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사고에 거듭되는 대책 발표, 하지만 무슨 변화 있었나"

직업계고의 안전한 현장실습 확보와 정부 현장실습 활성화를 위한 국회 결의안 100인 공동발의 이영일 객원칼럼위원l승인2022.08.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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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4일, 여야 국회의원 100명이 "직업계고등학교의 안전한 현장실습 확보와 정부(산하기관) 현장실습 활성화를 위한 국회 결의안"을 공동발의했다.ⓒ 강득구 의원실

지난해 10월 6일, 전남 여수의 한 특성화고 3학년 홍 모군이 현장실습 중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는 잠수 작업을 혼자 하다 숨진 일이 있었다. 당시 홍군은 잠수 자격증도 없는 상태였을뿐더러 현장실습과는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홍군은 특성화고 레저과 학생으로 당시 현장 실습 업무는 승선 인원 확인 보조, 음료 서비스, 요트 정박시 보조 업무 등이었지만 업체 사장은 잠수도 잘 할 줄 모르는 홍군에게 12kg 중량납 벨트를 차고 물에 들어가게 해 결국 나오지 못하고 익사했다.

당시 이 사건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은 현장실습표준협약서와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하라고 촉구하며 촛불집회와 홍 군 추모제등을 통해 기형적인 특성화고 현장실습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촉구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대도 철저한 진상조사와 관련자 처벌, 특성화고 실습에 대한 안전대책과 청소년인권조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그런데 특성화고 학생들의 실습 사고는 비단 홍 군의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10여년전인 2011년에는 모 자동차 공장에서 실습하던 특성화고 학생이 평일 10시간씩, 토요일에도 8시간씩 특근으로 혹사당하다 뇌출혈로 숨진 일이 있었고 2014년에는 모 제당회사 공장에서 실습의 과중함으로 토로하며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2017년도에는 제주도 생수공장에서 특성화고 학생이 현장실습 도중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잔혹사는 이외에도 무수히 많다.

 

반복되는 사고에 거듭되는 대책 발표. 하지만 무슨 변화 있었나

교육부는 지난 2017년 특성화고 현장실습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국회도 2020년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을 일반 근로자와 동일하게 보호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법은 특성화고 학생등을 지켜주지 못했고 이들을 실습행이 아닌 어리고 값싼 소모품으로 치부하는 관행도 바뀌지 않았다.

2021년 여수에서 홍군이 숨지자 정부와 정치권 모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법령 위반사항, 제도 운영상의 문제점 등까지 엄중하게 조사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현장실습 안전을 지키는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난 8월 24일, 여야 국회의원 100명이 '직업계고등학교의 안전한 현장실습 확보와 정부(산하기관) 현장실습 활성화를 위한 국회 결의안'을 공동발의했다.

대표발의자인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은 “국회가 앞장서 직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아픔을 겪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말 그렇게 노력했으면 좋겠고 1회성으로 끝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솔직히 반신반의의 마음을 지우기도 쉽지 않다. 홍군을 죽음에 이르게 한 요트업체 대표는 징역 5년형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풀려났고 업체 벌금도 2천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감형됐다.

사고가 나면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지만 시간이 지나면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상관없는 업체로 아직도 실습을 나가고 있는 현실, 죄를 지은 실습업체 대표도 슬그머니 감형해주는 사회 분위기안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도대체 어떤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그 시작은 특성화고 실습생도 노동자로 대우하는 풍토의 조성이 우선이다.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현장실습 폐지가 장기적 관점에서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지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실습기간동안 이들을 값싸게 부려먹을 수 있는 소모품이 아니라 사회의 한 구성원이자 생산일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진 노동자로 인식하는 것이 안전 보장과 학생 인권을 근본적으로 보장하는 그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영일 객원칼럼위원

이영일 객원칼럼위원  ngo2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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