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일 칼럼] 지금 우리 학교는 이미 지옥은 아니었을까

재미와 긴장감안에 담긴 슬픈 한국사회 청소년들의 자화상 이영일 객원칼럼위원l승인2022.02.0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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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 학교는’이 K-좀비 신드롬을 일으키며 전 세계에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아래 지우학)’이 대박 사건을 터뜨렸다. ‘K-좀비 신드롬’을 일으키며 넷플릭스 TOP 10 1위로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를 상대로 인기몰이 점령중인데 넷플릭스에 따르면 1월 28일부터 30일까지 영어·비영어 시리즈를 통틀어 1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시청했을 것으로 보지만, 이 드라마는 잘 만들어진 흥행 드라마이면서 동시에 학교폭력과 차별, 기성세대들의 이기심과 사회의 모순이라는 현실 고발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보는 내내 재미와 더불어 가슴 아픈 안타까움이 진하게 베어난다.

 

'흥행성'과 '학내 청소년문제', '사회 모순' 절묘히 담아

같은 이름의 인기 웹툰을 드라마화한 `지우학‘은 학교폭력과 왕따로 고통스러워 하는 아들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좌절하게 되는 과학교사 이병찬이, 쥐에게서 추출해 만들어낸 분노 바이러스가 학교로부터 퍼져 학생과 시민들이 좀비로 변하는 현실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청소년들이 중심이 된 이야기다.

좀비가 학교에 퍼져 학생들이 다 좀비가 된다는 내용이 조금 황당무개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총 12편의 이야기중에 단 1편만 보아도 그런 생각은 금새 사라진다. 스토리는 물론이거니와 배우들의 연기와 분장, CG가 어우러져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그야말로 역대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피 튀기는 잔인한 장면이 적지 않고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의 욕설이 여과없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 눈과 귀가 거슬린다는 사람들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지우학’을 온전히 폭력성 높은 오락 드라마로 보아지지 않는 것은 학내 문제와 모순된 사회의 이기심을 지적하는 사회메시지에 시선이 꽂히기 때문이다.

좀비가 퍼진 것은 학교이지만 좀비를 불러온 것은 학교폭력을 알고도 외면하고 모르면서 알려고 하지 않는 ‘학교’에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학교폭력을 방조하는 교사, 학교평가를 잘 받기 위해 피해 학생을 보호하지 않는 학교장의 모습은 드라마에만 나오는 모습은 아니기에 더 감정이 이입된다. '좀비가 아니었어도 이미 학교가 피해 학생들에게는 지옥이었다'는 부분에서는 분노마저 일으킨다.

공부를 못하면, 운동을 못하면 대학을 가지 못하고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현실, 친구들과도 오직 지상최대의 과제인 대학을 위해 서로 불신하고 미워하며 갈등해야 하는 학교는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낸 기형적 산물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 '지금 우리 학교는'의 한 장면. ⓒ 넷플릭스

 

과연 학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우리 사회는 청소년을 진정으로 위할까

‘지우학’에서는 이기적이고 편협하고 무능력한 어른들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청소년을 기생수(기초수급생활자)라 부르며 통행을 막는 차별과 폭력이 엄연히 이 사회에 존재하는 이기적 현실앞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구조 요청에도 아무도 오지 않는 모습속에서는 흡사 세월호의 모습마저 보인다. 게다가 도시의 모든 인터넷과 전화를 차단하고선 결국 도시마저 봉쇄로 일관하는 정부의 모습은 무기력하고 무능한 사회를 고발하는 메시지를 충분히 담고 있다.

‘지우학’은 분명 잘 만들어진 상업적 흥행물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그냥 재미로 보아 넘기기에는 이 내용에 담긴 시사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더 노력하지 않았던 청소년 보호와 인권적 사회 시스템을 이 드라마는 비겁하게 에둘러 이야기하지 않고 시청자들과 사회에 정면으로 이야기한다.

과연 학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어른들은 청소년을 진정으로 위하는가. 정부는 청소년을 어떻게 보호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돌아보아야 한다.

▲ '지금 우리 학교에서는'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우리 사회는 어린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청소년을 늘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치켜 세우면서도 정작 이 시대에는 주인공이 아닌 쥐 취급을 해 온 것은 아닌지 말이다.

지금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금 학교는 어떤 청소년에게는 이미 지옥이 아닌지, 우리 사회는 이미 좀비같은 사회는 아닌 것인지, 우리는 청소년들 앞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드라마속에서 관심과 사랑이라는 바이러스를 찾아내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몫일수도 있다.

이영일 객원칼럼위원  ngo2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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