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8.10.1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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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영국의 유명한 역사학자 E. H. 카는 동명의 저서에서 “역사는 역사가가 몸담고 있는 사회와 시대를 반영하고 역사 해석은 불변의 객관적 사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가 그 사실을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혀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승자의 기록은 객관적 사실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일까. 이명박 정부는 역사교과서를 수정하겠다고 나섰다. 대선과 총선에서 승리했으니까, ‘승자의 기록’인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관에 맞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자신들 집권의 정당성을 내세우는 방향으로 역사를 바꾸면 영구 집권할 수 있다는 착각 때문일 것이다.대한민국의 역사를 건국 50년으로 한정하고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겠다는 천박한 역사의식의 소유자들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의 자칭 ‘대안교과서’ 나온 뒤 국방부, 통일부 등 정부 부처는 물론 상공회의소와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마저 역사교과서의 수정에 동조하고 나섰다. 이제는 한나라당이 앞장서 다음 학기부터 개편 교과서를 사용하자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첫 테이프는 교과서포럼이 끊었다. 교과서포럼은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31개 항목 56개 표현에서 좌편향돼 있다"며 "내년도에 발행되는 개정판에 수정될 수 있도록 교과부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뒤질세라 정부 부처와 민간단체들도 가세했다. 통일부는 교과서 6종의 58개 부분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햇볕정책'이라는 용어를 '화해협력 정책'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햇볕정책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인 화해 협력 정책의 별칭이기 때문이란다. 국방부는 제주 4.3사건을 ‘남로당이 지시한 대규모 좌익 반란사건'으로 고칠 것을 요구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역사교과서 수정 로드맵을 제시했다.

상공회의소도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했다'는 표현을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에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로 바꾸라고 요구했다.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은 좌편향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않도록 요구했고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편향된 이념을 담은 역사교과서의 채택을 막겠다고 다짐했다. 한나라당은 정부에 역사교과서의 수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역사교과서의 개정을 위해 정부와 민간, 여당이 삼각공조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요구는 한 마디로 미군정을 비롯해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전직 대통령들을 미화하고 미국을 칭송하는 측면으로 근현대사를 서술하자는 것이다. 독재자 이승만을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로 만들고, 철권통치로 국민의 인권을 유린한 박정희와 전두환을 산업화를 이끈 영도자로 모시려고 한다. 이들 중에는 ‘국부 이승만을 부정하면 빨갱이’라는 극단론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에 대해 역사학계와 교사들과 교육, 역사관련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역사교육학회 등 21개 역사학회는 "교과서의 편향성을 주장하는 일부 단체의 입장은 역사학자는 물론 국민도 납득하기 어려운 한국사 정체성론과 식민지 근대화론 등 친일과 독재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족문제연구소 등 39개 단체들은 지난 9일 “정부는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한 역사교과서 수정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정부의 역사교과서 수정시도에 공동 대응키로 했다.

역사교과서의 수정 방침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예고됐다. 이 대통령은 제주 4.3사건 추모행사에 불참했고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행사 참석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나아가 8.15를 광복절이 아니라 건국절로 바꾸자는 법안도 제출됐다. 이 대통령은 과거사 보다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지금의 한일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

역사적 사실 중에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건 자유지만 과거로부터 잉태되어온 오늘의 현실까지 바꿀 수는 없다. 잘못된 역사 인식으로 현실정치를 풀어가려 한다면 더 큰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역사적 사실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확대 해석하는 건 역사 왜곡이다. 일본의 후쇼샤 교과서가 문제되는 것은 축소와 확대 해석 때문이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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