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는 민선 8기 공공기관 효율화를 추진하면서 10월 12일 관련 시민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또 부산시 ‘공공기관 효율화 추진단’이 2개월가량 협의와 검토 끝에 공공기관 효율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5일 밝혔는데, 25개 산하 공공기관을 기능 중심으로 묶어 20개로 통폐합하고 중복기능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발표는 추진 과정과 효율화 내용에 있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1. 소통과 논의를 통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일방적인 공공기관 통폐합

1) 부산시는 지난 8월 30일 산하 공공기관과 ‘공공기관 효율화 공동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내용 중에는 공공기관 기능 조정에 대해 25개 기관이 적극적 협조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산하기관과 협약을 체결하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산하기관이 적극적으로 ‘협조’ 한다는 내용은 수평적 소통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의 지시에 ‘따른다’라는 것과 다름없고 이는 이후 공공기관 통폐합과 관련된 소송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포석이다.

2) 부산시는 공공기관 통폐합 추진 과정에서 ‘소통’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10월 12일 개최하는 토론회는 100여명이 참석한다는 부산시의 홍보에도 불구하고 토론자는 부산시 재정혁신담당관, 용역 연구위원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을 제외하면 전문가 등 3명이 전부이다. 노동조합 당사자, 관련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와 전문가 토론자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토론회를 추진하면서 시민단체에 정식으로 참석을 요청한 바도 없었다. 문제를 제기해 온 전문가, 노조, 시민단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반대 의견을 듣지 않으려는 행정편의주의적 방식일 뿐만 아니라 시민 없는 형식적인 시민토론회인 것이다.

2. 근거 없이 밀어붙이는 권위주의 시절에나 가능한 공공기관 통폐합

부산시는 지난 5월부터 공공기관 기능 재조정 관련 용역을 진행하고 있는데, 용역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공약추진단’의 제안 내용, ‘공공기관 효율화 추진단’ 회의를 근거로 언론, 시의원을 통해 통폐합 내용을 먼저 알림으로써 폭넓은 논의와 토론을 막아버렸다. 공공기관 효율화의 기초 근거가 될 업무 기능, 조직과 인력 운영, 재무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기능 중복 운운하면서 근거 없이 기관 통폐합을 추진한 것은 15분 도시 공모사업, 어린이복합문화공간 조성 등 조례에 근거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같은 행태로 공공기관 통폐합이 과연 효율을 위한 것인지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정해 놓은 통폐합 계획에 기능과 기관을 끼워 맞춘 통폐합이 효율화인가!

1) 지난 9월 28일 33개 여성, 시민단체는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의 일부 기능을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과 통폐합하고 여성정책 전문 연구는 부산연구원으로 이관하여서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을 없애려는 방침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양성평등, 성폭력 지원 등 여성가족개발원의 고유 업무는 변함이 없다고 부산시는 설명하고 있으나 성, 여성, 가족 업무와 평생교육 업무가 합쳐지면 정체성이 모호해져 여성가족개발원이 수행해왔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지도 의문이어서 과연 어떤 효율이 생길 수 있는지 부산시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기를 바란다.

2) 부산복지개발원의 연구 기능 중 장기적, 거시적 기능은 부산연구원으로 넘기고, 복지개발원을 부산사회서비스원으로 전환해 복지서비스 제공에 주력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산복지개발원의 대부분 업무가 복지 관련 조사와 연구인데 이와 같은 주요 기능을 없앤다면 결국 부산복지개발원을 없애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조사, 연구라는 주요 기능은 사라지지만 일부 사업 기능을 남겨서 사회서비스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사라지는 기관의 반발을 의식한 꼼수이다. 기능 중복으로 통합이 필요하다면 내부 구성원과의 소통,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통합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서비스원은 법률에 근거해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전문성 및 투명성 제고 등 사회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구이다. 따라서 복지개발원을 사회서비스원으로 전환하는 땜질식 방침이 아니라 부산의 실정에 맞는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위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3) 부산경제진흥원과 부산테크노파크,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창업 지원 기능을 부산산업과학혁신원으로 이관한 뒤 부산창업혁신청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부산산업과학혁신원의 설립목적은 ‘과학기술의 수준과 역량을 분석하고 미래기술 예측을 바탕으로 지역산업 정책과 과학기술 혁신을 추진’하는 연구개발 전문기관으로서 신성장 산업 육성이 주목적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런 목적은 모두 달성이 되어 필요 없게 되어 창업혁신청으로 전환이 가능해진 것인가! 아니면 3기관의 창업지원 업무와 부산산업과학혁신원의 어떤 업무가 중복되어 부산산업과학혁신원을 창업혁신청으로 바꾼다는 것인지 그 근거를 제시해주길 바란다. 또한 창업혁신청 설립의 근거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법적 근거도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시장의 측근을 앉히기 위한 과도한 기관 전환으로밖에 판단할 수 없으며, 만약 시장의 측근이 창업혁신청의 기관장이나 주요 업무를 맡게 된다면 부산산업과학혁신원의 부산창업혁신청으로의 전환은 업무의 중복을 막고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환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것이다.

