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 청중, 그리고 개인적 우화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이 만약 성인이라면, 혹시 자신의 사춘기, 청소년 시기를 기억하시나요? 여기서 사춘기와 청소년기 명칭의 차이점을 잠시 살펴볼게요. 사춘기는 제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이고, 사람마다 발달이 달라 사춘기 시기도 조금씩 다를 수 있어요. 누구는 13세에 사춘기가 시작할 수도 있고 15세에 시작할 수도 있으며, 끝나는 시기도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반면, 청소년기는 청소년 기본법에 의하면 9세~24세로 정해져 있어요. 대개는 청소년기를 중·고등학생으로 알고 있는데, 기본법에는 아동기(초등학생), 청소년기(중·고등학생), 성인 초기(20세 이후)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셈이죠. 특히, 성인 초기인 20세~24세를 후기 청소년이라고도 부르는데, 그만큼 아직은 보호를 받아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기본법에 있는 것 같아요. 여기서 24세의 나이를 잘 기억해주세요. 뒤에 전두엽 발달에서 다시 설명할게요.

사춘기때 나는 안그랬다?

자,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보죠. ‘여러분들은 청소년 시기가 어떠셨는지 기억하시나요?’ 여기서 청소년기는 중·고등학생 때로 할게요. 큰 사건이나 스스로 기억하고 싶은 것들은 기억이 나시겠지만, 오래된 기억을 꺼내기란 생각처럼 쉽지는 않죠. 만약 마치 엊그제 일처럼 기억을 잘하고 계신다면 아마 지금의 청소년들을 오해하는 일도 없을거에요.

필자를 만나는 학부모님 중엔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세요. “제가 사춘기땐 안 그랬는데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유난인지 모르겠어요. 집 앞 마트에 심부름 하나 해달라는데도 씻지 않아서 못 가겠다고 하네요. 가까우니까 그냥 모자 눌러쓰고 가라고 하면 안 된다고 해요. 그냥 심부름하기 싫으면 싫다고 하지.”

물론 심부름이 귀찮을 수도 있지만 과연 그 이유만일까요? 아이의 마음을 확인하지 않은 채 오해를 하시는 경우 저는 청소년기의 특성인 ‘상상 속 청중’으로 설명을 드립니다. ‘상상 속 청중’이란 말 그대로 상상 속에 청중들이 있어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청중은 지나가는 불특정 다수 사람들이 될 수 있겠죠? 이런 생각을 하는 청소년 입장에서는 집에 있었던 편안한 차림으로 나가는 게 쉽지 않아 씻고 차리고 나가려고 하니 번거로워 심부름을 하기 싫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개의치 않은 청소년들도 있어 모든 청소년에게 다 적용될 순 없지만 ‘상상 속 청중’은 청소년기의 일반적인 특징입니다.

또 하나의 청소년기 특징이 있는데 간혹 신문에서 ‘중학생이 친구들과 아빠 차를 몰고 달리다 사고 나다’, ‘무면허 청소년이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사고 나다’ 등의 기사를 보신 적 있으시죠?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의 무모한 행동을 청소년들은 왜 할까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출발

이에 대해선 ‘개인적 우화’로 설명할 수 있는데 ‘개인적 우화’란 자신의 경험은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것이고, 위의 기사와 같은 행동을 해도 자신에게는 죽음, 사고 등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이 또한 청소년기의 일반적인 특징이에요.

‘상상 속 청중’과 ‘개인적 우화’는 청소년기의 특징인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됩니다. 대부분 사람이 자기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것들에 대해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는 경우들이 많아지죠. 그러다 보니 가족 간이나 친구와의 갈등 상황에서도 자신이 옳음을 주장하며,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생각도 그럴 것이라고 하는 왜곡된 인지를 보일 수 있어요. 청소년기에 학교폭력이 많이 발생하는 원인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는 부분이죠.

이러한 자기중심적 사고는 사춘기의 호르몬과 인지적 측면을 담당하는 전두엽과도 관련이 있어요. 전두엽은 통제, 조절, 이성적 판단, 논리 등을 담당하는데, 비행기로 비유하면 비행기 조종사가 전두엽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어요. 비행 중 외부환경의 위험한 상황이 될 때 빠르게 판단하여 잘 날아갈 수 있도록 비행기를 통제하니까요.

지난 글에서 청소년들이 신체적인 면과 정서적인 면이 크게 발달한다고 말씀드렸었는데, 그럼 전두엽도 그 만큼 발달을 할까요? 그림에서 보시면, 전두엽은 신체와 정서보다 천천히 발달을 합니다. 사람마다 발달의 차이가 있어 발달이 완료되는 시기를 명확하게 할 순 없지만 대략 25세 전후라고 해요. 앞에서 청소년기가 24세까지로 되어 있는 이유와 어쩐지 관련이 있을 것만 같네요.

만약 정서를 담당하는 변연계 발달과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거의 비슷하게 발달한다면 청소년들이 자신의 정서를 조절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둘의 발달 차이는 강렬히 느끼는 정서를 잘 조절하지 못하는 청소년의 능력부족으로, 또한 정서를 발생시킨 사건에 대해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감정적인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어요.

이것이 청소년에 대한 편견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고. 청소년 역시 자신이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감정조절도 못하는 나약한 존재라는 ‘나 자신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될 수 있어요. 그런데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전두엽이 다 발달한 성인이라고 해서 어떠한 상황이든 그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올라오는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는 성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자신에 대한 편견을 뛰어 넘어야

이 글을 읽으신 분들께선 지금부터 청소년들의 이해 안 되는 부분들을 보시게 된다면, ‘전두엽 발달이 덜 되었기 때문이야.’라고 이해해주세요. 그리고 청소년들이 부모님 혹은 친구들에 대해 입장 바꿔 생각해 보려하고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려고 노력하면, 비록 결과는 잘 되지 않았더라도 노력한 부분을 칭찬해 주세요. 그렇게 된다면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청소년은 누군가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준다는 생각에 안심하며 성장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