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티브이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어떤 다큐멘터리를 봤다.

‘호모 오일리쿠스’라는 ‘오일 피크’에 대한 이야기였다. 오일 피크란 원유 생산량이 정점에 달해 더이상 늘어나지 않는 시기를 말하는 것으로, 다큐멘터리에서는 이미 석유 생산량은 정점에 도달했으며 지금부터 석유 생산량 감소에 대비하지 않으면 인류의 생존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을 경고하고 있다.

주가도 떨어지고…

그날 방송분은 3부작 중 마지막편 ‘중독에서 깨어나다’는 이미 오일 피크 이후를 준비하기 시작한 미국 포틀랜드 주정부와 시민들을 보여주었다. 그들이 선택한 오일 피크의 대비책은 지역농장의 활성화로 식료품을 자급자족할 것, 전철이나 스트릿카, 케이블카 등을 신설해 석유로 움직이는 자동차의 사용을 최소화, 도로 한가운데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 자전거를 주요 탈 것으로 이용하는 것 등이었다.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석유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라는 말은 숱하게 들었지만 기름보일러를 사용하기 시작한 중학교 시절부터 도시가스를 이용하는 최근까지 석유가 없어서 눈물을 흘린 개인적 경험이 없어서인지 석유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다. 석유가 떨어지면 뭔가 다른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겠지, 뭐 이대로 그냥 망하지는 않겠지, 인간이란 그동안 숱한 위기를 극복해온 동물이니까… 이런 속 편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나는 최근에 아찔한 내리막을 경험했다. 바로 주가. 지난 2006년 지수 2천선을 돌파한 코스피 지수는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조금씩 떨어지더니 마지노선이라고 여겼던 1천선 까지 무너지고 말았다. 지난주부터 서서히 살아나고는 있지만 내려갈 때의 속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감질나는 상승이다. 그 덕에 2006년 초부터 시작해 한 때는 고수익율을 자랑하던 펀드가 지금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한참 고점에 머물러 있을 땐 예금이나 적금 대신 주식형 적립식 펀드라는 금융상품을 선택한 스스로를 대견히 여기며 기세등등했는데, 지금은 애물단지를 끌어안고 있는 기분이다.

내 힘으로 주가 하락을 막지는 못하겠지만 좀 더 눈과 귀를 활짝 열어두었더라면 지금과 같이 앉은 자리에서 내 자산을 까먹고 있진 않았을 텐데… 마치 원유 생산량의 감소가 도래할 것이라는 사실에 둔감했던 것처럼 주식투자에 있어서도 급락은 염두에 두지도 않았던 탓에 엄청난 손해를 본 것이다.

석유마저 쓸 수 없다고?

그래도 주가는 언젠가 오를 거라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석유라는 자원은 그렇지 않다. 어디선가 기적적으로 원유가 펑펑 샘솟는 새로운 땅을 발견하지 않는 이상 석유 고갈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 사태는 투자 실패로 인한 금전적인 손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재앙을 가져올 것이다.

물론 석유의 완전 고갈 사태를 정책가나 과학자들이 두고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대책이든 세울 것이고, 대중은 그 대책에 따라가기만 하면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문제의 심각성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우리는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당할 때 당하더라도 알고 당하자 싶어 서둘러 오일 피크를 다룬 책들을 찾아보았다.

<에너지 전쟁:석유가 바닥나고 있다>(장 뤽 벵제르, 청년사)의 헤드카피는 ‘2015년 오일 피크 절박할 때는 이미 늦다!’다. 이 책에선 피크 오일의 시점을 2010년에서 2015년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현재를 기준으로 2~7년 후부터는 원유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누구나 알고 있듯 석유 없이 현대 문명은 유지될 수 없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석유의 영향력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며,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석유의 양이 40년치라 해도 그 파장은 지금 당장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석유의 끝’이 닥쳐오기 훨씬 전부터 석유 확보를 위한 여러 나라의 경쟁과 분쟁이 심화되리라는 것이다.

<파티는 끝났다:석유 시대의 종말과 현대 문명의 미래>(리처드 하인버그, 시공사)에서는 석유 시대의 종말을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게 행복한 고통스러운 진실”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만큼 끔찍한 일이라는 뜻이다. 또한 석유 생산의 절정을 2010년이라고 점치고 있으면서도 이 엄청난 뉴스를, 그것이 미칠 파장을 대중에게 제대로 알리려 하지 않는 과학 잡지들과 미국 행정부의 태도를 꼬집는다.

이렇듯 오일 피크의 시점을 언제로 보든 석유가 언젠가 사라질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인류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

‘멸망’하지 않으려면

간단하게 말하자면 대체에너지를 찾는 것이 최선의 방법으로, 현재 수소에너지나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바이오원료에 대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완벽하게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너무 극단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만약에 석유가 완전히 동이 났을 때까지도 대체에너지를 개발해내지 못한다면 인류는 멸망할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석유사용량을 최대한 아껴 우리의 위대한 과학자들이 대체에너지를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버는 것이 아닐까. 석유 고갈이라는 사태를 간과하다가는 소설 <로드> 속 풍경처럼, 생존을 위해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변영은 두리미디어 디자인팀 과장

변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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