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에 중국의 건설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한국, 비핵화 추동보다 북 비핵화에 맞춰 관계개선 발전시켜야 글·사진=설동본 기자l승인2022.05.0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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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연계 포괄적 전략 모색

통일실천교수협회(AKU) 주최 외교안보 세미나

필립 골드버거 신임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4월 7일 열린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을 ‘불량정권’이라 부르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골드버거 지명자는 CVID는 멋진 목표이긴 하지만 앞으로 5년 심지어 10년 내에도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는 뜻이다.

평화통일 위해 한반도 비핵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 무엇보다도 최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를 연계한 포괄적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29일 서울 강동구 피스센터에서 열린 통일실천교수협회(AKU)가 주최한 외교안보 세미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연계 전략’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 통일실천교수협회(AKU)가 주최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연계 전략’ 주제의 외교안보 세미나가 29일 서울 강동구 피스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북 비핵화에 맞춰 남북관계 개선 발전해야

이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연계해법’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황병무 국방대학교 명예교수는 한반도 비핵화는 장기적적이고 불확실하며 국내 리더십 변화 등 내부변화가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체제 수립은 핵 가진 북한이 경제발전까지 이룩한다면 국제역학 관계의 변화에 따라 항상 중국의 우호국 또는 완충지대로 남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과거 중소 갈등 관계시 그리고 1980년대 중미 밀월기 북한의 태도는 이를 암시한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은 미중 패권경쟁에서 양국 대립을 완화, 협력을 증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 명예교수는 이점에서 대북 제재에 중국의 건설적인 참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 능력이 고도화 되고 있는 단계에 대북 제재에 건설적인 역할은 피하면서 북한 미사일 방어무기인 사드(ThAAD)를 배치한 한국에 ‘들볶는 전술’의 사용은 기존의 한중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악화시키는 행위”라며 “중국은 현재 영토적 국경을 넘어 이익 국경을 강조하는 만큼 한국내 고조되는 반중 감정이 중국의 지정학적 이익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 황병무 국방대학교 명예교수가 외교안보세미나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황 명예교수는 따라서 “한국은 남북한 관계 개선을 통해 비핵화를 추동하려하기 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맞춰 관계개선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이 점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북한 비핵화에 국제공조를 앞세우되 비핵화 조치에 맞추어 남북 간 신뢰 유지를 위한 대화의 창을 열어 놓고 상생의 평화경제와 평화체제를 단계적으로 수립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경영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5대 전략 제안

첫 번째 한국측 발제자로 나선 정경영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의 비핵·평화정책은 기복이 심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계승 발전시켜야 할 전략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요소로 한반도 비핵화, 전작권 전환, 군비통제, 동북아 다자협력,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및 유엔사의 미래 등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5대 전략으로 꼽았다.

정 교수에 따르면 한반도의 비핵화 없이 평화체제 구축은 불가능하다.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 없이 평화협정을 체결할 경우, 한국이 핵볼모로 사로잡힐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핵미사일 선제공격으로 대한민국이 사라질 수도 있다. 북베트남이 파리평화협정을 유린하고 남베트남을 함락시킨 것, 트럼프 정부와 탈레반 간 체결한 평화협정을 유린하고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를 접수한 것, 그리고 러시아가 브레스토조약과 민스크협약을 유린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처럼 북한이 또 다른 침공을 감행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정 교수는 “전작권을 연합사령관이 행사하면서 한국이 미국에게 안보를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리면 평화는 깨지기 마련”이라며 “미국 주도 한미연합방위체제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할 경우 한국의 존재감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군비통제 없이 남북이 군비경쟁에 치닫게 되면 전쟁을 배제할 수 없어 이러한 상황에서는 한반도 평화구축은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동북아 지역내 국가간 갈등과 대립구조가 지속되는 한 한반도의 평화구축은 이뤄지기 어렵다고 본 정 교수는 “한반도의 전략환경이 협력과 공존질서로 전환되도록 해야 한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군사령관간 전투를 중지하는 정전협정을 정치 리더십 간에 전쟁을 종식하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되면 적화통일에 최대의 걸림돌로 인식해온 북한은 무력으로 또 다른 남침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평화협정을 감시하는 기구로 유엔사와 공산측의 북한 및 중국대표부로 구성된 군정위를 평화협정 감시 역할로 전환하는 조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북 위협역량 여전히 존재

