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가 사단법인 최동원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에 1천만원을 기부했다. 기념사업회 강진수 사무총장은 “지난 4월 16일 임 부장검사가 ‘최동원 야구교실에 써달라’며 1천만원을 기부했다”고 24일 밝혔다.

▲ (사진=임은정 부장검사)

사법연수원 30기인 임 부장검사는 2001년 인천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울산지검 중요 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 등을 거쳐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역임했다. 2011년 영화 ‘도가니’가 개봉했을 땐 광주 인화원 성폭행 사건 1심 공판검사로 직접 목격했던 소회를 검찰 내부망에 올려 큰 주목을 받았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해 7월 저서 ‘계속 가보겠습니다’를 출간한 뒤 인세가 생길 때마다 인세 전액을 기부해 왔다. 초반 인쇄 때는 사랑의열매에 1천만원을 기부했고, 첫 인세가 나왔을 땐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호로라기 재단에 총 4천만원을 기부했다. 지난해 12월 인세 1억1천만원을 사랑의열매에 기부하며 고액기부자클럽에 들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해 3월 부산 방문 당시 부산 사직야구장 광장에 마련된 무쇠팔 최동원 동상에 헌화했을 만큼 열렬한 ‘최동원 팬’으로 알려졌다. 이때 처음으로 ‘기념사업회가 최동원 유소년야구단을 운영 중’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는 후문이다.

강 총장은 “3월 하순 모 모금회로부터 ‘최동원기념사업회에 기부하고 싶은 분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기부자가 익명을 요청해서인지 그때까진 기부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기부자가 임 부장검사인 걸 알게 된 건 기부가 최종 확정된 뒤였다. 강 총장은 “임 부장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의 인사를 전했더니 임 부장검사가 ‘아빠가 야구팬이셨다. 특히나 롯데를 좋아하셨다. 그런 아빠를 따라 어릴 때부터 야구팬이자 롯데팬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며 “임 부장검사가 ‘198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고 최동원 선수를 누구보다 좋아했다’는 애길 들려줬다”고 전했다.

임 부장검사가 기념사업회에 기부금을 전달한 배경엔 ‘부산’과의 인연도 한몫했다. 임 부장검사는 부산 남성여고 출신으로 2005년 부산지방검찰청에서 근무했다. 임 부장검사는 기념사업회와의 전화 통화에서 “책 인세가 생길 때마다 대구와 광주에 기부를 해왔다. 그러다 ‘다시 책 인세가 생기면 이번엔 고향인 부산에 기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내 고향 부산에서 자라는 야구소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끝으로 임 부장검사는 “고 최동원 선수가 얼마나 훌륭한 선수인지는 오랜 야구팬으로서 잘 알고 있었다”며 “최근 고 최동원 선수 관련 다큐멘터리를 본 뒤 내가 응원하던 선수가 얼마나 위대한 사람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고 최동원 선수 다큐멘터리를 TV로 본 뒤 동료 선수들의 권익과 2군 선수들의 처우개선에 앞장선 ‘내가 몰랐던 최동원’을 알게 됐다. 최동원 선수 생전엔 내가 왜 이분의 위대함을 몰랐을까 하는 죄스러움이 생길 정도였다. 책 인세 기부를 통해 최동원 야구교실 아이들이 ‘최동원’이란 위대한 인물을 더 오래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이 임은정 부장검사의 바람이다.

한편 ‘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은 지난 2015년 시작해 올해로 9년째 운영 중이다.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주말마다 4시간씩 부산시 문현동 아시아공동체학교(교장 박효석) 운동장에서 연습하고 있다. 많은 어린이가 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을 통해 재능을 인정받아 엘리트 야구부가 있는 초, 중학교로 진학하고 있다. 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신 프로야구 선수가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게 지역야구계의 평가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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