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도시를 넘어 세입자의 도시로”

2022 지방선거 주거권네트워크 출범 양병철 기자l승인2022.05.13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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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지방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주거·부동산 문제가 선거의 당락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자가 격리 등의 조치가 3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집이 아닌 집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의 주거권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 12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앞, ‘2022 지방선거 주거권네트워크’ 출범 기자회견 (사진=참여연대)

“무엇보다 세입자들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지방정부의 책임과 역할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세입자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이 주요하게 다뤄지지 못했던 것처럼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부동산 개발 정책만 난무하지는 않을지 매우 우려됩니다.”

청년·세입자·시민사회·종교단체 등 80여개 단체로 구성된 ‘2022 지방선거 주거권네트워크(이하 지선주거넷)’는 12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방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새 정부는 집부자와 땅부자를 위한 세제 감면, 대출 규제 완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집값 상승과 투기를 유발하는 정책을 제시하는 반면 주거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임대차법과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후퇴시키려고 한다. 지난 대선에서 세입자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이 주요하게 다뤄지지 못했던 것처럼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부동산 개발 공약만 난무하지는 않을지 매우 우려된다.

이번 지방선거는 부동산 도시를 넘어 세입자의 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에 청년·세입자·시민사회·종교단체 등 80여개 단체는 <2022 지방선거 주거권네트워크>를 결성했다. 2022 지방선거 주거권네트워크는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요구안을 제안하고 촉구할 예정이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에 △다주택자 △공공임대주택 건설 반대 △임대차3법 반대 △부동산 개발과 투기 관련 의혹이나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은 출마할 자격이 없다. 다주택자 후보는 집을 ‘사는 곳’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보고 다주택자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작년 11월 발표된 통계청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주택 1채 소유에서 2채 이상 소유가 된 사람은 33만7천명이 늘었다. 주택공급을 늘려도 다주택자들에게 넘어간다면, 공급 효과가 반감된다. 다주택자들이 매집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세입자들이 이사 걱정 없이 부담 가능한 가격에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은 서민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한 정책 수단이다. 임대차법 개정으로 갱신청구권과 임대료인상률상한제가 도입되어 세입자들의 거주기간이 늘어나고 권리가 강화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과도한 갱신거절 사유 및 신규임대차의 임대료인상률상한제 미적용 등의 세입자 보호에 미흡한 점이 많다.

▲ 12일 오전 10시 ‘부동산의 도시를 넘어 세입자의 도시로’ 퍼포먼스 (사진=참여연대)

또 과거 부동산 개발이나 투기와 관련된 범죄 전력이 있거나 의혹이 제기된 사람이 세입자들을 위한 시정활동을 추진할 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임대차법을 반대하고 부동산 관련 의혹이 있는 사람은 지방선거 후보로 부적절하다.

유지예 나눔과미래 간사는 2019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주거빈곤가구는 약 290만 가구에 달하며, 코로나19, 자연재해, 경제적 위기, 가정 폭력 등으로 주거복지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빈곤가구에 대한 주거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나, 이들에게 필요한 공공임대주택, 주거급여, 긴급 주택 , 주거복지서비스를 담당하는 주거복지센터 운영 등 주거권을 보장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은 지원 대상의 범위가 너무 좁아 열악한 주거지로 발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아동, 청소년, 난민, 이주민 등은 주거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이들의 주거실태를 파악하여 다양한 형태의 대안주택 마련하는 데에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지방선거 후보들은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주거 복지 공약을 보다 더 촘촘하고 두텁게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지난 대선은 ‘부동산 선거’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거대 양당의 후보 모두 부동산 규제완화 공약을 발표했다. 대선 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 심리가 커지면서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런 시장의 움직임을 의식해 불명확한 국정과제를 제시했으나 세제, 대출,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등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직후 치러지는 지방선거도 대선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이 난무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6·1 지방선거는 부동산 투기와 가격 상승을 끝장내고, 서민들의 주거권 보장을 약속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2022 지방선거 주거권네트워크는 ▲재건축·재개발 공공성 강화, ▲ 세입자 보호 강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주거복지 확대 등 4대 정책요구안을 주요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제안하고자 한다.

