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사형폐지국가다

[공동성명]l승인2022.10.08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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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형폐지의 날 결의문

대한민국은 사형폐지국가다

범죄를 저지른 이는 엄중한 법의 심판으로 그 책임을 져야 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그 죄가 무겁다고 하여 국가가 법의 이름으로 국민의 생명을 직접 빼앗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참혹한’ 범죄를 ‘참혹한’ 형벌로 응징하는 일은 그 자체로 ‘참혹한’ 일이다. 반복되는 폭력의 악순환을 누군가 먼저 멈추어야 한다면 이는 바로 정부와 국회이어야 한다.

더 많은 이들을, 더 강력하게 처벌하자는 주장은 정의로운 말처럼 들리지만 그 주장에는 범죄 발생을 줄이기 위해 근본적 원인들을 찾아 해소하려는 노력과 합리적인 갈등해결 제도 마련 등의 사회적 책임이 빠져 있다.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생명은 존엄하다. 생명은 생명을 존중하는 방식으로만 지킬 수 있다. 국민의 생명을 빼앗는 형벌을 그대로 둔 채, 국민에게는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지난 7월 13년 만에 사형제도의 위헌 여부를 논하는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이 열렸다. 공개변론에 즈음하여 7대 종단의 대표들과 국가인권위원회, 주한EU대표부, 국제앰네스티, 한국 천주교 주교단 등에서 사형제도 위헌 결정 호소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전달하는 등 어느 때보다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올해는 2003년 시작된 세계 사형폐지의날 20주년을 맞는 해이면서 대한민국에서 사형집행이 중단된 지 꼭 25년이 되는 해이다. 2007년 사형집행 중단 10년이 되었을 때 우리는 이미 대한민국이 사형폐지국가임을 선포했고 국제사회는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했다.

지난 25년 동안 이 땅에서 사형집행이 없었던 것은 양심과 생명을 존중하는 정부의 결단과 국회의 지지가 종교, 인권, 시민사회의 끈질긴 노력과 조화를 이루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사형제도 폐지를 향한 국제사회의 흐름은 이제 거스를 수 없다. 이미 140여 개국이 사형제도를 완전히 폐지하였거나 사실상 폐지하였다. 아메리카대륙에서 유일하게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미국 역시 사형제도를 폐지한 주가 23개에 이른다.

UN이 전 세계의 사형폐지를 목표로 선포한 것도 이제 30년이 되었다. 범죄억지력도 증명된 적 없고 피해자들에게도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사형제도는 이제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

우리 국회에 사형폐지특별법이 처음 발의된 것이 1999년이다.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이번 21대 국회까지 매 국회마다, 총 아홉 건의 사형폐지특별법이 발의되었지만 단 한 차례도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논의의 시간은 충분하니 이제 결단 할 때이다.

우리 국회가 모든 법률에서 사형을 폐지하고 대한민국이 완전한 사형폐지국가가 된다면, 아시아 국가들의 사형집행 중단과 사형제도 폐지를 견인하는 명실상부한 인권선진국이 될 것이다.

세계사형폐지의날 20주년을 맞아 이 기념식을 공동 주최한 국회의원들과 인권사회단체들은 사형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 멀지 않았음을 선언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결의한다.

2022년 10월

20회 세계사형폐지의날 기념식 참가자 일동

[공동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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