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활성화 등 대통령령’ 폐지 반대

시민단체 "정부·시장·시민사회라는 사회발전시스템 균형 파괴 행위" 양병철 기자l승인2022.09.14 20:10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대통령령 폐지 이유가 명확하지 않고 근거가 없으며, 시대적 흐름에 역행

추진과정이 ‘비공개’, ‘긴급 절차’로 비상식적

진보·보수 정부를 넘어 시대적 흐름인 민관협력 해체 및 소통 단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이하 시민사회)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의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을 위한 대통령령’ 폐지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실이 지난 9월 7일자로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이하 대통령령)’폐지령 안을 입법예고했다. 대통령령은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시민사회발전위원회 규정(국무총리훈령)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시민사회 활성화 및 공익활동 증진을 위한 규정’(국무총리자문에서 심의기관)으로 격상된 것으로, 현재 이 규정에 근거해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연구기관을 지정하는 등 시민사회활성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는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을 위한 대통령령’ 폐지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이에 시민사회는 국무총리실이 대통령령 폐지 사유를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효율적 운영’을 들고 있지만, 이는 다음과 같은 명백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령 폐지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고 근거가 없으며, 시대적 흐름에 역행

일반적으로 정부위원회의 폐지·조정·통폐합은 중복성(다른 위원회와 역할의 중복), 비활동성(구성 이후 활동이 없을 때), 변화의 필요성(시대나 사회 흐름과 맞지 않을 때)에 따라 추진된다. 그러나 그동안 시민사회위원회는 정부의 유일한 시민사회 관련 총괄위원회로 다른 위원회와 중복적이지 않다는 점,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국가 차원의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을 수립하여 시행 중이라는 점, 시민사회 조사 및 연구 활성화를 위해 시민사회 연구기관을 지정하고 시·도로 하여금 관련 조례를 제정하여 시·도 계획의 수립 등의 많은 활동과 성과를 내고 있는 점 등 국무총리실의 위원회 조정 및 통폐합 사유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국가운영에서 시민사회의 사회적 역할과 기여를 인정하여 정책적 지원과 제도화를 통해 건강한 시민사회가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으며, 이를 통해 정부와 시장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문제를 시민의 참여와 협력적 거버넌스로 해결해가는 정책패러다임을 정착시켰다. 그동안 한국의 시민사회는 우리 사회 전반의 정치적, 경제적 민주주의를 견인하며, 환경·여성·소비자·지역공동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들의 권리와 책임을 확장해 왔다. 1987년 민주항쟁 이후 30여년 동안 시민사회는 대변형(advocacy) 시민운동단체만으로는 대표될 수 없을 정도로 활동의 폭과 범위가 확대되고 활동의 주제와 방식이 다양해졌다.

정부도 이러한 시민사회의 변화에 부응하여 대통령령을 제정하고 자문기구를 심의기구로 격상하는 등 정부와 시민사회 간의 소통·협력 강화 및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의 증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기후 변화, 세계경제 위기와 국제질서의 재편, 물가폭등과 자산의 양극화 등 국내외적 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시점에 시민의 참여와 협력, 창의력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시민사회 발전을 저해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용산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는 시대의 요구와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면서 대통령령을 폐지하려는 그 이유와 근거를 국민과 시민사회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

▲대통령령 폐지 추진과정이 ‘비공개’, ‘긴급 절차’ 등 비상식적으로 진행

국무총리실은 지난 9월 1일 행정안전부장관 및 시·도 광역자치단체 등 국가기관 59곳에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 폐지령안 의견’을 9월 8일까지 회신 요청하며, ‘기일까지 회신이 없는 경우엔 이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처리 하겠다’는 비공개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공문 발송 1~2주 전만해도 관계 부처와 광역시·도에 제5기 시민사회위원회 위원 추천을 요청해 관계 부처나 시·도로부터 실제 위원 추천을 받았고 8월 말에는 ‘시민사회연구기관’을 공식 지정했다.

그럼에도 국무총리실은 대통령령 폐지를 추진하면서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 및 시민사회정책을 총괄하는 합의체 기구인 시민사회위원회 위원들과도 일체의 협의가 없었고, 법제처에 기관 의견회신 기간 단축 및 입법예고기간 단축을 요청하는 등 긴급하게 폐지 절차를 시도했다. 시민사회는 윤석열 정부에게 왜 대통령령으로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증진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인지, 왜 시민사회 정책을 총괄 협의하는 시민사회위원회에 협의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비밀리에 폐지를 추진하는 지에 대해 국민과 시민사회에 명확히 해명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진보·보수를 막론, 유지 발전시켜온 민관협력 파트너십의 해체 및 대화 단절

시민사회위원회는 정부와 시민사회의 바람직한 관계 정립, 시민사회 발전을 위한 기반 마련, 시민사회단체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조성을 목적으로 정부 부처와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구성한 민·관거버넌스 기구다. 정부는 갈수록 복잡 다난해지는 사회문제를 정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여겨 시민사회에 직·간접적인 지원을 해 왔으며, 시민사회도 때론 정부와 협력하고, 때론 정부를 감시하며 위원회 활동에 적극 협력해 왔다.

