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국감을 지켜본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싸늘하기만 하다. 기대만큼 실망도 크다. 어쩌면 정치적 불신만 가중시켰다는 말이 옳다. 처음부터 국감이 정치공세의 장으로 변질했기 때문이다. 국감의 본래 취지는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다. 행정부의 정책입안과 집행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정쟁에 휘말리며 부실과 졸속, 그리고 저마다의 치부를 들추기에 바쁜 구태 국감의 오명을 벗지 못했다.
지난 26일 경실련이 분석한 18대 첫 국감 모니터 분석을 보면 입법부의 행태는 치졸하기 짝이 없다. 우선 한나라당의 ‘좌파정권 10년 심판론’에 의한 ‘전ㆍ현 정부의 대리전’으로 변질된 정쟁으로 부실한 국감이었다는 게 총평이다. 문광위의 파행으로 대미를 장식한 것처럼 시종일관 작고 큰 파행과 정쟁이 반복된 과거와 같은 구태의연한 국감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또한 이번 국감이 정쟁 국감으로 치달은 것에 대해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지적한다. 절제되지 않은 감정적 발언으로 여당과 피감기관을 자극해 국감을 종종 파행으로 몰고 간 것에 대한 책임이다.
이번 국감에서는 또 피감기관장의 불성실한 답변과 오만한 태도가 국민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피감기관들은 ‘검토해 보겠다’‘기억이 나지 않는다’‘시정하겠다’는 상투적인 답변으로 불성실의 극치를 보여줬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에 이러한 피감기관의 불성실하고 오만한 태도는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야당도 과연 이번 국감에서 제 역할을 다했는지 의문이다. 경실련은 야당, 특히 민주당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위기속에서 서민들과 중소자영업자, 중소기업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종부세, 법인세, 소득세 등에 대한 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해 체계적인 데이터나 조사를 통해 반박하는 의원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적 금융위기의 대책과 다르게 가는 금융감독 문제, 금산분리와 금융지주회사 규제 완화문제, 재벌들에 대한 각종 규제완화, 잘못된 외환 등 시장개입 정책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는 의원이 드물었다는 평가다.
이밖에 이번 국정감사는 의원들의 준비부족에서 기인한 정책국감 실종, 과다한 피감기관으로 인한 피상적 국감 한계, 근거 없는 폭로와 사상검증, 증인의 활용과 불출석에 대한 미진한 대응 등 과거 국감에서 드러난 행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국감무용론’이라는 말도 회자되는 기이한 현상을 유발했다. 여야 모두 정쟁적 태도를 벗고 취지에 맞는 국감이 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나서는 구체적인 노력이 없었다.
이제는 국회 국정감사가 더 이상 여야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연중 상시국감 도입과 국정조사와 연계, 온라인을 이용한 자료제출의 정착, 소수정파 증인채택 인정과 불출석 및 위증에 대한 처벌 강화, 국감 사후검증 제도 실시 등 생산적 국감을 위한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 거듭 촉구한다.
시민사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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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