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모두 이성 찾아라

[긴급기고] 김수현l승인2008.12.01 11:09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11월 5일(미국 일자로는 11월 4일 밤) 오바마가 미 대통령에 당선되고 11월 12일 북한이 일련의 강경발언을 쏟아내자 ‘통미봉남’(通美封南)이란 말이 크게 회자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통미봉남’이란 한미관계에서 애초에 가능하지 않은 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통미봉남, 어불성설 아니다

하지만 클린턴 행정부가 김영삼 정부의 몽니에도 불구하고 제네바 합의를 성사시키고, 우리 정부와 보수 세력은 불만스러워하면서도 그것을 수용해야 했던 전례가 이미 있다. 이 당시 남한은 상황을 주도하지도 못하면서 경수로 건설과 관련한 대부분의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게다가 북한이 ‘봉남’을 실제 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남북관계다.

혹자는 마땅한 외화벌이 수단이 없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봉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의 장기 봉쇄를 기꺼이 감수하고 있는 북한이 개성공단의 봉쇄를 감행하지 못하리라고 보는 것은 북한 체제의 특성이나 남북관계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북한 군부의 의지를 과소평가한 것이라 하겠다.

그리고 아직은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는 상품의 총량이 2007년 한 해 1억8천478만 달러, 수출액이 3천967만 달러 정도로 북한의 경제와 무역 규모에서는 결코 작지 않지만 사활을 걸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개성공단마저 봉쇄되면 남북관계는 6.15 이전 시기로 전면 회귀하는 것이다.

정부 입장 변화 늦었지만…

이대로 남북관계가 막다른 길로 가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뒤늦게나마 현 정부가 움직이고 있다. 12일 오후 정부 성명에서 드디어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에 대한 ‘존중과 이행’이란 단어가 나왔다.

또한 13일 군 당국은 북측 군 당국이 요구했던 통신선 자재 제공과 관련한 협의를 제안했다. 아울러 통일부가 개성공단 입주 업체와의 면담 이후 삐라 살포 단체의 행위를 제어할 법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비록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현 정부가 “북한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리고 남북관계와 평화를 살리는 현실적 길을 택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정부가 그렇게 입장을 전환한 배경에는 오바마 정권의 등장이 있다. 오바마 정권은 핵 문제의 정치적 뿌리를 제거하기 위한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까지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아무튼 이명박 정부는 비록 소극적이나마 북한의 요구에 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도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으나 북미정상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언급을 했다.

북한 당국도 존중하라

때문에 우리는 북한 당국도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가지는 않으려는 한 이명박 정부와 대화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 애초에 12월 1일이라는 기한을 설정한 것 자체가 단순히 명분 쌓기 용이 아닌 대화 유도를 위한 것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자수성가형 인물이라서 자존심이 무척 강한 현 남한 당국의 최고 책임자를 대놓고 비하하지 말기를 바란다. 수령영도체제인 북한 체제와는 체제 자체가 다르기는 하지만, 남한에서도 비록 20%대 지지율밖에는 기록하지 못하고 있어도 자신들이 선출한 대통령을 그렇게 비하하면 기분 나빠할 민초들이 여전히 많다.

역지사지는 남한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미래를 공동으로 설계하고자 하는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 정부나 북한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방하는 보수단체에 충고한다. 북한이 국제적 규범과 상식에 걸맞은 행위를 하기를 원한다면 북한을 일반적인 국제적 관계의 일원으로 대우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유일 패권국의 전면 압박과 전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경제적으로 36배에 달하는 남한을 상대하는 북한이 느낄 압박을 역지사지하면 그 체제를 유지해온 방식인 전투적 언사와 행위 자체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바는 아니다.

그리고 북한 인민의 인권과 인간안보를 주장하지만 당장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개성공단에 취업해 있는 3만3천여명의 북한 노동자와 그 가족일 것이다.

김정일 독재 타도의 구호 아래 삐라를 날린다고 해서 그것으로 북한 당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한풀이와 직설적 감정의 배출이 아닌 이성적이고 실제적인 문제해결을 향한 실사구시의 태도는 단지 북한 당국만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관련 행위자 모두에게 요구된다.

김수현 평화공감 연구위원

김수현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수현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7@naver.com
등록번호 : 서울 아 02638  |  등록일자 : 2013년 5월 8일  |  회장 : 이정우  |  대표 : 윤순철  |  발행인 : 설동본  |  편집인 : 강상헌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영일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