그동안 시민사회위원회는 시민들의 공익활동 촉진을 위한 생태계 기반조성(자원봉사 및 기부금 활성화, 공익법인 투명성 강화, 비영리단체지원제도 개선 등)이나 사회의 현안(코로나19 대응, 주한미군기지 환경오염 개선, 친환경식품 표시제, 도시공원 일몰제, 플라스틱 줄이기, 민통선 지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협력해 왔다. 이 과정을 통해 시민사회위원회는 성숙한 시민사회 형성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정부와 시민사회 간 소통의 촉진과 사회문제 해결의 협력자로 사회통합에 기여하며, 시민들의 참여와 민주적 역량 강화를 이끌어 왔다.

▲ (사진=환경운동연합)

하지만 정부와 시민사회의 소통·협력은 제도화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한 채 초보적인 수준이고 협치 역시 사회협약 등으로 진전되지 못한 현실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령의 폐지는 정부와 시민사회간의 민관협력 파트너십 해체와 소통의 중단, 퇴보를 의미한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국내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이 시점에 대통령령을 폐지하는 것은 오히려 정부의 고립과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 따라서 시민사회는 윤석열 정부의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을 위한 대통령령’ 폐지를 적극 반대하며, 시민사회 주체들과 시민사회 정책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공론장을 요구한다.

▲정부·시장·시민사회라는 사회발전시스템의 균형을 파괴하는 행위

대통령령 폐지는 단순히 하나의 법령을 폐지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역대 정부가 시민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역사를 반추해야 한다. 역대 정부들 △노무현 정부의 한국시민사회발전위원회는 ‘한국시민사회발전을 위한 청사진(2004)’을,

△이명박 정부의 특임장관실 시민사회발전자문위원회는 시민사회 발전의 뉴패러다임을 위한 ‘민관협력과 시민사회발전을 위한 청사진(2012) 민관협력과 시민사회발전을 위한 10대 청사진(2012, 이명박 정부) : 시민교육 및 나눔문화 활성화, 시민사회센서스, NGO 기금설치 및 센터 설립, 사회적경제 활성화, 국제연대 및 협력 역량강화, 시민사회발전 법·제도정비, 정부·시민단체 간 거버넌스 문화 확산과 제도화, 제3섹터 중앙부서 신설’을,

△박근혜 정부의 시민사회발전위원회는 ‘국가와 시민사회발전을 위한 4대 제언(2017) 국가와 시민사회발전을 위한 4대 제언(2017, 박근혜 정부) : 정부·시민사회 간의 거버넌스 구축, 시민사회내부갈등 완화, 시민교육의 제도화, 비영리민간단체 지원제도 합리화’을,

△문재인 정부의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발전위원회 및 대통령령으로 격상된 시민사회위원회(심의위원회)는 각각 5대 제안(2019)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발전위원회 5대 제언(2019, 문재인 정부) : 정부·시민사회 간 사회협약 체결, 시민들의 자발적 공익활동 증진위한 제도혁신, 시민사회대표가 참여하는 정부위원회의 협치적 관점에서 혁신과 시민 주도성 강화, 시민사회발전위원회의 시민사회와 정부 간의 협력업무 총괄 및 지원사무국 설치, 깨어있되 개별적인 시민들이 참여할 시민참여제도 획기적 개선과 ‘4대 성과와 3대 제안(2022) 시민사회위원회 4대성과 3대 제언(2022, 문재인 정부) : 4대성과(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 활동 증진을 위한 기본계획, 시민사회 관련 법제도 개선(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 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 개정, 시민사회활성화기본법 제정 추진, 공익법인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추진, 비영리법인 온라인 총회 제도 개선 추진), 온라인 소통 채널 구축 및 운영, 지역 시민사회 활성화 지원을 위한 표준조례 보급 및 3대 제언(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정부·시민사회 소통·협력 확대, 시민사회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서의 시민사회위원회의 역할 강화)’을 제시하는 등 역사적으로 시민사회 활성화와 지원을 다양하게 추진했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한계를 드러내는 오늘날, 더 나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대안으로 정부와 시민사회의 소통과 협치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이때에 오히려 대통령령을 폐지하고 시민사회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정부와 시민사회간, 시민사회와 시민사회간 상호관계와 정책협력의 균형적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두 달 전 용산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의 간담회에서 시민사회의 주요한 정책이 시행될 경우 사전에 공론화를 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대통령령 폐지를 어떠한 협의도 없이 비밀리에 긴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와 시민사회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행위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는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일방적인 대통령령 폐지령안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대통령령 폐지를 포함한 시민사회 관련 정책협의의 장을 즉각 마련하라. ▲정부와 시민사회의 협력관계를 지속할 중장기적인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라. 등이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양병철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