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식 ‘절망의 메시지’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8.11.28 16:50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 ‘산이 깊으면 계곡도 깊다’, ‘사슴을 쫓는 자는 토끼를 쳐다보지 말라’, ‘생선의 꼬리와 머리는 고양이에게 주라’, ‘낙엽 하나의 떨어짐으로 천하의 가을을 미리 안다’,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

이런 말들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주식투자와 관련된 말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정석 투자를 권유하는 ‘증시 격언’은 이밖에도 수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주가는 귀신도 모른다’이다. 만약 주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예지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미네르바도 해당 종목의 주가를 정확하게 예측하지는 못할 것이다.

주식의 정석과 '희망의 메시지'

주식 투자로 떼돈을 벌려면 당연히 최저가에 사서 최고가에 파는 것이다. 최고의 수익을 얻는 방법은 이 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그런데도 왜 증시 격언은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고 했을까. 어느 누구도 최저가와 최고가를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귀신도 모르는 주가를 사람이 알기는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은 주가에 관한 한 귀신 보다 나은 존재인 것 같다. 이 대통령은 미국에서 가진 동포 간담회에서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한 1년 내에 부자가 된다”며 주식투자를 권유했다. 10월 30일 언론사 경제부장단 오찬에서 “지금은 주식을 살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보다 앞서 지난해 12월 대선후보 시절에는 “내년에 주가가 3천을 돌파한다”"고 장담했으며 올해 9월에는 “펀드라도 사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정신적 멘토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귀신 관련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지난 3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서초동 땅 투기에 대해 ‘귀신이 땅을 사고 팔았다’는 요지의 발언으로 인구에 회자됐다. 정신적 멘토인 최위원장의 귀신 땅 발언을 이 대통령이 그대로 넘겨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귀신도 모르는’ 주가를 정확하게 꿰뚫어 본 셈이다.

'귀신도 모르는' 주가 예측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자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집안이 어려울 때 ‘내가 다 챙길 테니 걱정말고 공부하라’고 말하는 게 가장의 도리지 ‘얘들아, 허리띠 졸라매자’고 하면 되겠느냐”며 ‘희망 메시지’ 전달을 언론이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주식을 사라고 권유하는 것이 ‘희망 메시지’라고 할 수 있을까. 대통령 말을 믿고 주식에 투자했다가 ‘쪽박’을 찬 사람들은 대통령의 발언을 ‘절망 메시지’라고 말한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뒤 주가지수가 3천에 도달한다는 장밋빛 전망을 믿고 주식에 올인한 40대 후반의 가장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었다고 후회했다. 그는 “이미 망할 사람은 다 망한 상태인데, 더 어떻게 망하라는 얘기인지요”라며 “지금 주식 살 돈이 있으면 당장 먹고 죽고픈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그에게는 대통령의 주식투자 권유 발언이 ‘절망의 메시지’였던 셈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의 말만 믿고 섣불리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큰 손해를 봤다. 지난해 9월17일 1426.26포인트였던 코스피 지수는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던 11월25일에는 31% 폭락한 983.32포인트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뒤 야당과 언론은 ‘애널리스트 리’가 탄생했다고 비꼬았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라고 하기에는 비논리적이다. 이 대통령은 주식투자를 권유하면서 “우리 생애 한 번 올까 말까 한 세계적인 금융 위기”라고 말했다. 또 “한국이 아무리 잘해도 물건을 내다 팔 수 없다”며 “내년 되면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도 1년 안에 주가가 회복될 수 있을까. 매일 귀신도 모르는 주가와 씨름하는 증권사의 진짜 애널리스트들이 웃을 일이다.

신뢰의 회복과 국민의 눈길

청와대의 주장대로 지도자는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줘야한다. 그러나 ‘거짓말’로 허황된 기대를 품게 하는 것은 올바른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에게는 ‘절망의 메시지’로 다가와 신뢰를 갉아 먹을 뿐이다.

인터넷에선 “이 대통령이 내년에 코스피 지수가 500선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예언한 미네르바와 대결하려 한다”고 비아냥댄다. 이 대통령과 미네르바 중 누구의 예측이 맞을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벌어졌다.

그래선가. 정부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지 못하도록 압박했다고 한다. 금융당국은 증권업 협회를 통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든지 근거가 미비하다고 판단되면 단속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미네르바를 이겼다’고 승부를 조작하려는 것일까.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주언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7@naver.com
등록번호 : 서울 아 02638  |  등록일자 : 2013년 5월 8일  |  회장 : 이정우  |  대표 : 윤순철  |  발행인 : 설동본  |  편집인 : 강상헌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영일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