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부산시의회는 다양한 개혁과제를 추진했고 그 중 공무국외연수와 관련해 미흡하지만, 일정 부분 성과를 올렸다. 공무국외연수 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의원이 아닌 외부 위원이 맡게 되었고 심의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반영하는 계획서 재제출, 연수 보류, 상임위를 뛰어넘어 공통 관심사를 가진 의원들의 연수팀 구성, 쟁점이 되고 있던 지역 화폐 현안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연수주제 선정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8대 시의회의 성과를 받아안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여야 했던 9대 부산시의회는 오히려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대 시의회는 개원한 지 3개월 만에 공무국외연수를 다녀왔다. 이 시기는 시의회가 업무를 파악해야 하는 시기이자 재선된 부산시장이 조직 개편, 공공기관 통폐합 등 주요한 정책과 사업을 내놓는 시기라 시의회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필요한 국외 일정이 아니라면 굳이 세금을 쓰면서 갈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3그룹으로 나눠서 갔던 공무국외연수는 시기와 내용상으로 적절했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의 여파가 남아있고, 부산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부산시민의 삶이 매우 고통스러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문제이다. 지난해 10월 부산시의회의 공무국외연수는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홍보를 위해 21명의 시의원이 세 그룹으로 나눠서 파나마, 페루,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아랍에미리트 등으로 1억 2천 7백만 원의 세금을 들여 다녀왔다. 9대 시의회가 다녀온 첫 공무국외여행의 문제점을 살펴보자면

1) 방문국 중에는 이미 사우디를 지지한 국가도 있다. 시의회 의원들이 그들의 사우디 지지를 철회시키고 부산을 지지하도록 활동을 하러 간 것이라면, 성과가 매우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연수 이후 지지가 바뀌었는가?

2) 여전히 일정 중 관광 일정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파나마와 페루를 간 의원들의 일정을 보면 면담 일정이 9회, 관광성 일정으로 보이는 곳은 파나마 운하 전시관, 플로렌스 운하, 신전, 아르마스 광장, 대통령궁, 대성당, 산프란시스코 성당 등 아홉 군데를 방문했다. 엑스포 유치 활동의 목적인지, 관광지 탐방을 통한 관광지 벤치마킹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3) 시의회 의원의 역할이 아닌 이상한 활동

2그룹의 경우 1그룹보다는 적지만 분명 관광 일정이 포함되어 있고 특이한 것은 오스트리아 한국문화원에서 BTS 부산콘서트 일정이 있었는데 외국까지 가서 한국 그룹의 콘서트를 관람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나온 것이다. 3그룹도 이상한 활동이 포함되어 있다. BTS 기념품을 배부하는 활동이 일정에 포함되어 있는데 부산시민을 대표하는 시의회가 두바이까지 가서 한국 그룹의 기념품까지 배포해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거기다 사우디를 지지하는 이유를 청취 현지의 동향을 파악과 함께 현지인 대상 엑스포 설문 조사를 실사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공무원이 해야 하는 역할을 굳이 왜 시의회가 외국에 나가서 이런 활동을 하는지 엑스포 유치의 열정이 넘쳐서라고 하기에는 너무 과도한 것이다.

4) 시의회 공무국외연수의 이상한 결과보고서

① 지지 선언한 국가 재방문

○ 한국 지지를 선언한 페루의 지지 선언 공식화했다는 보고서 내용이 있는데 이전의 지지는 사적이었는가?

○ 파나마는 이미 윤 대통령 특사단, 박 시장이 방문한 곳이고 한파 의원친선협회 소속 국회의원들 면담까지 한 곳이다. 부산시의회가 윤 대통령 특사단, 박 시장, 국회의원을 못 믿거나 이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일까?

② 외국에 나가서 섭외가 취소되거나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한 일정

○ 페루 의회가 섭외되지 않아 면담은 진행되지 않았다.

○ 계획되었던 파나마 투자진흥청 면담이 불발하였다.

