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일수록 권리관계 정보접근성 하락…사기계약·보증사고에 일조

올해 수수료 수입 1000억에 불과…득 없이 실만 있는 수수료 폐지 시급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31일 “주거불안만 키우는 등기발급 수수료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등기열람·발급은 전 국민에게 필수적이나 수수료는 역진적이며, 특히 저소득층 일수록 권리관계 정보접근성 하락과 사기계약·보증사고에 일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올해 수수료 수입이 1,000억원에 불과하며, 득 없이 실만 있는 수수료 폐지를 시급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진=등기소)

등기사항전부증명서(구 등기부등본, 이하 등기)는 부동산 매매계약이나 임대차계약시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문서다. 소유권뿐 아니라 근저당권 등 소유권 이외 권리관계에 대한 사항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부동산 온라인 플랫폼이 발달해서, 부동산 계약과정뿐 아니라, 중개업소 방문 전에 등기를 열람하거나 발급해서 사전에 확인해 보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렇게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등기열람·발급에는 비용이 든다. 온라인으로 열람시 700원, 온라인 발급시 1,000원, 무인발급기 이용시 1,000원, 등기소에 방문해서 열람·발급시 1,200원이다. 등기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계약시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건축물대장과 대조된다.

건축물에 건축법 위반사항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건축물대장의 경우 2009년 법 개정으로 온라인 발급 시 수수료가 면제됐다. 전산화가 이루어져 작성·보관비용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등기 역시 전산화가 이뤄졌으므로, 온라인 열람·발급시 수수료를 반드시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등기열람·발급 수수료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역진적인(소득 상관없이 일정하게 부담) 특징을 가진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수수료는 거의 신경 쓰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상대적으로 발급을 꺼릴 것이다. 등기열람·발급 서비스는 필수재지만, 수수료의 역진성으로 저소득층일수록 큰 부담이 된다. 약간의 수수료라도 존재한다면 마음 편히 등본을 열람하거나 발급받기가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경제적 여유가 없을수록 물건과 관련된 법적인 권리관계에 접근하기 어렵고, 나중에 본인의 주거권이 침해되는 일을 겪을 확률도 높아진다. 등기열람·발급 수수료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러한 불합리함을 방치하는 것이다.

2020년 연간 등기열람·발급 수수료 수입액은 887억원이었다. 2017년부터 매년 일정 비율로 수수료 수입이 늘었다고 가정하면 2022년 수수료 수입은 979억원으로 예상된다.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수수료 부과에 따른 편익은 존재하지 않는다. 열람·발급을 신청한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법원행정처로 돈이 이전될 뿐이다. 반면 사회적 비용은 압도적으로 크다. 전 국민이 주택을 필수적으로 소비함을 고려해야 한다. 수수료 수입을 위해 국민의 주거불안을 방치하는 것은 훨씬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 (자료=소비자주권시민회의)

온라인으로 등기를 열람·발급하는 데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전 국민이 간편하고 부담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 등기열람·발급 수수료를 없앤다면,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간 총 4,700억원 정도의 수수료가 면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누구나 간편하고 부담 없이 등기를 열람하고 발급할 수 있다면, 특히 주거 취약계층인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수수료가 감면되는 만큼 일부 비용이 투입되겠지만, 국민의 편익은 이를 뛰어넘고도 남는다.

수수료를 없애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작년 등기열람·발급 수수료 폐지를 골자로 한 ‘부동산등기법 일부개정법률안’ 2건이 제안됐다. 조응천 의원 안은 작년 2월, 조수진 의원 안은 작년 4월에 제안됐으나,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21대 국회 전반기에 부동산 분야 법안 1,200여개가 발의됐는데, 접수부터 처리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5개월에 불과했다.

그만큼 부동산 문제가 전 국민의 관심사였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등기발급 관련 수수료를 없애자는 법안의 처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제안후 1년 반이 지나도 통과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등기열람·발급 수수료가 없다면 전 국민의 주거불안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아울러 주거 관련 권리관계에 관한 정보 접근성이 향상돼 모든 국민이 이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부동산 사기계약과 보증사고가 감소하는 부가적인 효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득은 없고 손실만 있는 등기열람·발급 수수료를 폐지하고 국민의 주거불안을 해소할 것을 법원행정처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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