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비교할 때 우리 정부가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은 근시안적일 뿐 아니라 위기를 키우는 측면도 없지 않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폐단이 수년전부터 나타났음에도 이를 간파 못한 현 정부는 철지난 신자유주식 성장정책(예, 747공약)을 폄으로써 위기를 내부로부터 키웠다.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풀어 놓은 대책들마저 위기를 오히려 키우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
정부가 경제활성대책으로 쏟아 내고 있는 대규모 감세방안, 재정지출, 규제완화 등이 그러하다. 일견,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위기대응책과 비슷해 보이지만, 기실 이는 국민적 반감 때문에 덮어놨던 ‘MB공약 보타리’를 이 기회에 풀어 놓은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버블을 되살려 위기를 이겨낼려는 속셈인 ‘재정지출’과 각종 부동산 개발규제 완화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서브프라임모기지에 의한 부동산 거품 붕괴로 부터 비롯됐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2002년부터 2006년 사이 미국의 가계대출은 연간 11%로 경제 성장률을 훨씬 앞섰고, 덕분에 2000-2005년 미국의 주택시가 총액은 50%나 폭증했다. 그러나 실물경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자 대출 부실화와 그에 따른 집값의 거품붕괴, 그리고 채권부실화에 의한 파생금융상품의 거품붕괴가 겹쳐 금융위기가 발발했다. 위기의 화근은 금융자본의 도덕적 해이지만, 직접적인 것은 이들이 부동산 부문으로 몰려가 일으킨 거품이다. 즉, 부동산 가치의 과잉화가 위기를 불러냈던 것이다.
최근 국가부도 상태로 내몰린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스페인 등을 보면 모두 다른 선진국에 비해 부동산건설부문이 과잉화된 특징을 보이고 있다 건설투자의 GDP 대비 비중으로 치면 우리나라(1995-2006년 사이 연평균 19.2%)는 이들 나라 보다 더 할 뿐 만 아니라 OECD 회원국 평균의 1.7배 정도되니 가히 세계 최고 토건국가라 할 수 있다.
부동산건설은 경기활성화를 체감할수 있는 지표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러니 이를 통해 경제를 되살리려는 욕심이 토건세력이 득세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자연히 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앞의 예에서도 그랬지만, 주요 선진국의 역사에서도 부동산건설의 과잉화 뒤엔 늘 경기불황 내지 경제위기가 들이닥쳤다. 80년대의 부동산 거품 붕괴로 90년대를 잃어버린 10년으로 보냈던 일본의 뼈 아픈 경험은 우리에게 살아 있는 증거다.
우리도 2000년대 들어 거품논쟁이 일 정도로 부동산 가치가 과잉화되어 붕괴 일보직전까지 갔다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다소간 가라앉는 상태다. 사실 그것은 ‘붕괴 위기의 잠복’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하다. 이 상황에 잘못된 정책은 자칫 이를 현실화하기 십상이다. ‘위기의 선제적 대응’이란 이름으로 쏟아내는 재정투자나 규제완화(특히 부동산세제, 재건축규제, 대출규제 등)는 수면 아래의 부동산 거품을 다시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실물경제가 충분히 뒷받침되면 거품은 문제가 될 게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가계대출금은 2008년 9월말 현재 383조원으로 국내 총생산의 34%에 달하며 최근 경기위축으로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가계에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지고 연체율이 급증하면 한국형 서브프라임모기지의 발발은 시간문제가 된다. 이로 인해 상환할 단기외채가 많고 예대율이 높은 국내 금융기관들이 대출부실화와 유동성 경색 등을 겪게 되면 한국형 금융위기 발발 또한 시간문제가 된다.
정부의 위기대책은 이를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선전하지만 근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전제 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거품의 위험을 수반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래서 정부의 SOC와 부동산 시장 활성화 중심의 경기활성화 대책이 위기에 기름을 ‘선제적으로’ 붓는 격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위기를 키우는 대응책이 남발되는 것은 현 정부가 ‘토건적 신자유주의’ 세력에 의해 포획되어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금번 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폐단을 절감하면서 이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가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에 견주어 토건적 신자유주의 세력에게 국가의 명운을 계속 맡겨야 하는 우리의 현실은 안타까울 뿐이다. 결국 제3세력으로 새로운 계몽적 시민들이 위기극복의 주체로 나와야 할 때인 것인 것 같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
조명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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