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석탄투자 제한 전략에 대해

[시민사회 공동 성명서]l승인2022.04.2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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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공적 연기금으로서 탈석탄 투자에 명확한 신호를 보여라

국민연금의 탈석탄 선언, 그린워싱 되지 않으려면 엄격한 기준 필요

국민연금이 석탄 투자 제한 정책 및 기준 마련과 관련한 최종 용역 결과를 오는 4월 29일 열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한다. 그리고 5월부터는 자산별, 지역별, 이행시기와 방법 등 석탄투자 제한 전략의 단계적 시행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우리는 최종 용역 결과물에 어떤 정책과 기준이 담겨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현재로서는 가지고 있지 못하다. 국민연금은 그만큼 탈석탄, 기후위기, 기후금융과 관련하여 오랜 세월 목소리를 내온 시민사회의 의견을 처음부터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3월 17일 중간발표 공청회 때 제시된 내용은 국민연금이 계획하고 있는 석탄 투자 배제 정책의 방향성과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

우리는 당시 제시된 국민연금의 석탄투자 배제 정책 및 기준과 관련한 다양한 옵션이 ‘구색 맞추기’로, 특히 옵션의 조합이 잘못 이루어질 경우 형식적인 기후위기 대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와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옵션의 안일한 조합으로 이루어진 국민연금의 석탄투자 배제 정책은 결국 ‘그린워싱’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금융시장을 대표하는 기관투자자이자 국내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의 7%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큰손이다. 국민연금 탈석탄 정책에 국내외 금융기관 및 기업들의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다. 그런만큼 명확한 탈석탄 투자 정책 신호를 보여야 한다.

국민연금은 또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경제의 운명공동체다. 실효성 있는 탈석탄 정책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석탄 투자에 따른 재무적 리스크 관리에 실패해 기금의 안정적인 운용이 요원해질 것이다.

실효성 있는 탈석탄 정책의 첫 단추는 석탄기업과 석탄산업 기준을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다. 석탄기업을 판단하는 정량 기준은 매출 비중 기준 (발전기업의 경우엔 발전량 비중 기준) ‘최소 30%’로 설정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공청회에서 30% 기준안과 50% 기준안을 제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글로벌 탈석탄 리스트(Global Coal Exit List)’ 기준이 20%인 것에 비춰보면, 두 가지 기준안 모두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는 수준이다.

유명무실한 정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 30% 기준안을 채택하고 향후 단계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 석탄산업의 범위는 석탄의 가치사슬 전반으로 설정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신규 석탄발전소가 없어진 오늘날, 국내 탈석탄 정책들의 가장 큰 문제는 석탄 ‘발전’에 국한한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이 문제를 답습하지 말고 석탄 관련 모든 산업을 제대로 포괄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정량 기준을 제대로 마련해도 ‘정성 기준’을 느슨하게 설정해 ‘조건부 허용’을 남발한다면 오히려 그린워싱을 조장하는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린워싱 방지를 위해서는 석탄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전환 계획이 파리기후협약에서 도출된 1.5도 목표(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내로 억제하자는 공동 목표)에 부합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엄격한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녹색채권의 경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를 기준으로 판단하되 녹색부문과 전환부문 중 ‘녹색부문’에 해당하는 사업에만 투자를 허용해야 한다. 또한 주식과 채권을 비롯해 모든 종류의 해외 석탄 자산에 대해서는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투자 배제를 이행해야 한다.

위와 같은 석탄 배제 정책은 석탄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수탁자 책임 활동과 병행돼야 한다. 공적 연금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석탄기업에 대한 주주관여를 통해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석탄기업에 대해 중점적인 관리와 관여를 통해 탈석탄 전환 계획을 요구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 해당 석탄기업의 노력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며, 그 평가에 따라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2040년 이전에 자산 포트폴리오의 넷제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는 최대한의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국민연금은 지금까지 참관자의 위치에 머물러 있다. 네덜란드의 APG, 노르웨이의 KLP 등 주요 해외 연기금들이 진작 탈석탄 투자를 실천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 무책임한 태도다. 이제는 참관자 위치에서 벗어나 국내외 시장에 명확한 탈석탄 정책을 제시하는 룰 메이커로 거듭나야 한다. 국내 최대 공적 투자자이자 수탁자로서, 석탄 투자로 인한 재무 건전성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줄이는 데 앞장설 것을 요구한다.

(국민연금을 향한 우리의 요구사항)

1. 기후위기 시대, 공적 연기금으로서 파리기후협약에서 도출된 1.5도 목표를 위한 기후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라.

2. 석탄산업의 범위를 석탄의 가치사슬 전반으로 확장해 정의하라.

3. 석탄기업을 분류하는 정량 기준은 매출 비중 기준(발전기업의 경우엔 발전량 비중 기준) ‘최소 30%’로 설정해 투자에서 배제하라.

4. 에너지 전환 계획을 명시한 기업의 투자 허용 여부를 판단할 때 엄격한 기준을 세워 그린워싱의 빌미로 악용되지 않게 하라.

5. 정성 기준에 해당하는 ‘녹색채권 투자 허용’ 여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의 ‘녹색 부문’에 해당하는 사업에 한해서 허용하라.

6. 석탄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수탁자 책임 활동 기준을 수립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라.

7. 해외 석탄 자산에 대해서는,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투자 배제 정책을 실행하라.

8. 2040년 이전을 목표로 한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중립 로드맵을 기후과학에 기반하여 수립하고, 2030년 까지는 기후위기 대응에 최대한 나서라

(2022년 4월 28일)

기후솔루션, 녹색연합, 플랜1.5,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시민사회 공동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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