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복회를 아는가.

다복회는 서울 강남 주민의 계 이름이다. 곗돈의 운영자금이 2천200억원에 이른다. 동네 이웃들이 꾸린 ‘친목계’라기 보다는 ‘강부자’들의 투전판이라고나 할까.

계원이 한 달에 붓는 돈이 2천500만원에 이르고 100억원 어치의 계를 든 사람마저 있다니 힘없는 서민은 그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다. 통상 친목계의 수익률을 10%로 잡는다면 100억원 어치의 계를 든 사람은 10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런데도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서민은 푼돈으로 적금을 들어도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해야 한다. 형평에 너무 어긋나는 처사라고 아니할 수 없다.

현행 소득세법에는 곗돈 수익에도 이자를 물리도록 되어 있다. 비영업대금의 이익(사채이자 등)이 4천만원을 넘을 경우 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를 통해 얻은 수익에 이자를 냈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도대체 국세청은 무얼 하고 있는가’ 라는 아우성이 쏟아질 판이다. 부자는 더 돈을 벌고 서민은 더 가난해진다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강부자들이 좋아할 만한 또 하나의 중요한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3일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종부세가 입법권을 남용하지 않았으며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나 이중과세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세대별 합산 과세는 위헌이며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과세는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종부세 과세대상은 무려 91%나 줄어들고 이중 67%는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에 밀집돼 있어 ‘강부자’들이 가장 커다란 혜택을 받게 됐다.

이러한 결정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헌재에 알아본 결과 세대별 합산은 위헌으로 갈 것이라고 보고 받았다”고 답변했다. 진보신당의 지적대로 ‘한나라당 맞춤형 판결’이다.

전체 국민 중 1%가 내는 세금에 불과한 종부세가 무력화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에 이어 헌재마저 1%의 강부자를 대변하는 권력이 된 셈이다. 게다가 국민 84%가 찬성하는 법에 대해 강부자를 대변하는 결정을 내린 헌재 재판관들은 자신들의 결정으로 모두 세금 감면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중이 제 머리 깎는 셈이랄까.

‘리만 브러더스’가 얼마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으면 헌재마저 이들의 코드에 맞추려 했을까. 이명박 정부는 헌재의 결정에 대해 강남 주민이 환호하는 것을 보면서 ‘집토끼’를 지켰다고 속으로 느긋해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집 한 칸 없거나 간신히 가족들 잠잘 정도의 집에 사는 서민은 ‘리만 브러더스’를 외면할 것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살림살이에 겹쳐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산토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질 지도 모른다. 집토끼들도 경제불황으로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종부세의 사망선고로 과세대상만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부부 공동명의로 주택을 분할하면누진세율 적용에서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이제 강부자들이 잔머리를 굴리게 된 것이다. 그동안 걷어들인 종부세에 대한 환급신청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 환급금액만도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의 재정부담은 고스란히 서민 몫으로 돌아갈 게 뻔하다. 1% 강부자의 감세 혜택을 나머지 국민이 모두 떠안는 셈이다.

종부세 사망선고는 부동산 투기를 부추겨 거품을 양산할 게 뻔하다. 노무현 정부가 시행한 부동산투기 억제정책은 종부세의 무력화로 사실상 모두 폐기됐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양도소득세와 상속세 감면을 약속했고 토지거래신고지역을 축소하고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공언했다. 부동산 경기부양을 통한 경제성장률 높이기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경제위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부동산 정책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라고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명박산성’ 뒤에 숨어서 귀를 막고 있다. 이제 서민은 ‘토목 대통령’이 선사한 ‘삽질 경제’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숨죽이며 살아야 한다.

서민은 세금을 내지 않는 친목계에 가입하기도 어렵다. 한 달에 붓는 곗돈이 2천만원에 달하는 강부자의 다복회는 꿈꾸기조차 어렵다. 월급으로 그만큼의 돈을 버는 서민도 없다. 부동산으로 돈을 번 강부자들은 종부세 무력화를 통해 감면받은 세금으로 곗돈을 부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더 많은 돈을 벌 것이다. 대한민국은 점점 강부자의 나라로 변하고 있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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