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생활보다 못한 ‘치료보호’

공감의 변[28] 소라미l승인2008.12.0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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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방의 자그마한 아동치료보호시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수십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그 시설은 한때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적도 있었던 인지도 높은 곳이었다.

산과 계곡을 배경으로 한 시설의 위치는 도시생활에 찌든 성인들에게는 휴양지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한편으로는 별도의 감금시설이 필요 없는 천연 요새와도 같은 곳이었다. 운영자와 교사들은 무보수로 일해 왔고 오히려 사재까지 털어 시설을 운영해왔다는 자신들의 헌신에 대하여 자긍심이 높았다.

그러나 둘러본 시설의 상황과 프로그램의 내용은 열악했다. 실내 세면장이 아예 갖추어져있지 않아 추워져가는 날씨에도 아침마다 목에 수건을 두르고 냇가에 나가 세면을 해야 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현실이었다. 시설의 상황이 그렇다보니 아이들은 옴(피부병)에 걸리기 일쑤였고, 면담했던 아이들은 샤워가 하고 싶다고, 빨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 고입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한 아이는 시험 준비를 미리 하고 싶은데 검정고시반이 운영되고 있지 않아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제대로 공부하지 못해 시험이 너무 걱정 된다고 하소연한다. 소규모 시설이다 보니 아이들의 연령에 따른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외부기관에 적극적으로 연계하여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주지도 않았다.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은 차등적 내용이 필요하지 않은 체육과 음악 수업뿐이었다. 한편 외부로의 전화 및 서신 연락은 차단되었고, 시설 내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은 위인전만 가능했다.

가장 우려스러웠던 점은 시설이 두려움을 이용해 아이들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면담을 진행했던 아이들은 하나같이 아직 어린아이 티가 남아있는 눈에 커다란 두려움을 머금고 자신의 보호기간이 연장되느냐고 절박한 질문을 던졌다. 시설 운영자들은 반성문을 3장 이상 쓰면 치료보호명령 기간을 6개월 더 연장시킨다고 아이들에게 겁을 주어 규율을 유지해왔던 것이다.

반성문을 쓰는 사유란 “쓰레기청소 규정을 어겨서, 흡연을 해서, 9시 취침 시간을 어기고 옆자리 형과 떠들어서”와 같은 것들이었다. 실무상 법원이 소년법에 따른 치료보호명령기간을 연장하는 데 있어서 보호기관의 의견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보호기간을 연장시키겠다는 기관의 압력은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해당기관은 법원으로부터 수탁기관으로 지정되어 수십년간 치료보호명령을 받은 아동을 인계받아 보호해왔다. 그러나 해당 시설은 보건복지가족부에 허가 받지 않은 ‘미인가’시설이었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부처로부터 시설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는 시설관계자들이 선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여 시설을 운영해왔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수십년간 외부로부터 어떠한 관리 감독도 받지 않으면서 시설은 그들만의 상황에 고립되면서 애초의 선의를 몰각해왔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법원은 소년법상의 치료보호시설 수탁 기관 선정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이후 수탁기관의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범죄를 저지를 아동을 형사처벌하기 보다는 보호하고 치료하자는 취지로 내려지는 치료보호처분은 애초의 취지를 살려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교도소보다도 못한 환경에 아동이 방치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소라미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소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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