▲ 브랜든 아이베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교안보 세미나 미국측 시각에서 발제에 나선 브랜든 아이베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경제요인과 북미협상:북한 도발 시사점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심도있는 주제를 이끌어 주목받았다.

그는 “북한이 미국과 미 동맹국들을 상대하는 유일한 방법은 도발을 통해서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행위를 할 의향이 있으며 나아가 위협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북한은 남한을 상대로 국경을 넘어 도발하는 등 보다 값비싼 비용을 치른다 하더라도 보여 주기식 행동을 할 수도 있고 핵실험을 통해 북한의 핵전력을 관찰자들에 입증하고자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을 그 예로 들었다.

그렇다면, 북한 도발 행위의 변동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아이베스 교수는 “제재조치의 비임의분포, 반증의 부재 및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정교한 데이터 부족을 고려해 볼 때, 북한이 여전히 핵무기를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 이외에 제재조치의 효과 혹은 비효과에 대한 이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관찰자들은 중국의 경제 및 외교 지원이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조치의 부정적인 경제 여파를 완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 포기로 대변되는 제재조치의 효과는 미약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중국의 대북 경제지원 변화가 북한의 도발행위에 변화를 불러오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러한 상관관계가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베스 교수에 따르면 국가 경제 성장 중에는 중국의 경제 지원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 경제성장 기간 후에는 중국으로부터의 받는 송금액의 규모가 더 커지기도 한다. 중국으로부터의 재정 지원이 늘어나거나 송금을 통해 재정이 증가하게 되면, 미국 제재조치 비용에 대처할 수 있는 북한의 여력이 더욱 커지게 되고, 이는 차후에 있을 수 있는 제재조치의 한계비용을 낮춤으로써 도발 수행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다. 중국의 국가경제성장 변화와 북한의 도발 확률 사이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 정지융 후단대 교수

전쟁 상태 종식시킬 행동에 나서야

중국측 시각에서 발제에 나선 정지융 후단대 교수는 중국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현실적 활용 가능성, ‘화해-충돌’ 사이클, 상벌 및 권위 메커니즘, 균형성과 현실, 개념해석, 주체의 복잡화와 이익 구현문제 등 7가지 기본입장으로 정리했다.

그는 우선 “이러한 입장이 아니더라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발발은 한반도에 크나큰 교훈을 준다”며 “타산지석이라 하지만, 전쟁중인 한반도는 중미관계의 역동성과 한국 신정부의 출범으로 또 다시 역사의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은 대가없이 없다는 것을 다시 새겨야 한다. 국제정치의 종점은 어떠한 양보없는 사활적인 사투라는 것이 남북한의 공통인식이다. 그리고 해결수단의 극단적인 선택이 남북한의 공동 결론이다. 한국은 선제타격 및 전술핵 배치 등을 거론하면서 대북강경론 일변도다. 북한도 고각발사고도가 6000km인 ICBM으로 답했다. 이런 상태로는 안된다. 상응한 대가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핵문제의 심각성이 더해가지만 북핵이나 한반도문제에 대한 관심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북한은 핵문제는 옛날 얘기라 그만하고 당면문제를 해결하자는 생각이고, 미국은 고의로 핵문제를 무시해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관한 담론은 신중하면서 실효성 있고 깊이 있는 해법을 제시해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핵반격 정책으로 인해 한반도는 크나큰 지정학적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어 전쟁의 연속이냐 평화의 길이냐의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것은 바로 한반도의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며 “더 이상 개탄하지 말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북핵 위협 대비하는 상응 조치 필요

▲ 최용호 전 전쟁과평화연소 소장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연계전략’ 주제의 AKU교수협회 외교안보세미나는 한·미·중 석학들의 주제 발제에 이어 전개된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다음은 이날 열띤 토론을 펼친 전문가들의 주요 의견이다.