4) 정부의 공공기관 효율화에 맞춰 부산도시재생지원센터를 부산도시공사가 위탁하는 방안은 통합이 아닌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없애기 위한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도시재생센터의 사업 내용과 기능이 도시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과 다를 뿐 아니라(부산도시공사는 ‘택지 및 주택의 개발과 공급, 공유수면매립 등 도시개발사업’을 우선 추진하는 곳이어서 생활환경 개선, 뉴딜사업 등을 추진하는 도시재생지원센터와는 성격이 달라 이 두 곳을 합치는 것은 기능상 맞지 않는다)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직원을 어떤 방식으로 고용할지, 그렇지 않으면 계속 고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책 없이 부산도시공사가 흡수하는 것은 결국 기존에 진행 중인 도시재생지원센터 사업을 폐기하는 것이자 그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또한 고용이 불확실해지게 될 것이다.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없앰으로써 발생할 각종 갈등을 일시적으로 무마하는 것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효율화에 따라 각종 중간조직이 없어지고 있다 하더라도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설립 취지와 기능, 역할이 부산에서 여전히 유효한지를 먼저 검토한 후 근거를 통해 폐지, 통합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5) 부산시는 2009년, 2013년, 2015년 관리 중인 체육시설에 대한 경영진단 용역을 3차례 실시하였고, 그 결과 스포원이 단계별로 통합 관리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부산시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가, 경륜사업 사양화에 대응한다며 부산시설공단과 통합을 발표했다. 경륜사업의 사행성, 사양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시설공단과 통합인지, 다른 체육시설과 통합인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부산시의 논리대로라면 시설을 가지고 있는 모든 공공기관은 시설공단과 통합이 필요해 보인다.

부산지역 체육시설 전반에 대한 검토를 한 후 수요자인 부산시민의 편리하게 이용하고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통폐합이든, 효율화든 추진해야 할 것이다.

4. 통합이 논의되어야 할 기관들은 왜 빠졌고 통폐합의 절차와 과정은 왜 무시되는가?

기능 중복을 없애고 효율화를 위한 공공기관의 통폐합이라면 부산 영화의 전당과 부산국제영화제, 그리고 각종 문화 기관들에 대한 통폐합은 왜 제시되지 않았는가! 부산시가 공공기관의 수요자를 위해 공공기관 임직원과 소통하면서 재정을 절약하고 업무의 효율화를 위한다면 지금처럼 부산시 내부에서만 소통하고 일부 이해 관계자의 논리로 통폐합 논의를 진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공기관의 설립도 복잡하고 힘든 일이지만 공공기관을 통폐합하는 것은 그 설립보다 더 힘들고 복잡한 일이다. 그래서 부산시가 용역기관에 용역을 맡겨서 할 일도, 공공기관에 갑질하는 부산시 공무원이 일방적으로 할 일도 아니며, 일부 이해 관계자만을 위한 일도 아니다. 공공기관의 서비스를 받는 수요자인 시민과의 공감대 형성, 공공기관 임직원과의 소통을 통한 설득, 법적인 절차 마련 등이 먼저여야 한다.

하지만 부산시는 공공기관 통폐합을 용역을 통해, 심지어 용역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시민, 공공기관과의 소통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은 채 효율화라는 명목 아래 법적 근거와 과정과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례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결국 정당성과 권위를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시민의 불신과 정책의 실패를 초래할 것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2022년 10월 12일)

부산공공성연대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