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찍기와 책읽기

책으로보는 눈(70) 최종규l승인2008.12.1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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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를 처음 만져 본 때가 언제인지 또렷하게 떠오르지 않지만, 아버지가 안 써서 집에서 굴러다니는 값싼 삼성카메라 한 대로 하늘을 떠가는 구름을 열 몇 장 찍어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어리던 때 어떻게 생각했는지 몰라도, ‘오늘 올려다보는 저 멋진 구름을 앞으로는 못 볼 수 있잖아? 사진으로 남겨야겠어’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학교에서 자연파괴나 환경파괴를 곧잘 배운데다가, 제가 살던 집 앞은 인천 제2부두요 경인고속도로 들머리였기 때문에 늘 큰 짐차 배기가스를 맡아야 했고, 제일제당 인천공장이 집 바로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어서 공장에서 내보내는 쓰레기물이 얼마나 끔찍한가를 느꼈으며, 그 쓰레기물이 인천 앞바다를 더럽히는 큰 말썽거리임을 깨닫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어릴 때 생각처럼, 그 어린 날 보던 ‘소나기 부르는 뭉게구름’도, 양털구름도 몽실몽실한 구름도 매지구름도 새털구름도 요즈음에는 다시는 찾아보지 못합니다. 솜사탕 같은 구름도 눈사람 같은 구름도 구경하지 못합니다.

사진을 제대로 배운 때는 1998년입니다. 아직 디지털로 넘어가기 앞서이며, 필름사진이 마지막으로 꽃피우던 때입니다. 이때에 이르러 필름 넣기와 감기와 다루기를 비로소 익혔고, 사진 찍는 매무새와 마음결과 눈높이를 다스렸습니다. 이에 앞서는 사진을 어떤 몸가짐으로 찍어야 하는 줄도 몰랐고, 사진기를 어떤 마음으로 간수해야 하는가도 몰랐습니다. 어쩌면 사진과 사진기만 몰랐던 몸과 마음만이 아니라, 제 삶에서 제 일감과 제 동무와 제 터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부대껴야 하는가 또한 모르지 않았으랴 싶어요.

2009년을 코앞에 둔 오늘날,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비롯해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들조차 ‘사진’을 알고 있습니다. 손전화 가진 어린이도 많아, 따로 사진 장비 없이도 ‘사진찍기’를 하고 있습니다. 제 물건이 아니더라도 둘레에서 사진기를 손쉽게 빌려서 ‘사진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찍지 않아도 자기를 찍어대는 어른은 많아, ‘사진기 있는 어른을 보면 사진을 안 찍고 있음에도 손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어디론가 숨는’ 아이도 있습니다.

우리들 마음보다 훌쩍 앞서간다는 물질문명이기에 사진기라는 기계도 우리가 사진과 사진기를 어떻게 다루거나 즐겨야 좋은가를 깨닫기 앞서 수많은 사람들 손에 쥐어지고 있구나 하고 느낍니다. 그런데 초중고등학교 아이들과 젊은 사람 늙은 사람 가리지 않고 누구나 ‘사진기’를 하나쯤 가지고 있게 된 세상이 된 대한민국에서 사진은 어떻게 가르쳐지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부모님들은 또 학교 교사들은 당신 아이나 학생한테 사진을 어떻게 가르치거나 보여주고 있으신가요. 아이 어른 모두한테 주어진 사진기인데, 이 사진기를 슬기롭고 아름답게 쓰는 길을 얼마나 차근차근 일러 주거나 보여주고 있으신지요.

생각해 보면 아이들보고 ‘책 좀 읽으라’고 하는 어른 가운데 ‘아빠는(엄마는/교사인 나는) 이렇게 책을 즐기지롱!’ 하고 몸소 보여주거나 먼저 살아내는 분은 얼마 안 됩니다.


최종규 <우리말과 헌책방>내는 사람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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