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자서전을 써보자

[강상헌 칼럼] 강상헌l승인2008.11.1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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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대신 써주는 업체가 많이 생겨난다고 한다. 출판동네에서는 우후죽순 같다고 얘기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자서전이 부쩍 많이 소개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자서전(自敍傳)이 무엇인가? 백과사전은 ‘자신의 생애를 기술한 것’이라고 간단히 정의한다. 인터넷 백과사전이라는 위키피디아는 ‘자신의 생애에 대해 스스로 쓴 전기’라고 설명한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은 자서전(autobiography)을 ‘스스로 쓴 그 사람의 생애 이야기(the story of a person’s life, written by that person)’라고 풀이한다.

그런데 우리 말글의 표준이라 할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작자 자신의 일생을 소재로 스스로 짓거나, 남에게 구술하여 쓰게 한 전기’라고 풀이하여 다른 사전들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교열 또는 퇴고의 수준을 지나, 남이 대신 써 주는 것 까지도 자서전의 범주에 넣은 것이다. 물론 ‘남에게 불러줘서 쓰게 한’ 글이라는 설명이 안전판의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그 정의야 어떻든지, 자서전의 뜻은 스스로의 삶을 진솔하게 쓴다는 것이 핵심일 터다. 세상의 큰 결정이나 논의의 한 가운데 있던 이가 그 어려웠던 절차와 갈등을 추후에 공개해 역사를 바루는 것이나, 평범한 이가 큰 일(사건)을 당시 자신의 관점에서 서술한 것이나 모두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절세미녀의 생애 한가운데서 벌어졌던 멋진 남성들의 흥미만점 과거사나 스캔들이 실린 자서전은 많은 사람의 호기심의 표적으로서의 의미가 있겠다.

한 일터에서 꾸준히 일해 그 일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노하우를 가진 장인이 쓰는 자서전이라면, 비록 그가 위대한 인물의 반열에 들지는 못했더라도, 인류의 자산을 보존하고 유전(遺傳)한다는 뜻이 있다. 예술인의 그것도 마찬가지겠다.

‘사람’이 가진 경륜과 생각, 불굴의 영혼,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처럼 귀한 것이 세상에 더 있을 수 없다. 덮고 싶은 부끄러운, 그러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하고 소리쳐야 평생 속이 시원할 일도 있겠다. ‘바른 자서전’의 여러 얼굴이겠다.

그런데 요즘 ‘장삿속’에 바랜 사이비 자서전이 많이 보인다. ‘정직한 자서전’과 ‘사이비 자서전’의 경계가 뭐냐 하며 되묻는다면 필자로서도 그 대답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물어볼 이의 생각도 실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필업체들의 마케팅을 보면 ‘사이비 자서전’의 정체는 비교적 명확하다. 또 이리저리 하여 유명인이 된 인사들에게 출판사들이 경쟁적으로 접근해 인터뷰 몇 번한 내용으로 뚝딱 ‘자서전’이란 걸 만들어내는 요술이 횡행한다. 내용이 부실하여 양심상 좀 무안하다 느꼈는지 어떤 책은 ‘자전적 에세이’라고 제목을 건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로고.

‘남들이 자신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다'며 술에 취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느 여배우의 자서전 얘기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유족과 출판사 간의 싸움도 그다지 맑아 보이지는 않는다. 인격미완(人格未完)의 이런 행태가 자칫 많은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할 것이다. 그가 남긴 자서전도 아무래도 세상에 덜 이롭겠다.

유서에 관해 생각해 본적이 있는지 필자는 묻는다.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죽는다’는 생각이 어쩐지 유쾌하지 않아 미뤄 놓았다는 대답을 여러 지인들에게서 듣는다.

그러다 갑자기 저세상으로 건너게 된다면 당신도, 당신의 사랑하는 가족도 엄청나게 당황하게 될 것이다. 재산분배와 같은 문제로 다시 불행한 일이 빚어질 수도 있다. 술주정 욕설과 저주나 외마디 비명이 당신의 ‘유언’이 된다면 얼마나 절망스런 일인가. 유서 장만은 인생을 깊이 보는 계기라고 한다. 얼른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

자서전의 기본은 어쩌면 유서를 쓰는 자세여야 할 것이다. 자신을 한 점 거짓 없이 뒤돌아보는 일, 얼마나 장엄한 일인가? 얼마나 큰 행복인가? 자서전을 쓰는 일은 유서와 마찬가지로 한 생명, 시민으로서의 엄정한 권리이자 의무일 터다.

이런 귀중한 기회를 ‘대필업체’의 장삿속에 맡겨 사이비 자서전을 한 권 더 세상에 내놓는 ‘오염행위’가 가당키나 한 것인가.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여의도를 중심으로 자서전업체의 광고가 점점 많아지는 낌새다. 알맹이 없는 일부 정치인, 정치지망생들의 ‘자서전’은 실은 코미디 수준이다. 어쩌다 돈 많이 번 ‘사장님’들이나 인기 연예인들의 '그렇고 그런' 자서전도 그렇다. 정말인지, 자랑거리가 그렇게나 많은지, 그 인격의 화신(化身)이라니.

스스로 써야 한다. 자신이 쓰면 이런 폐단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마음과 기초만 바르면 당신도 얼마든지 세상을 아름답게 할 자서전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당신도 인류의 ‘보석’으로 길이 남을 수 있는 것이다.


강상헌 논설위원

강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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