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검증' 한미FTA, 국회는 역할 다해야

이름뿐인 한미FTA특위…청문회도 부실 이향미l승인2007.06.2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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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권 발동위한 참여의원 확보 총력

졸속협상으로 타결된 한미FTA가 검증조차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미FTA 특별위원회가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이달 말로 활동기간이 종료될 뿐아니라 지난 18일 한미FTA 협정문 공개이후 처음 열린 국회 상임위원회별 청문회도 반쪽짜리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통상절차상 합법적인 검증 절차는 국회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오는 30일 체결예정인 한미FTA 졸속 추진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8일 국회 본관 대회의실에서 변재진 신임 장관과 김중훈 대표가 증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한미FTA 보건의료분야 청문회를 열었다.

◇이름뿐인 한미FTA특위 재구성해야= 지난 20일 임시국회 본회의에 오는 30일로 활동기간이 종료되는 ‘한미FTA체결대책특별위원회활동기간연장의건’이 상정됐으나 정족수 미달로 처리되지 못했다. 이날 본회의에는 210명의 의원이 참석했으나 특위 활동기간 연장건에서 대다수 의원들이 퇴장하고 정족수 150명에도 못미친 138명만이 남았기 때문이다. 국회차원에서 검증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한미FTA 특위 활동은 사실상 종료된 것이다.

표결에 앞서 실시된 찬반토론에서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특위는 한미FTA를 찬성하는 의원들이 다수로 구성돼 협상의 내용을 따지기는 커녕 정부와 협상단을 옹호하기에 바빴다”고 질타하며 “전문가 그룹 하나 없이 의원 30여명이 광범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한미FTA를 제대로 검증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현상태로 특위를 연장하는데 반대한 임종인 무소속 의원은 “정당과 정파를 초월한 65명의 비상시국회의 소속 의원들이 한미FTA체결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국회 차원의 특위가 재구성된다면 찬성과 반대 의원이 균형있게 구성돼서 졸속협상을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두환 없는 5공 청문회와 같아” = 한미FTA에서 가장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분야 청문회가 지난 달 2일 농림해양수산위원회 단독으로 열렸으나 협정문이 공개되지 않아 반쪽 청문회로 끝났다. 지난 18일 열리기로 했던 문화관광위원회 청문회는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과 조창현 방송위원장 등 주요 증인들의 불출석으로 무산됐다. 이날 문광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김명곤 전 장관은 해외 출장 사유로, 조창현 방송위원장은 싱가포르 국제회의 참석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고, 김종훈 한미FTA 협상 수석대표는 같은 날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하느라 나오지 않았다.

문광위 청문회 무산과 관련해 한미FTA 저지를 위한 문화예술공동대책위원회와 시청각미디어공동대책위원회 등은 지난 19일 성명서를 통해 “한미FTA 협상의 핵심 책임자들이 불참하고 자료요청을 무시하는 등 청문회를 고의적으로 무산시킨 문화관광부와 방송위원회를 강력 규탄한다”고 성토했다.

문광위와 같은 날로 잡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전 10시부터 열려 저녁까지 다섯시간 가량 열렸으나 ‘전관예우 차원’이라는 이유로 유시민 전 장관이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아 반쪽 청문회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자신이 보건의료분야 협상을 주도했고 이를 잘한 협상이라고 자랑한 유 장관이 출석해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유시민 전 장관이 한미FTA 청문회에 나오지 않는 것은 전두환 없는 5공 청문회와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우석균 정책실장은 “청문회에서 의원들이 보건의료분야의 독소조항들에 대해 지적하면 행정부에선 제도 선진화나 투명성 제고라는 식의 ‘우기기’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무책임한 자세를 낱낱이 밝히려면 후속 청문회가 열려야 한다”고 밝혔다.

◇ 국회의원들의 직무유기= 우리나라는 미국과는 달리 통상절차법이 마련되어 있지않아 한미FTA와 같은 중요한 통상협상을 검증하는데 많은 한계가 있다. 국회 청문회 역시 이러한 구조적인 원인으로 인해 ‘부실’은 이미 예고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비상시국회의 정책자문단의 간사를 맡고 있는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행정부가 국회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며, 의회가 신속협상 권한을 행정부에 주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의회의 권한이 비준에 관해 찬성할 건지 반대할 건지만 결정하도록 돼 있어 통상절차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청문회 개최나 국정조사권을 발동하는 등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해영 비상시국회의 정책자문단장(한신대 교수)은 “국회에서 치밀하게 검증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사실상 직무유기다”라고 잘라 말하며 “우리나라 통상 절차상 합법적인 검증 절차는 국회의 권한 밖에 없다. 국회마저 이러면 졸속협상, 졸속 검증, 졸속 비준으로 이어질 것이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미FTA저지 범국본 대외협력팀의 강수경 참여연대 참여연대 간사는 “대선과 총선이 임박해오니 대선 유력주자들에게 줄서기를 하는 등 의원들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있는 것 같다”면서 국회의원들의 자세를 비판했다. 또 강수경 간사는 “청문회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증인들이 중복될 것을 고려해 상임위가 같은 날 청문회를 잡아서는 안된다”면서 기술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국정조사’ 발동될 것인가= 지난 4월 23일 한미FTA 졸속협상에 반대하는 국회 비상시국회의는 정책자문단과 함께 발족식을 갖고 한미FTA 협정문을 분석, 평가하는 활동 등을 펼쳐왔다. 국회 비상시국회의 소속 의원은 당초 40여명에서 출발해 현재 65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국정조사를 발동하기 위한 숫자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국회법상 국정조사를 발동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1인 75명의 의원 발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상표 국장은 “비상시국회의에서 지속적으로 외연을 넓히려 시도하고 있다”면서 “의원들 중에는 아직 한미FTA에 관해 찬성이나 반대의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관망하고 있는 의원들이 많아 변동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탁명구 회장은 지난 21일 외교통상부 앞에서 열린 범국본의 재협상 반대 기자회견에서 “농촌을 지역구로 하는 의원들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기 때문에 그들부터 압박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향미 기자

이향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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