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환경영향평가제도에서는 환경영향평가 과정에 적용해야 할 권장식을 정하지 않는다. 환경영향평가에 적용되는 각종 계산식은 사업자로부터 과업지시를 받는 환경영향평가대행자가 방안을 건의하고 사업자가 승인하면 적용된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연을 이해하는 폭과 깊이는 나날이 발전한다. 이에 따라 환경영향을 예측하는 기술도 발전한다. 새롭고 중요한 환경영향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특성이 있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과정에 적용해야 할 권장식을 미리 정하지 않는 것이 장점일 수도 있지만, 권장식을 신속히 검토해 이를 공표하는 방안이 더 큰 장점이 있다.

현재와 같이 권장식을 공표하지 않는 제도에서는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작성 전에 협의기관 및 검토기관에서 권장식을 제시한다면 대안이 될 수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환경영향평가제도에서는 항목범위획정위원회(스코핑 위원회)에서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위원회의 시간과 인력의 제한을 고려할 때 권장식을 특정하기를 꺼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권장식의 공표가 없는 기간은 계속될 전망이다. 권장식이 없는 상황이라면, 사업자의 선택은 분명하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유의해야 할 영향을 계산해 내는 기법이나 과학적이지만 영향이 크게 산정되는 식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과학적이지 않고 영향이 작게 나타나지만 그동안 관례적으로 쓰인 기법이나 식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래서 환경영향평가대행자라는 기업은 과학적인 환경영향평가 기법을 개발할 동기가 차단되게 된다.

협의기관과 검토기관에서 아무리 애를 쓴다지만 드러나지 않은 유의해야 할 영향을 계산해 내는 기법이나 과학적이지만 영향이 크게 산정되는 식의 선택 여부를 가려낼 수 없다. 하물며 검토시간의 제약, 투입인력의 제약, 전문성의 제약이 있는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

이런 제도로 30여년이 흘러왔다. 환경영향평가서를 둘러싼 문제점은 반복된다. 변화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이 잘못의 반복을 멈추는 방법은 환경영향평가서가 환경영향을 잘 예측하고 유의한 영향을 합리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언급하는 것에 대한 제약을 주는 일체의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

걸림돌 중 가장 큰 걸림돌은 생선을 고양이에게 주고 잘 지키라고 기대하는 구조다. 고양이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면 고양이보다 힘센 감시자가 고양이보다 더 생선 가까이에서 한시도 긴장을 풀지 않고 감시해야 성공할 수 있다. 생선은 생선을 지킬 의무가 있고 권한이 있는 자에게 맡겨야 한다.

협의기관(환경부)은 사업에 대한 승인 권한이 없다. 승인 권한은 승인권자에게 있다. 승인권자는 헌법에 명시된 환경권을 지켜야 하는 국가기관이다. 따라서 승인기관에게 환경영향평가서 준비를 맡겨야 한다. 그래야 환경영향평가대행자는 과학적인 환경영향평가기법을 환경영향평가서에 적용할 수 있다.

한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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