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면 아프지 말아야 하는 세상

위기진단서와 건강관리서의 함수 이우희l승인2008.10.13 12:00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우울한 세상사 “서점구경이 최고”

마음이 울적해서 서점을 찾았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 왜 나는 우울했으며 우울한 것과 책은 또 무슨 상관일까?

독서의 계절 들어 책은 더욱 안 나가고, 선본 아가씨와는 연락도 끊겼다. ‘금융위기다, 아니다. 오해다’ 하며 세상은 온통 난리에 시골의 모친마저 심장 수술을 받고 입원중이다. 온종일 우울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이 편할 수는 없다.

그리고 우울과 서점의 관계는 이렇다. 요즘 세상에 돈 안 들이고 혼자 놀기에는 서점만 한 곳이 없다. 일단 시간 가는 줄을 모르니 우울이든 뭐든 생각 자체가 없다. 그래서 서점에 한번 들르게 되면 두세 시간은 기본이다. 오래전에 외국 도서전에 참가했을 때에는 서점 문 열고 닫을 때까지 연 이틀을 서점에서 죽친 적도 있다.

책 한 권 한 권에는 저마다의 세상이 담겨 있다. 빠져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역사, 문학, 경제경영 외에도 스릴러, 멜로, 감동과 유머 등 세상의 웬만한 장르는 다 있다. 이렇듯 우울한 날에는 서점이 제격인데, 단 충동구매는 자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우울한 책들’에게는 가급적 눈길을 주지 않는 게 좋다.

우울한 세상이 우울한 책을

개인적으로 좋은 책의 기준 중 하나는 ‘양손에 오래도록 펼쳐져 있어야 하고 10번의 이사에도 살아남는 책’이다. 주머니사정도 있거니와 이 기준에 맞추기 위해 꼼꼼하게 살피고, 도서정가 대비 제작원가까지 가늠한 다음에야 책을 사는 편이다.

그날은 어렵지 않게 2권의 책을 고를 수 있었다. 요즘 들어 역술, 관상 쪽으로 끌리는 탓도 있어 허영만의 <꼴 : 얼굴을 보고 마음을 읽는다>와 자자한 평판을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에 <그날 밤의 거짓말>(제수알도 부팔리노, 이레)로 정했다. 그러고 나서 느긋하게 서점을 돌아보는데, 서점 한쪽에 ‘우울한 책들’이 무더기로 있는 게 아닌가!

<위기의 한국경제>(김광수경제연구소, 휴먼앤북스), <세계대공황, 80년 전에도 이렇게 시작했다>(진 스마일리, 지상사), <부동산 대폭락의 시대가 온다>(선대인·심영철, 한국경제신문사) 따위가 그것이다.

딱히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렵다고 우울한 게 아니다. 우울한 세상이 우울한 책들을 내놓게 하는 것이니 책의 잘못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들이 우울했던 것은, 책을 보는 순간 ‘가난하면 아프지도 말아야 되는 세상’이 오는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전날 책 판매현황보다 주가와 환율(개인적으로 주식이나 펀드를 하는 것도 아니다), 경제 관련 뉴스, 다음 아고라부터 먼저 살핀다. 잃어버렸다던 지난 10년 동안 책 만들면서 이런 적은 없었다. 책 만들기에도 바빠 죽겠는데, 나 아니면 세상, 둘 중 하나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내 건강 내가 챙기기

그런 뜻에서 올겨울이나 내년, 혹시 모를 일이니 ‘아프지 않는’ 데 도움이 되는 책 두 권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금연 책 <STOP! SMOKING>(알렌 카, 한언).

이 책을 다 읽으면 정말 담배를 끊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절반만 읽고 덮은 책이다. 책 중반까지 읽는데 담배를 끊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샘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33년 동안 하루 네 갑씩 피우는 헤비 스모커로 온갖 금연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한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마침내 전 세계의 흡연자들이 기다리고 기다렸던 ‘손쉬운 금연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역자 역시 책 번역 후에 담배를 끊을 수 있었다고 한다. 언젠가 담배를 끊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나 또한 이 책부터 마저 읽을 것이다.

두 번째 책은, 일본에서 100만 부 이상 팔려서 이 책 때문에 일본인들 평균수명이 아주 조금은 늘지 않을까 하고 은근히 샘이 났던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신야 히로미, 이아소). 평소 건강이 좋은 편이 아닌 우리 출판사 사장님께도 읽어 보시라고 권했던 책인 만큼 모두들 믿음을 가지시라.

저자는 더스틴 호프만, 손정의 등 유명인들의 주치의이자, 미국과 일본에서 30만 명 이상의 위장을 들여다보며 연구한 바 있는 외과의사다. 그가 치료한 암 환자의 재발률은 0%, 35년 전에는 대장내시경으로 폴립(직장 내 종기. 암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을 제거하는 기술을 가진 세상에서 유일한 의사였다고 한다.

사회병리는 어떻게 치유할까?

이 책은 녹차가 몸에 좋다느니 우유가 좋다느니 하며 어느 한 부분을 강조한 잘못된 건강 상식이 현대병의 원인이 됨을 지적하면서 식습관의 일대 개혁을 촉구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식사법은 ‘미라클 엔자임’(체내 효소의 원형이 되는 효소)을 최대한 보충하고, 낭비하지 않는 식습관이다. 이 외에도 식사하기 한 시간 전에 물을 마신다, 5분간 짧은 잠을 잔다, 항암제로 암이 낫지 않는 이유 등 평범하지만 한번쯤 꼭 짚어봐야 할 물음들을 쉽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이우희 두리미디어 편집장

이우희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희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아 02638  |  등록일자 : 2013년 5월 8일  |  회장 : 이정우  |  발행인 : 설동본  |  편집인 : 강상헌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