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집무실 인근 집회, 더이상 막지 마세요”

참여연대, 정상회담 중 대통령집무실 인근 집회 선례 만들어 양병철 기자l승인2022.05.24 15:13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법원, 대통령관저와 집무실 구분하며 참여연대의 집회금지통고 효력정지 인용

경찰은 집회의 자유 침해하는 위헌적 금지통고방침 속히 철회해야

서울행정법원(행정13부, 재판장 박정대 판사)은 지난 5월 20일 대통령집무실 인근 집회에 대한 경찰 금지통고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참여연대 신청을 받아들였다. 대통령집무실은 집시법 제11조 제3호에서 명시한 ‘대통령 관저’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고, 경찰의 자의적 법해석에 근거한 금지통고가 집회의 자유에 대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가져온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경찰이 이번 결정을 계기로 집무실 앞 집회에 대한 금지 방침을 철회하고 더 이상 위헌적인 공권력 남용을 중단할 것”을 23일 촉구했다.

법원은 이미 5월 11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기념 행진 금지통고에 대한 효력정지 신청을 인용하며 대통령 집무실이 대통령관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참여연대가 신고한 이번 집회에 대해 돌발행동이 우려된다거나 경호 필요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형 법무법인까지 선임해 집회금지를 관철하려고 했다. 이번 법원 결정은 그런 경찰의 주장을 배척하고 주요 외교행사가 진행 중인 집무실 바로 인근에서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집단적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의 효력정지 심판이 마치 법원이 집회의 자유를 허락하는 것처럼 운용되어서는 안 된다. 법원은 대통령집무실 앞 집회금지에 대한 최근 3건의 결정에서 모두 집회의 ‘허용 범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 등에 대한 세세한 조건을 걸어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집회의 자유는 누구나 자유롭게 정한 일시, 장소, 방법에 따라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고 그 금지는 예외적인 것이어야 한다.

효력정지 심판 역시 집회의 자유에 대한 허가나 특권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집회의 자유를 회복하는 과정일 따름이다. 경찰이 집시법상 근거 없이 집회를 사전 금지하고 매번 법원의 개별적 결정을 구해야 겨우 일부 ‘허용’된다면, 인용결정을 받아 집회를 개최하더라도 이 과정 자체가 집회에 대한 허가제처럼 집회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위축시키는 것이 된다.

대통령집무실을 집회금지구역으로 설정할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도 계속되어야 한다. 경찰은 대통령집무실이 집회금지구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대통령 직무에 대한 보호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절대적 집회금지구역을 설정해 대통령의 직무를 보호한다는 관점은 평화적 집회시위 그 자체를 위험으로 간주하는 관점이자 대통령에 대한 의사표현을 억압하기 위한 군사정권의 잔재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계획을 밝히면서 미국 백악관과 같은 집무실을 표방하였는데, 그 백악관 담장 바로 앞에서는 집회시위가 상시 벌어진다. 그렇다고 누구도 미국이 백악관 앞 집회·시위를 금지하지 않아서 대통령의 헌법적 기능이 훼손되고 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같은 날 있었던 다른 금지통고 효력정지 결정(서울행정법원 2022아11460결정)에서 ‘국가의 원수로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와 고충을 직접 듣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증진하는 국가 정책을 수립하여야 하는 대통령 직책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대통령 집무실 등 대통령의 업무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집회 및 시위의 금지장소로 지정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고 판시한 부분은 그런 점에서 고려할 가치가 있다.

참여연대는 이 사건 인용결정에 따라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 개최시각을 전후하여 집무실 담장 바로 건너편에서 150명 가량의 참가자가 예정한 집회를 개최했고, 이는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집무실 인근에서 행해진 다른 모든 집회시위도 마찬가지였다. 재판과정에서 경찰이 집요할 정도로 투척, 월담, 통제 불능상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것이 과장된 것이었음이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참여연대는 “이번 법원 결정과 실제 집회 대응 경험을 계기로 경찰이 이제는 대통령집무실 앞 집회에 대해 자의적이고 위헌적인 금지통고방침을 하루속히 철회할 것”을 재차 강력히 촉구했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양병철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