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외화송금 거래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내 은행을 거쳐 해외로 송금된 ‘수상한 외화송금’ 규모가 8조5000억원(65억4000만 달러)을 넘었고, 관련 업체도 65개사에 이른다. 신한·우리은행은 물론, 가상자산거래소 연계계좌를 운영하는 신한(코빗)·NH농협(빗썸·코인원)·전북(고팍스)과케이뱅크(업비크) 등으로부터 입금 거래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주부터 국민·농협·하나·기업은행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수상한 외화송금 거래 규모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액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디로 갔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개인 차원의 행위로 보기 어려운 만큼, 조직적 세력은 있는지, 은행이 위법·부당행위에 관여했는지,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는지, 금감원의 검사는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등 명명백백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검사는 물론, 검찰, 관세청 등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확인한 이상 외화송금액은 33억9000만 달러(약 4조4200억원)라고 밝혔다. 다른 은행들도 자체점검을 통해 31억5000만 달러(4조1200억원)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 의심거래를 확인했다. 국내 은행을 거쳐 해외로 송금된 이상 자금이 65억4000만 달러(약 8조5176억원)로 집계됐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수시로 이체된 자금(원화)이 무역법인 계좌로 모인 뒤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다. 일부에서는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점을 노린 차익거래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자금세탁과 비자금 조성 등 권력형 비리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 설립, 업체는 다른데 대표·사무실주소·직원 등이 같은 경우, 거래당사자 외 제3자 송금 시 한국은행 신고의무 위반, 업체 업력·규모에 비해 대규모 송금이 이루어지는 등 드러난 문제가 단순하지 않고 심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불법행위가 여러 은행에서 오랜 기간 대규모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과 금융당국의 검사 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내는 상황이다. 수상한 외화송금이 대규모로 발생하는 동안 은행들이 외환 업무와 자금세탁 방지 업무 관련 법령 및 감독 규정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의문이다. 관련 법규만 제대로 지켰어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는 문제다. 금융감독 당국은 은행이 자진 신고할 때까지 이상 징후를 확인하지도 못했다. 금융권의 의심거래보고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서 금융정보분석원의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대응 능력에 허점만 드러낸 상황이다.

우리 은행들이 암호화폐 거래자들의 돈세탁 창구로 전락한 상황에서 선량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8조5000억원이 넘는 수상한 외화송금이 비자금과 연관됐다면 은행과 가상자산거래소 등에 대한 엄단이 불가피하다. 은행이 돈벌이에 급급하면 금융소비자의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는 것과 함께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금감원은 철저한 외환시장 조사와 은행별 검사를 통해 명명백백 진상을 규명하고, 검찰·관세청 등도 수상한 외화송금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아울러 외환거래 감시 체제를 강화해 불법거래를 사전 차단하고, 금융당국의 감독시스템에 대한 제도 보완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22년 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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