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난민지침을 즉시 공개하라

[공동성명]l승인2022.03.31 16:54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한국이 난민협약에 가입한지 30년, 난민법이 제정된지 10년을 맞이하였다. 한국의 난민행정은 어떻게 운영되어 왔는가.

난민신청을 하고, 3-4년 이어지는 난민심사를 마냥 대기해야 하면서도, 고작 난민신청자에게 주어지는 체류기간은 6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어떤 때에는 3개월, 심지어 1개월만 연장해 주기도 한다.

난민신청자는 매번 수수료를 내가며, 하루를 고스란히 써가며, 알아서 주거지를 확보해 가며, 어렵게 체류를 연장해 가고 있다. 난민신청 기간 동안 생계지원도 전무하고, 취업도 어려운 상황임에도 어느 날 체류를 연장할 때마다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하였다. 어느 날에는 주거지로 제출된 서류가 진정한 것인지 의심된다며 집중 단속을 하고 형사고발을 하여 난민신청자 다수가 이로 인해 벌금을 물고, 강제퇴거명령을 받았다. 또 어느 날에는 갑자기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아이디카드를 가지고 가더니 특정 아랍권 국가의 난민신청자를 대상으로 일상을 낱낱이 감시하는 동향조사를 실시하였다.

특정시점부터는 지침을 변경하여 1%가 안 되는 난민인정률을 가진 한국에서 99%에 해당하는 난민신청자가 난민재신청을 하려고 하니 체류기간 연장을 거부하고 출국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다. 게다가 자칫 하루라도 체류연장을 놓치면 언제든 추방당하고 구금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정책의 시행과 변화는 밀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난민신청자는 영문도 모른 채로 출입국을 방문한 어느 날 갑자기 이런 대우를 받아야만 하고, 난민단체들은 난민이 인권침해를 한참 겪고 난 후에야 이런 상황을 파악할 수밖에 없다.

난민인정을 받고 난 후에는 과연 다를까? 박해를 받아 본국에서 여권을 발급 받을 수 없는 난민인정자에게 여권을 가져와야 체류연장을 할 수 있다고 돌려보내고, 난민인정자에게 보장된 3년, 인도적체류자에게 보장된 1년이라는 체류기간을 자의적으로 제한한다. 이유는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고, 강력하게 항의하면 그제서야 체류기간을 늘려주기도 한다. 난민인정을 받았음에도 특별한 고려 없이 강제추방의 명령을 내리고, 무기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금이 자행된다.

한 난민인정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렵게 난민인정을 받았지만, 아직도 내 발이 한국 땅에 닿지 않는 것 같다.’ 출입국의 무지하고, 자의적인 권력의 남용은 난민인정을 받은 경우에도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한 감각만을 심어주고 있으며 법무부의 불투명하고 예측가능하지 않은 난민행정 운영으로 인해 난민은 출입국을 가는 것이 매번 꺼려지고 두려울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난민지침을 비공개하며 밀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행정권 남용의 관행을 막기 위해 난민단체는 매년 정보공개청구를 하여 난민지침의 공개를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매번 ‘국가안전보장ㆍ국방ㆍ통일ㆍ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며 지침을 비공개해 왔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법무부의 주장이 근거가 없음을 확인하였다. 서울행정법원은 난민지침 공개를 통해 난민신청자가 사전에 필요한 내용을 확인하고 필수서류 등을 미리 보완할 수 있어 권익을 보호할 수 있고, 소송을 제기한 난민단체에게는 난민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 상담 등을 위하여 난민 체류지침의 내용을 인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았다. 나아가 난민체류지침을 공개하는 것이 행정의 예측가능성을 도모할 수 있고,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난민법령과 출입국관리법령에 따른 적법한 행정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적절한 감시와 통제를 받도록 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이 훨씬 크다고 판단하였다.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행정운영의 원칙을 확인한 위 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항소를 제기하여 난민지침의 공개를 계속 지연시키고 있다.

난민은 자신의 기본적 체류와 일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난민지침에 대해 당연히 알 권리가 있고, 공정하고 적법하게 행정운영이 이루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난민지침 공개를 미루는 법무부의 전략은 자의적이고 잘못된 행정운영을 계속해 방치하고, 용인하는 것이다. 법무부·출입국 권력은 무제한으로 휘두를 수 없다. 법무부와 출입국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지침의 공개가 기본이 되어야 하고, 지침이 투명하게 공개된 후에야 비로소 난민제도운영의 민주적 통제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에 우리는 법무부에 더 이상 불복하지 말고 하루 빨리 법원의 판단에 따를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법무부는 밀실행정 운영을 당장 중단하라!

법무부는 난민지침 즉시 공개하라!

(2022년 3월 30일)

난민인권네트워크,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난민인권센터, 사단법인두루

[공동성명]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동성명]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