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망’에서 자기주도성 찾기

김지연 교육학박사l승인2023.01.31 23:26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지난 해 11월에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이 최근 공개되었는데, 한강 다리 난간 위에 걸터앉은 20대 초반의 여성을 운전자가 구한 내용이었어요. 난간에 걸터앉은 분이 어떤 심정으로 그곳에 계셨는지, 위험한 선택을 할 의도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어요. 하지만, 그 위험한 곳에 앉아 있을 만큼 심적 고통이 크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보게 되더라고요.

여러분께선 혹시 ‘이생망’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는지요? 주로 청소년들과 20대에서 사용한다는 이 말은 ‘이번 생엔 망했다’의 줄임말이에요. ‘이번 생엔 어차피 망한거 더 잃을 것도, 잘못될 것도 없으니 용기 내어 이것저것 막 도전해볼까?’라는 의미로 해석되면 더없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힘든 경험들로 인한 심적 고통을 겪을 때 주로 사용하더라고요. 불과 10여 년, 20여 년의 삶살이를 한 이들이 자신의 삶에서 더는 희망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 같은데, 어쩌다가 이런 마음을 갖게 되었을까요?

‘똥고집’이라고 그냥 넘기지 말라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사고나 신체질환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닌 바로 자살이라고 합니다. 자살을 고의적 자해라고도 부르는데, 청소년 사망원인 중 43.7%를 차지하고 있어요.

반면, 2021년 조사한 OECD 아동·청소년 행복지수는 22개국 중 22위를 차지해 우리나라는 아동기부터 행복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죠. 이러한 사실만 봐도 ‘이생망’이라는 용어를 왜 사용하는 알 거 같아요.

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전 넓은 관점에서 삶의 의미, 삶의 목표, 희망 등과 관련지어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보다 좀 더 좁은 관점으로는 학업, 대인관계 등이, 또 그 속으로 들어가면 각종 스트레스, 갈등, 인지적 왜곡, 정서 조절의 문제 등이 있을 수 있겠네요.

인간은 심리적 의존기인 아동기와 심리적 과도기인 청소년기를 거치며 양육자로부터 심리적 독립을 하는 성인기를 맞이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유아기부터 주도성을 발휘하는데요. 아마 3~4살 아이들이 고집부리는 모습을 보신 적 있으실거에요.

예를 들면,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외출할 때 아이들 준비시키랴, 부모 자신 준비하랴 그런 난리통이 따로 없죠. 그러다 보면 시간이 빠듯해 약속 시간 늦을까봐 조마조마해질 즈음 아이는 “싫어, 내가 할꼬야,” “아, 내가 내가” 등 양말 신는 거, 옷 고르는 거 등 고집을 피우죠. 속타는 부모 마음도 모른 채 말이에요. 오죽했으면 미운 3살, 3살 똥고집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이때가 바로 아이들의 주도성이 발달하면서 그것이 발휘되는 시기라 그런거에요. ‘내 삶의 주인은 나다.’ 이런 것이 길러지는 시기인거죠. 반면, 부모들은 그런 아이의 주도성 발현을 똥고집으로 치부하면서 그것을 그냥 두면 버릇없는 아이가 될 거라는 생각에 아이의 의사표현을 꺾으려고 합니다.

물론 아이의 주도성을 무조건 인정해주시라는 건 아니예요. 그렇게 되면 아이는 자신이 생각하고 바라보는 세상이 다라고 생각할 수 있고, 부모님의 의견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죠. 진정한 고집쟁이가 되는 겁니다. 이때 부모님들께선 주도성 허용의 범위와 고집에 대해선 어떻게 할지 등의 약속을 정하여 일관성 있게 대처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자기결정성이론의 내재적 동기

양말을 신는 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기다려주기, 아이가 옷을 골랐는데 부모의 관점으로 색깔이 어울리지 않거나 계절을 거슬러도 직접 입고 나가보라고 하기 등 아이가 스스로 하고 싶어하는 건 아이에게 해로운 것이 아니라면 해보게 해주세요. 그런 것들이 아이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냐면 자신이 선택한 것을 믿어주는 부모로 인해 자신의 선택을 믿게 되고(유능감), 앞으로의 인생에서 만날 크고 작은 선택들 역시 자신의 믿음 하에 하게 되죠.

또한, 내 삶의 주인은 나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무언가(옷, 양말, 컵 등 스스로 선택하기)가 아이의 안에서 생기게 되며 자율성이 더욱 발달하게 되는데, 이것을 교육학에서는 자기결정성이론의 내재적 동기라고 합니다.

▲ 김지연 교육학박사

김지연 교육학박사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