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기반해법’ 허구성·위험성 지적 보고서 발간

환경연합, 국문 번역본 발표 양병철 기자l승인2022.01.1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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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환경보전 단체, 일부 기업과 정부를 중심으로 ‘자연기반해법’을 기후위기의 해법으로 무분별하게 장려

광범위하고 모호한 정의로 정부와 기업의 배출량 증가 은폐 그린워싱 및 생물다양성 훼손 사업에 기여하는 사례 증가

기후위기 해결 위해 화석연료 추출 및 사용 중단, 기업의 배출량 원천 감축, 지역사회 기반 에너지 전환·산림관리·농생태학 등의 해결책 추진 이뤄져야

▲ (사진=환경운동연합)

지난해 10월 국제 환경단체 지구의 벗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앞두고 ‘자연기반해법(Nature Based Solutions)’의 허구성과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는 보고서「Nature Based Solutions: a wolf in sheep’s clothing」를 발간했다.

19일 지구의 벗 한국 회원 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은 자연기반해법이 기후위기 해결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없으며, 정부와 기업의 화석연료 배출량 증가를 은폐하고 그린워싱하는 데 일조한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보고서 국문 번역본을 발표했다.

자연기반해법은 지난 수년간 기후와 생물다양성 논의에서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지만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합의한 정의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제시한 정의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IUCN은 자연기반해법을 ‘인류의 복지와 생물다양성 편익을 제공하는 동시에 효과적이고 순응적으로 사회문제를 다루는 자연 본연 또는 변형된 생태계를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을 하는 행동들’로 정의한다.

이처럼 기존 정의가 매우 광범위하고 모호해서 생태계 회복에 꼭 필요한 이탄지 복원에서 해로운 관행으로 이루어지는 단일종 식재나 산업형 농업까지 거의 대부분의 자연환경보전·개발 관련 사업을 아우른다.

일부 대기업과 정부는 자연기반해법의 일환으로 대규모 나무심기와 같은 사업에 투자하면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산업형 농업, 화석연료 추출, 자연자원 착취 사업 등을 계속 확장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자연기반해법은 탄소배출 문제의 원천적 해결과 생물다양성 손실의 근본적 조치를 차단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초국적 석유기업 쉘(Shell)의 기후계획에는 ‘자연기반해법의 광범위한 확대’가 중요하게 추가되었는데, 여기에는 브라질의 국토 면적에 달하는 지역에 나무를 심는 계획이 포함됐다. 이탈리아의 화석연료 대기업 에니(Eni)는 산림보존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3천만톤의 탄소를 상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쉘과 에니 모두 자사의 기후계획에 화석연료 생산의 유의미한 축소를 포함하지 않았다.

한편 스위스 식품 대기업 네슬레(Nestle)는 2020년에서 2030년까지 유제품, 축산품, 상품작물의 공급이 68%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자연기반해법을 통해 배출량을 상쇄하겠다고 밝혔다.

자연기반해법을 옹호하는 이들은 자연기반해법을 통해 2030년까지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배출의 37%까지 저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호주 면적에 달하는 약 7억 헥타르의 땅에 대규모 나무심기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 지구의 벗은 이와 같은 대규모 조림사업이 농민과 지역사회의 토지를 빼앗고 야생동물의 서식처를 파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한 자연기반해법이 농생태학이나 지역사회 산림관리와 같이 자연에 가까운 농업 접근법을 실천하는 사회·농민 운동을 차용하고 부패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자연기반해법은 플랜테이션 농업과 유전자 조작 작물을 사용한 기술·자본 집약적 산업형 농업을 정당화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국문 번역본 내용 감수에 참여한 서울환경연합 최진우 생태도시전문위원은 “자연기반해법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인위적으로 줄일 때만 효과적이며, 다른 부문에서 완화 조치를 지연시키는 데 사용하면 안 된다”고 밝히며 “탄소저장고인 산림, 습지, 갯벌, 농지의 손실을 중단하고 훼손된 땅을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야생지역으로 복원하며, 토양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향으로 자연기반해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 김혜린 국제연대 담당 활동가는 “자연기반해법은 REDD+(개도국 산림파괴 방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활동) 사업을 뒷받침 하는데 적극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REDD+는 숲을 지키고 배출을 저감하는데 큰 효과를 내지 못하며, 여러 환경·인권 단체로부터 ‘토지강탈과 자원추출을 부추기는 기후위기에 대한 잘못된 해법’이라고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자연기반해법이란 미명 아래 REDD+와 같은 문제적인 사업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무분별하게 반영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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