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는 누구를 대변하는가?

부산여성단체연합l승인2022.12.0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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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지우기 청부입법, 부산시의회 규탄한다

12월 1일 ‘부산시 공공기관 통·폐합 및 기능 조정을 위한 일괄 개정’ 조례안이 입법예고 되었다. 9일 상임위 심의를 거쳐 13일 본회의에서 의결된다면 부산시의 유일한 여성정책 연구기관인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은 ‘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원’이라는 기이한 명칭으로 통·폐합 될 위기에 처해 있다. 더구나 이 조례안은 시의회 본연의 견제와 감시기능을 망각한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 일부 의원 발의로 이루어진 것으로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시의회는 도대체 누구를 대변하는 기관인가.

부산시는 지난 8월 공공기관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며 25개 공공기관을 20개로 축소시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10월 12일 형식적인 시민토론회에 대한 비판이 일자 관계자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지만, 입법예고 된 조례안은 어떠한 의견도 반영되지 않은 원안 그대로였으며 통·폐합한 기관의 명칭만 일부 수정되었을 뿐이다.

통·폐합 안 발표 직후 9월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부산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부산지역 여성 및 시민사회 단체들은 수차례의 기자회견과 성명서, 토론회 등을 통해 기준 없고 근거 없는 공공기관 통·폐합을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부산시는 의견수렴은커녕 시의회 청부입법이라는 꼼수까지 동원해 일방통행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청부입법’은 명백한 편법으로, 민주정치의 기본 원리인 입법 기관과 행정부 간 견제와 균형 관계를 무너뜨리는 파렴치한 정치 행위이다.

대구, 울산도 같은 방법으로 했으니 문제될 것 없다는 시관계자의 변명은 더욱 어이가 없다. 앞서 대구시는 공공기관 통·폐합 안을 시의회에서 졸속, 무더기로 통과시켜 청부입법, 거수기 의회로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제2의 도시가, 엑스포라는 세계적 행사를 유치하겠다는 부산이, 따라 할 것이 없어 타 시도의 편법을 따라 하는가. 불법만 아니라면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시의회를 거수기 의회로 전락시켜도 된다는 뜻인가.

부산의 여성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산여성가족개발원과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의 통합을 반대한다.

첫째, 두 기관은 각각 ‘양성평등기본법’과 ‘부산시 양성평등기본조례’, ‘평생교육법’과 ‘부산시평생교육진흥조례’에 따라 설립된 기관으로 애초에 설치 목적과 책무가 서로 부합하지 않는다.

둘째, 서로 다른 성격의 기관이 신설 조항에 따라 합쳐진다면 서로 병렬적이고 기계적인 통합에 불과하며 두 기관이 각각 수행하던 독립적인 업무와 사업에 침해가 올 수 있으며 오히려 설립목적 자체를 달성하지 못할 우려가 매우 높다.

셋째, 통합에 대한 정당한 이유와 통합에 따른 구체적인 기대효과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통합하는 것은 부산시에 내세우고 있는 공공기관의 ‘효율적 운영’이라는 당 초의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

넷째, 부산시는 ‘부산시 양성평등기본조례’ 제4조 시의 책무에 따라 양성평등의 실현을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양성평등 관련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책무를 성실히 이행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의 연구기능을 타 기관으로 이전할 경우, 가장 중요한 목적 사업인 여성·가족·보육·저출산·아동·청소년 관련 정책개발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위탁사업만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높다.

다섯째, 한 기관의 명칭은 그 기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단히 중요한 상징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원’이라는 모호한 이름은 통합된 기관이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 분명하게 와 닿지 않는다. 이렇듯 두 기관의 명칭을 병치시키는 방식밖에 할 수 없는 이유 자체가 애초 성격이 다른 기관을 무리하게 합쳤다는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다.

여섯째, 한국은 OECD 국가 중 성 격차가 최하위 국가에 속하며 부산시 역시 지역 성평등 지수 중 성평등의식, 문화 영역에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청년 여성들의 타 시도 유출이 심하고 여성들의 일자리, 임금 격차 등이 전국평균에 못 미치는 등 부산은 성평등 관련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하다. 따라서 부산시의 도시경쟁력을 높이고 부산시가 표방하는 ‘여성과 가족이 행복한 도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의 통·폐합은 불가하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발표된 가운데 여성정책은 40년 전 부녀복지, 요보호 여성정책으로 퇴행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부산시는 여전히 구조적 성차별이 존재한다. 국가의 성평등 정책을 전담할 독립된 부처가 필요하듯이 지역에도 ‘독립된’여성정책 연구 전문기관은 여전히 필요하다. 성평등 관점의 여성 현안, 여성정책 연구 없이는 여성의 안전과 일상에서의 성평등도 있을 수 없다.

이미 대구, 울산, 경남을 비롯한 지역의 성평등 체계는 심각하게 손상되고 있다. 통·폐합, 부서 격하, 이름 바꾸기를 통한 여성 지우기를 우리 부산에서만큼은 용납할 수 없다. 부산시의회는 대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청부입법안 즉각 폐기하고, 부산시는 175만 부산 여성 시민의 목소리를 무시한 공공기관 통폐합 논의를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라.

- 부산시민과 여성의 목소리를 외면한 졸속 공공기관 통·폐합 안 당장 파기하라!

- 중앙정부 눈치 보기, 여성 지우기 당장 중단하라!

- 성평등 민주주의 후퇴 규탄한다.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하라!

(2022년 12월 8일)

부산여성단체연합은 (사)부산성폭력상담소, (사)부산여성사회교육원, (사)부산여성의전화, (사)부산여성장애인연대, (사)부산여성회, 부산한부모가족센터로 구성된 성평등한 사회실현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여성 연대체이다.

부산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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