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기후변화 종합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이 우리 사회를 기후변화가 일으킬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까? 대책의 핵심은 2012년까지 원자력발전, 박막태양전지, 대형풍력발전기 등에 대한 연구개발을 통해 기후친화사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원자력산업’ 육성과 ‘글로벌 물관리 전문기업’ 육성 부분을 읽다보면 이 문서가 기후변화 대응계획이 맞나 싶어 표지를 다시 들춰보게 된다. 기후변화대응방안인지 산업육성방안지 헷갈린다. 아니나 다를까 기후변화종합대책은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22개 신성장산업과 고스란히 겹친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정부와 기업, 국민들의 목표와 역할 부문은 뒷전이다. 기후변화라는 자연재앙도 철저히 경제적인 이익을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성장을 위한 ‘기회’ 이전에 인류가 직면한 크나큰 ‘위기’이다. 이미 농부들은 24절기에 맞춰 농사를 짓지 못하고, 동해안에서 명태가 사라졌다. 제주 명물 한라봉은 고흥과 거제에서 재배되고 있다. 뒷동산에는 알록달록 이름 모를 동남아시아의 새들이 등장했고, 중국에서 날아온 주홍날개꽃 매미의 습격은 두렵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후변화가 가져올 자연재해, 농수산물 작황 피해, 병해충 확산, 건강영향, 해안 침수와 같은 위협에 대한 대비책을 지나치게 소홀히 다루고 있다. 기후변화 적응 대책은 빠져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화석연료에 의존한 인간의 과도한 경제활동으로 발생했다. 에너지원의 변화나 기술개발로만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의 지속가능한 변화를 요구한다. 그러나 정부의 에너지계획은 국민 1인당 에너지소비량이 2005년 4.43TOE에서 2030년 6.18TOE로 오히려 늘어난다고 밝히고 있다. 저탄소 사회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생산도 확대하지만 더불어 에너지 소비가 더욱 증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에너지소비에 대한 욕망자체를 줄이지 못하면 우리는 저탄소 사회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가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산업과 경제, 삶의 양식 전반에 대한 반성이다. 그것이 재생에너지 투자확대 보다 우선이다. 새만금 삼보일배를 했던 수경스님과 문규현 신부님이 다시 오체투지 ‘순례’의 길에 나섰다.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 나선 것이라 하신다. 아스팔트 도로 위에 몸을 던져가며 ‘지렁이 한 마리’, ‘길 잃은 자벌레’의 ‘생명’의 무게에 대해 이야기하신다. 성장과 속도를 위해 으스러져간 생명들에 대해 대신 참회를 하고 계신다. 그런데 정작 이 땅을 온통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고, 불도저로 파헤친 정책입안자들과 개발업자들은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이제는 그런 개발마저 ‘녹색’으로 포장을 하고 있다. 이 정부의 녹색성장은 ‘녹색’으로 포장한 ‘포크레인 성장’이다.
정책에는 ‘철학’과 ‘본말’이 담겨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일으킨 기후변화에 대해 되돌아보지 않고 그것조차 ‘성장’을 위한 도구로 삼는 것은 ‘녹색’으로 장사를 하는 것일 뿐이다. 제대로 된 녹색과 생태는 기술과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녹색에 관한 온갖 구호가 난무한 지금, 우리는 무엇이 진정 ‘녹색’이며, ‘생태적인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한수원의 ‘원자력에너지=깨끗한 에너지’라는 광고에 고개를 끄떡이는 순간, 우리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환경재앙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를 보면서 생각과 철학의 차이가 얼마나 다른 정책들을 만들어내고, 다른 사회를 만들어내는 가를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어찌했든 국민들의 선택이었고 ‘경제성장’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았던 우리가 감내해야 할 몫이다. 이제 앞으로의 선택이 남아있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대운하’에서 ‘녹색성장’까지 달려온 이 정부가 우리 사회에 어떤 가치를 제시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해석해야 한다.
이유진 녹색연합 에너지 기후변화팀장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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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