용, ‘자연과의 공존’은 각각의 고유성을 잘 보존하면서 이들을 보전해갈 때 실제로 가능할 것이다.

DMZ에는 확인되지 않은 생물종을 비롯하여 아직 많은 자산이 있다. 이들을 충분히 연구하고 가치를 확인한 이후에 DMZ의 미래에 대해 더 깊이 논의해야 한다. 지금은 DMZ의 보전을 위해 먼저 보존을 확인하는 숙제가 우선이다. 이 숙제를 외부적 환경 변화와 상관없이 남과 북이 함께할 수 있다면 우리는 하나의 통일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한반도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평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일들이 선행될 수 있도록 우리는 DMZ에 개발의 논리가 앞서지 않도록 지지하여야 하며, DMZ처럼 민통선 이북지역의 생태계의 적극적인 보전을 위한 지지 역시 필요하다. 2022년에는 DMZ 일원의 보존과 보전을 위해 다함께 적극적인 DMZ 생태 지지자가 되어보면 어떨까.

박진영 국립생태원 보호지역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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