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는 장어 대부분 불법으로 잡았다

제공=환경연합, 정리=양병철 기자 양병철 기자l승인2023.03.2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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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즐겨 먹는 장어. 하지만 이 장어가 대부분 불법으로 잡혀왔다는 사실은 거의 알지 못한다.

기력이 약해지면 주변에서 흔히 ‘장어 한 마리 해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들을 하고는 한다. 정력에 좋다느니, 체력이 좋아진다느니 장어의 효능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우리가 먹는 장어가 불법으로 잡혀온 것이며, 그 과정에서 해양생태계가 파괴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 새끼 장어 ‘실뱀장어’

장어를 판매하는 식당에 가면 ‘자연산 장어’, ‘풍천 민물장어’ 등 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어 있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장어는 거의 모두 양식이다. 정확히는 자연산 새끼 장어를 잡아서 양식으로 키워 먹는다. 현재까지의 양식 기술로는 장어를 번식시켜 기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새끼 상태의 장어를 잡아다 양식으로 키우는 것이다. 여기서 새끼 장어를 ‘실뱀장어’라고 부른다.

▲ 실처럼 얇은 실뱀장어의 모습. 너무 얇고 작은 탓에 그물이 모기장처럼 촘촘하다. (출처=군산대학교)
▲ 모기장보다 촘촘한 실뱀장어 그물의 모습. 그물코가 너무 작아서 다른 해양생물도 많이 잡힌다.

새끼 장어를 왜 실뱀장어라고 부르는지는 사진을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실처럼 얇은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렇게 얇고 작은 실뱀장어를 대체 무슨 수로 잡는 걸까?

▲ 모기장보다 촘촘한 그물

실뱀장어가 워낙 얇다보니 조업에 사용되는 그물도 매우 촘촘하다. 그물코의 크기를 보면 모기장이 따로 없을 지경이다. 이런 그물로 실뱀장어를 잡다 보니 조업 과정에서 실뱀장어 뿐 만 아니라, 다른 해양생물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물에 걸린다. 심지어 물고기의 알이나 치어도 그물에 걸리게 된다.

이런 그물이 서해 강 하구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파주에서부터 강화도, 아산, 군산, 목포에 이르기까지 강 하구에는 실뱀장어 그물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이 없다. 최대한 많은 실뱀장어를 잡으려다보니 그물의 간격도 매우 촘촘하다.

▲ 실뱀장어를 조업하는 불법 선박과 그물이 바다를 가득 메우고 있다.

▲ 대부분은 불법

이렇게 설치된 그물과 선박은 대부분 불법이다. 지자체에서는 강 하구 일부 지역에서만 조업이 가능하도록 규정해 두었는데 이를 지키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심지어는 불법 어업을 단속하는 해양경찰서 앞에서 버젓이 불법 어업을 하기도 한다. 불법이 성행하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인데, 3~5월까지 약 3개월의 조업 기간 동안 적게는 2억 많게는 5억까지도 수익을 올린다. 그에 반해 불법 어업으로 내는 벌금은 몇 백 만원에 불과하다.

▲ 해양경찰의 단속 선박 앞에서 버젓이 불법 어업을 하는 실뱀장어 선박의 모습들이다.

▲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무자비하게 잡히고 있는 장어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장어를 절멸 위기(EN)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매년 그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장어와 같은 멸종위기 등급(EN)으로 분류되는 종으로는 호랑이, 물개, 고래상어 등이 있다. 육지로 비교하면 매년 수천마리의 호랑이 새끼를 잡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 멸종위기 EN 등급인 호랑이의 모습. 우리나라에서 매년 수천만 마리가 잡히는 장어와 같은 멸종위기 등급이다.

▲ 제대로 규제하고 관리해야

현재 실뱀장어 조업의 문제점은 불법으로 조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관리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그물의 크기, 조업 가능 구역, 조업 기간 등이 지역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도로 규제되어야 하고 조업에 사용되는 그물, 폐기름, 폐기물 등은 제대로 된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재는 조업에 사용된 그물, 폐기름이 모두 버려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선박을 통째로 바다에 버리고 있다.

▲ 바다에 버려진 실뱀장어 폐선박의 모습. 선박을 통째로 버리고 간 탓에 주변 해양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된다.

매년 봄 서해에서는 실뱀장어 조업이 시작된다. 만약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조업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우리 바다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바다에서 장어를 보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불법 실뱀장어 어업을 근절하고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환경운동연합은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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