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침해…명예훼손·모욕죄 폐지를”

경실련, 경찰은 정치권의 언론 통제용 명예훼손죄 고발 각하 촉구 양병철 기자l승인2022.09.3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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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은 29일 “경찰은 정치권의 언론 통제용 명예훼손죄 고발를 각하하라”고 밝히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명예훼손 및 모욕죄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미국 순방중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보도한 MBC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피해자도 아닌 자에 의한 명예훼손 고발은 각하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대통령과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통제하고 처벌하기 위해 명예훼손죄를 적용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를 표한다.

▲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26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허위 방송한 MBC 박성제 사장, 편집자, 해당 기자 등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사진=서울특별시의회)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가 명예훼손 및 모욕 등의 형사고소 행위를 할 경우 대부분 당사자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조사과정에서도 대리인이 출석한다. 무죄나 무혐의로 결정되더라고, 고소당한 자는 고소한 자의 얼굴조차 보지 못한 채 고통스럽고 긴 형사 절차를 감당해야 한다. 이로 인한 긴장과 위축의 결과로 우리 사회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공론장은 심각하게 왜곡되어 왔다.

관련해 미네르바 사건 이후로 허위사실 자체를 처벌하는 형사처벌은 폐지되었지만, 명예훼손 및 모욕죄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미 대법원에서 “정부와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여전히 공직자들에 의한 고소·고발이 남발되고 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비판은 광범위하게 허용되어야 하며,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은 국제적 흐름이기도 하다. 유럽평의회는 지난 2001년 이후 회원국들에게 명예훼손의 비범죄화를 촉구해 왔고, 미국에서는 대부분 민사적인 방법에 의해 해결하고 있다.

UN은 우리나라에 대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명예훼손의 비범죄화를 촉구했다. UN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1년 사실적시 여부를 떠나 모든 형태의 명예훼손에 대한 범죄화는 바람직하지 못 하다라고 입장을 표했고,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랭크 라뤼는 2011년 대한민국에 대한 보고서에서 “명예훼손죄를 삭제할 것”을 권고하였으며, UN 자유권위원회는 2015년 11월에도 대한민국에 “명예훼손을 비범죄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특히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8월 3월 미투와 관련하여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것을 2차 피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번 대통령을 위한 명예훼손 고발 사건에 대하여 즉시 각하 처분을 해야 한다. 한편 명예훼손 및 모욕죄는 원칙적으로 폐지하되, 고위 공직자나 기업과 같은 사회적 강자들에 의한 형사고소는 접수 단계에서 각하시키는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 민주사회에서 토론을 통해 형성되어야 할 의사표현이 수사 및 기소로 위축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언론사 고발행위를 자제시키고, 본인이 한 발언의 내용 및 취지를 직접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할 공직자로서 책무를 지켜야 한다. 더 나아가 여당 집행부가 언론사에 방문하는 등으로 압박하는 것 역시 금기시되어야 할 일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가짜뉴스 대책이자 언론개혁이라는 미명하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언론중재법안들이 발의되었을 때 국민의힘은 이를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하며 반대했다.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게 되자 언론사에 방문해 압박하고, 명예훼손 고발을 응원하는 등 더한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내로남불 그 자체다.

경실련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정파적으로 언론사 및 비판하는 시민에 대해 형사 고소·고발하는 행위는 자제되거나 금기되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국회는 관련 형사처벌 조항들을 폐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민생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말할 수 있는 자유마저 위축시켜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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