③ 결과가 없는 일정

○ 프라하, 비엔나 의회 시청 면담의 결과는 없다.

④ 끊이지 않는 표절 보고서

○ 오스트리아 빈 코트라 무역관장 간담회 내용은 코트라 홈페이지와 유사, 오스트리아 하원의원 간담회, 빈시 유럽국제협력국장 간담회, 주오스트리아 한국대사관 차석대사 간담회, 오스트리아 한국문화회관 방문, 슬로바키아 체코대사 및 무역관장 합동 간담회 내용은 2021년 양국 대통령들의 정상회담 내용이거나 기사 내용, 또는 기관 공직 홈페이지와 블로그 내용과 흡사하다.

이처럼 9대 시의회 공무국외연수는 코로나19 이전의 문제가 많았던 공무국외연수로 돌아가는 문제가 많은 연수이다. 하지만 언론의 비판은 8대에 비해 거의 받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여전히 많지만, 언론의 비판에서 벗어난 것이 언론사 기자들과 국외연수를 동행하였기 때문이 아니길 기원한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공무국외연수를 다녀온 것도 모자라 같은 주제로 다시 공무국외연수를 계획했고 내일부터 출발한다고 한다. 2022년 첫 공무국외연수의 잘못을 타산지석 삼아 제대로 된 계획서를 제출했는지, 과연 공무국외연수의 목적과 일정이 부합하는지, 부산시민의 세금이 낭비는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2월 14일부터 가기로 한 부산시의회 공무국외연수의 주요 일정과 활동은 해당 지역 코트라 관계자와 대사 면담, 해당 지역 주요 인사 간담회, 엑스포 홍보 활동이다.

엑스포 유치 성공을 위해 해당 지역의 한인과 현지인과의 면담과 간담회, 시의원들의 홍보 활동이 적절하고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설사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시의원이 잘할 수 있을지, 그것이 시의원의 역할인지 의문이다. 과연 시의원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이 공무로 국외연수를 가는 것 외에는 없는 것인가! 그리고 2022년 동료 시의원들이 다녀온 연수에서 여러 일정이 취소되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도 이미 사우디를 지지 선언한 나라를 방문하는 등 똑같은 방식과 똑같은 주제로 공무국외연수를 간다는 것을 시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 엑스포를 핑계로 공무국외연수를 가겠다는 꼼수이거나 다른 의원들도 갔다 왔으니 나도 가겠다는 고집으로 볼 합리적인 근거가 충분하다.

이런 비난과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충분한 기간을 두고 제대로 된 계획을 짜서 공무국외연수를 가야 할 것이다. 시민의 세금은 공적인 업무수행에 사용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이 있는 의원들이라면 2월 15일 출발인 튀르키예 일정이 포함된 1그룹의 연수는 당연히 취소되고 이후 다시 일정을 잡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지만 1그룹 또한 그대로 지역을 바꿔 그대로 진행한다고 한다. 이것만 보더라도 공적인 업무를 위해 엑스포 유치를 위해 공무국외연수를 간다는 주장은 공허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부산시의회는 지난해 공무국외연수와 같은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1그룹의 연수를 취소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부산참여연대는 부산시민과 함께 공무국외연수 경비 환수 운동 등 비판 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다.

그리고 8대 의회 때 없어진 기자의 공무국외연수 동행은 언론의 시의회에 대한 제대로 된 감시와 비판 기능이라는 이해관계 충돌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부산시의회의 공무국외연수의 문제에 대해 사전과 사후에 비판 기사가 거의 없었던 것을 보더라도 기자의 동행이 문제라는 것은 합리적인 문제 제기다. 지금도 부산시와 부산시의회의 날카로운 감시와 비판의 역할을 크게 하지 못하고 있는 언론사가 이렇게 이해관계 충돌이 다분한 공무국외연수 동행함으로써 더욱 그 역할이 축소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2023년 2월 13일)

부산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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