△ 최용호 전 전쟁과평화연소 소장= 정경영 교수가 제기한 5대 전략 중 ‘한반도 비핵화’는 평화프로세스의 전제조건이며, 가장 핵심전략이다. 그러나 발표자가 제시한 것처럼 한반도 비핵화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정체 상태에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북한의 제7차 핵실험 가능성 대두 등 악화를 거듭하고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은 계속해야겠지만, 북미의 처분만을 기다리며 북핵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 우리도 북핵 위협에 대비하는 상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핵의 위협은 핵으로 대응이라는 차원에서 우리도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이는 새로운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핵 대응과 함께 대통령직 인수위가 천명하고 있는 ‘핵에너지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즉 북한의 핵 위협과 협상 지연을 명분으로 하는 압박 수단과 함께 실리를 얻는 양면의 접근이 필요하다.

▲ 한·미·중 한반도 외교안보 전문가와 해당국 전문가가 참여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연계전략’ 세미나는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국가 전문가들과 동시에 화상과 연결해 진행했다. 위 시계방향으로 좌장을 맡은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 발제자 브랜든 아이베스 교수, 토론자 어윈 탠 한국외대 교수.

△ 어윈 탠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코로나19가 중국과 북한 간의 국경교역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발병 이전에는 장마당이라는 국경지역시장을 통한 중국과 북한 간의 교역이 일반 북한 주민들의 생계유지에 상당한 기여를 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식량난 완화에 일조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병하자 북한은 중국과 인접한 국경을 폐쇄하고 북한 내 사망자는 모두 화장하도록 하는 명령을 내리는 등 광범위한 공중보건 조치를 취한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자국 내 코로나 발병에 대해 절대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이러한 극단적인 조치들을 취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2019년 말이나 2020년 초에 장마당 시장을 통해서 코로나가 북한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시사해준다.

북한의 이러한 엄격한 공중보건 조치는 2020년 이후로 북한 내 심각한 식량난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글로벌 식량 가격 파동으로 더욱 가중될 것이다.

▲ 서천 경남대 초빙연구위원

서 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북핵문제에 있어서 한·미·북·중 4자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2018년 한국 언론에서 ‘차이나 패싱론’이 등장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로 접어들면서 북핵문제를 완화하는 성과가 거의 없다. 한국과 미국의 북한에 대한 압박이 강해질 추세다. 한국의 차기정부는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대북 억제력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미국은 올해 3월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북강경론은 북한의 극단적인 반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조정자 역할을 필요로 한다.

만약에 한반도문제가 다시 긴장국면으로 돌아가면 중국의 ‘쌍꿔병행’과 ‘쌍중단’ 방안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대북강경론을 주장하는 한국의 차기 정부와 미사일 시험으로 반격하는 북한이 협상 분

▲ 서인택 한국글로벌피스재단 이사장

위기를 좋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북한과 미국은 협상의 주제에 대하여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변수를 놓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탐구하는 필요성이 시급하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날 서인택 한국글로벌피스재단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는 그 보다 더 중요한 인권, 경제, 통치체제와 같은 문제로부터 결코 분리시켜 해결할 수 없다”며 “따라서 부분이 아닌 전체를 함께 다뤄 나가는 포괄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이사장은 “변화의 목표는 평화적 통일 프로세스를 통해 우리가 꿈꾸는 ‘코리안드림’이 실현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연계전략' 주제의 2022 AKU교수협회 외교안보 세미나에 참석한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글·사진=설동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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