▲정비 사업에 분양가상한제 적용,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강화, 공공임대주택 공급 의무비율 상향을 통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비교임대료 공표, 주택 및 상가 임대차 관련 행정 전담 조직 신설, 임대료인상률상한제 조례 신설, 불법건축물 감독관 도입 등을 통해 전월세 세입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장기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고, 공공임대주택 입주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지원체계를 정비해 보다 촘촘하고 두터운 주거복지를 실현해야 한다.

[기자회견문]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두 달 전 치러진 대선은 부동산 대선이라고 불렸던 만큼, 민심의 향방은 부동산 정책에 집중돼 있었다.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부동산 시장 폭주와 집값 상승을 제어하지 못한 문재인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 실정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하고,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부자감세와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을 펴고 있다.

집값 상승의 원인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주택과 토지에 자금이 몰리면서 시장 과열 현상이 발생한 데 있다. 그러나 새정부는 세제 감면, 대출 규제 완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으로 집값 상승과 투기를 유발하는 잘못된 방향으로 내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2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임대차 3법을 폐지에 가까운 수준으로 손보겠다고 발언했다. 이는 폭등한 전월세 값에 오갈 데 없이 신음하고 있는 서민에게서 최소한의 권리마저 박탈하려 하는 것과 다름없다.

다가오는 6·1 지방선거는 부동산 투기와 가격 상승을 끝장내고, 서민들의 주거안정 보장을 약속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이에 청년·세입자·시민사회·종교단체 등 80여개 단체는 <2022 지방선거 주거권네트워크>를 결성했다. 2022 지방선거 주거권네트워크는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요구안을 제시하고 촉구할 것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무주택·세입자를 위한 주거 정책을 요구한다.

하나, 재개발·재건축 사업 공공성을 강화하라!

개발이익을 우선시하는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실제 주택공급 효과도 크지 않고 원주민들이 쫒겨나는 등의 폐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용산참사 등을 통해 수차례 목도해 왔다. 과거 무분별한 규제 완화와 과잉·과속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인해 수많은 갈등을 겪었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했던 만큼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조절하고 공공성을 강화할 것을 요구한다.

하나, 전월세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라!

전국 전체 가구 중 세입자는 40%가 넘는다. 이 중 상당수의 세입자들이 짧은 임대기간, 높은 임대료 인상, 깡통주택, 불법 주택 등의 고충을 여전히 겪고 있다. 임대차 관련 제도와 행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지방정부와 의회에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정책을 요구한다. 표준임대료를 공표하고 임대차 통계를 구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주택 및 상가 임대차 관련 행정 전담 조직의 신설을 요구한다. 임대료인상률 상한제 조례를 신설하여 지역의 실정에 맞게 임대료 인상률을 설정할 것을 요구한다.

하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라!

주거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이 심각해지는 데 반해, 20년 이상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은 2020년 기준 1,192,074호로 전체 주택의 5.5%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재정부담을 이유로 민간임대주택의 보증금을 지원하는 전세임대주택와 임대료가 높은 행복주택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저소득층이 부담가능하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장기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 로드맵과 실행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하나, 주거복지를 확대하라!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나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공공임대주택, 주거급여 등은 최저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실정이다. 무엇보다 생명과 안전의 위협을 받는 쪽방, 여관, 고시원 등 비거주용 주택 거주 가구에 대한 주거상향 지원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자연재해, 경제적 위기, 가정폭력 등으로 인해 임시거주시설의 수요가 커지고 있는 만큼 임시거주시설을 대폭 늘려 주거위기에 처한 이들의 신속한 보호가 필요하다. 또한 아동, 청소년, 이주민, 난민 등 지원 대상을 보다 확대하고, 주거기본조례 제정, 주거복지센터 설치 등을 통해 주거복지행정을 강화할 것을 요구한다.

하나, 부동산 투기를 끝장내고 서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하라!

이번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 고한다. 세입자들의 주거권 보장을 외면한채 부동산 투기 세력과 임대인들의 요구에 편승한 공약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세입자들의 민심에 역행하는 후보는 세입자들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부동산의 도시를 넘어 세입자의 도시로 가는 첫 걸음이 되어야 한다. 부동산 투기를 끝장내고,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실현하라. (2022년 5월 12일)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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