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통해 우리를 진단하다

[울림있는 책] 이재환l승인2008.10.2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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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전환-발전국가를 넘어
동아시아의 인권-시민사회의 시각
아르케, 박은홍·조효제 지음·엮음


NPO·NGO 관련 연구자들의 노작을 정력적으로 출간해온 아르케가 이번엔 동아시아 시민사회의 성장과 위기 그리고 정치경제적 변화를 설명한 연구서 2종을 내놓았다.

우선 ‘동아시아의 전환-발전국가를 넘어서’(박은홍)다. 책에서 말하는 동아시아는 압축성장의 성과를 이룬 동북아, 동남아의 신흥공업국가군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들 국가의 경제적, 정치적 전환을 ‘국가-사회 퍼스펙티브’(stste-in-society perspective)를 통해 조망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동아시아의 미래를 불확정적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1997년에서 1998년 경제 위기 이후 동아시아를 진단하며 “권위주의적 개입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발전국가(개발독재) 모델에서 고전적인 자유주의 모델 혹은 신자유주의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주목할 만한 것은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외압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 이후의 동아시아 발전패턴은 다양할 뿐 아니라 명료하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복합성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한국의 김대중 정부 시기의 발전패턴을 두고도 이를 시장배제적 급진주의로 보는 시각에서부터 시장지상주의적 신자유주의로 보는 시각에 이르기까지 해석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초기 케인지안적 확장노선을 기본으로 한 태국의 탁신 정부만 하더라도 후기엔 민영화를 추진하며 신자유주의 노선을 본격화한 사례 등 다양한 분석이 이뤄진다.

저자는 동아시아속의 한국을 강조하며 이 책이 동남아시아를 포괄하는 동아시아의 맥락에서 한국을 검토하고 조망하는데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힌다. 비교정치경제론적 차원에서 더 많은 민주주의와 더 많은 발전을 가져올 대안을 조직하는데 이론적, 정책적 함의를 담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사회가 대안의 조직화에 어느 정도로 성공하고 국가와 시장에 얼마만큼 개입할 수 있을 것이냐의 문제, 즉 불확실성의 국면 향방을 결정하는 ‘국가-사회관계’에 동아시아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동아시아의 인권-시민사회의 시각’은 ‘인권과 동아시아협력모델, 시민사회적 접근’(조효제·박은홍)을 주제로 그동안 동아시아에서 ‘정당화’되온 인권에 대한 상대주의적 접근을 넘어 보편적 인권개념의 수용과 제도화 가능성을 검토한 연구서다.

엮은이들은 “심각한 권리침해 문제 때문에 국제인권단체들의 주요 감시대상이 되고 있는 아시아의 인권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이런 인식에서 출발한 연구 결과는 한국을 비롯한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인권개념 부재, 국가중심적 인권개념의 지배, 탈국가 중심적(시민사회적) 인권개념으로의 대체와 같은 다양한 범주에 속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힌다.

특히 한국, 일본, 중국, 태국 등 동아시아 4개국 내 시민사회에서 제기하는 주요한 인권의제가 무엇인지 이 책은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책은 이러한 심층적 의제가 동아시아 협력논의에 반영될 때 진정한 ‘공동체’로의 행보가 시작될 수 있다고 밝힌다.

자연지리적으로는 가깝지면 생소한 영역이 많은 아시아, 그 중에서도 더 멀기만 한 인권영역에 대한 비교연구서는 그전에도 찾기 힘들었다. 저자들은 “오늘날 한국의 인권문제가 아시아 사회와의 연관성이 깊어지는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한국사회의 인권수준을 객관적으로 가늠해 보고 실천적 과제를 이끌어내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아시아를 바라보는 한국 시민사회의 관심이 깊어지는 만큼 아시아 관련 시민사회 분야의 연구가 심도를 더하고 있다.

저자 박은홍 교수는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및 NGO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같은 대학 아시아NGO정보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조효제 교수는 ‘인권의 문법’ 등의 책을 내며 인권분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연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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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하리 사막의 !쿵족 여성 이야기
니사(Nisa). 마저리 쇼스탁 지음, 유나영 옮김. 삼인


아프리카 !쿵족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과 가족, 삶을 들여다 본 인류학의 고전. ‘!쿵’의 발음은 입맛을 다시듯 ‘쩟쩟’, ‘딱딱’ 등의 치조음 등을 동원해야 한다. 저자 쇼스탁은 10년여에 걸쳐 !쿵족 여성들과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어린시절이나 부모에 대한 느낌, 배우자들에 대한 사랑, 결혼, 꿈, 죽음 등 인간 생활 보편의 이야기를 여성학적 호기심에서 풀어가고 있다.

연구자와 화자 둘 사이 존재하는 경계를 넘는 과정을 밝히는 것 자체가 구술생애사 연구의 중대한 작업이었다고 평가 받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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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보물로 가득차 있다.
에코뮤지움기행(희망제작소 뿌리총서1). 오하라 가즈오키 지음, 김현정 옮김. 아르케


‘에코뮤지움’이란 196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 탄생한 개념이다. 에코(eco)라는 생태의 의미와 박물관(museum)의 합성어다. 새로운 박물관학의 개념이 에코뮤지움은 기존의 박물관과 달리 지역의 공동유산을 지역개발에 활용하는 특정 지역의 공동체적 문화과정이라 할 수 있다.

희망제작소 뿌리총서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이 책은 세계 각국의 사례를 들며 에코뮤지움이란 개념이 어떻게 생겨나서 변화해 갔는지 시대적, 공간적으로 정리해 놨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진행중인 충남 논산의 ‘그린투어’, 전남 구례의 ‘지리산 바이오랜드’, 경기 안성의 ‘그린문화관광’ 등 지역사회에서 에코뮤지움을 활용할 사례도 소개돼 있다. 관련 전문가, 공무원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관심있게 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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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운동단체의 유랑 일기
불어라 평화바람. 문정현 외 엮음. 검둥소


지난 2003년 문정현 신부를 단장으로 만들어진 평화운동 단체 ‘평화바람’의 평화 유랑을 정리한 기록이다.

평화바람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평택 대추리 주민이 돼 평택 지킴이 활동을 벌였다. 이후 군산 미군기지 앞에서 미군기지 감시운동을 벌이는 등의 활동이 이어졌다. 이 책은 일상에 도사리고 있는 폭력적 현실과 사람들이 저마다 가슴에 품고 있는 평화 염원을 담아내고 있다. 일기체 글 속에는 때론 통쾌한 웃음이, 때론 분노와 슬픔이 목울대까지 차있다. 평화유랑단 5년간의 삶과 글, 사진이 생생하고 진솔하게 녹아 있다.

‘길위의 신부, 잎싹, 무지, 고철, 밥 등 별칭을 쓰는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평화라는 우산 아래 모여 짜그락짜그락하며 산다.’ 자신들을 소개한 글 중 한 대목이다.

이재환 기자

이재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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