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 시장여건 속 장애인 고용 ‘성공신화’
중증장애인 고용비율 88%, 전년대비 성과 향상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 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뜻하는 사회적기업이 시간이 지날수록 주목받고 있다. 다소 성급했던 도입기를 지나 경제난 속에서 공공성 강화를 비롯, 사회적 일자리창출의 기대주로 떠오르는 것이다. <시민사회신문>은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해 전문기자의 눈으로 사회적기업을 찾아 성공의 열쇠를 찾는 연속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

지난 3일은 제16회 세계장애인의 날이었다. UN이 지난 1992년 장애와 관련한 문제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장애인들의 존엄과 권리, 그리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정치·사회·경제·문화 모든 측면에서 장애인들의 사회통합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했다.

우리 나라는 지난해 3월 UN 장애인권리협약 협약에 서명했으며 올해 12월 12일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비준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총 50개 조항에 걸쳐 전 생활영역에서의 장애인 권익보장에 관해 협약내용 실현을 모니터링 한 국가보고서를 UN에제출하는 시스템을 구축, 장애인 인권증진에 보다 향상된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은 장애인을 1급부터 6급까지 나누고, 장애 등급이 1급이거나 1급에 가까우면 중증장애인이라 하고 있다.

올해 4월 11일부터 시행되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사용자는 장애인이 해당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근로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시설·장비의 설치 또는 개조, 재활, 기능평가, 치료 등을 위한 근무시간의 변경 또는 조정, 훈련 제공 또는 훈련에 있어 정당한 편의 제공 등의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명기돼 있다.

모든 장애인이 차별 받지 않도록 법률에서 보호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부족이나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무한 경쟁의 시장 여건에서 장애인이 직업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자리? 장애인에게는 먼 길

이러한 사회문제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사회적기업이 떠오르고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증진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모델’인 사회적기업으로 노동부는 최근까지 154개 업체를 인증해 인건비 지원, 4대보험, 경영컨설팅 지원, 홍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인 동천모자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중증장애인에게 직업훈련과 교육을 통해 일반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고, 생산적인 시민이자 노동자로 근로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변화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동천모자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지난 1993년 홈패션물 생산을 시작, 1998년 서울 노원구청으로부터 보호작업장 설치인가를 받았다. 2001년엔 보건복지부 직업재활평가 우수기관 선정의 성과를 달성했고, 2002년 근로시설 동천모자 설치인가로 월드컵 공식상품권자인 코오롱의 자회사인 대성합성화학주식회사와 월드컵 모자 OEM 계약 체결해 회사 도약의 계기를 만들었다.

사회적기업 동천모자는 중증장애인에게 직업훈련과 교육을 통해 생산적인 시민이자 노동자로 근로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변화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03년엔 서울 우수 관광기념품 공모전 장려상을 수상하고, 2004년 ISO 9001(품질경영시스템)/14001(환경경영시스템)을 획득했다. 2006년 국방부 방위사업청 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수의계약 체결로 육군본부에 베레모, 운동모, 사막영내 활동모 등을 납품하게 됐고, 공군중앙관리단, 방위사업청과 해군에 해병근무모 등을 수의계약체결로 납품해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었다.

2007년에는 노동부 사회적기업과 서울시 장애인직업재활시설 평가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고 올해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동천’을 준공, 총자본금 9억원, 자산총액 15억원의 성과를 달성하게 됐다.

동천 사회적기업은 78명 근로자 중 총 63명(81%)이 취약계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증장애인 고용비율이 44명(82%)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구조에서 구성원들의 땀과 노력으로 한단계씩 전진해온 값진 성과이기에 큰 의미가 있다.

장애정도에 따라 생산직 사원을 숙련직(80%)과 보조직(20%)으로 역할을 나눴다. 업무에 대해 최선을 다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격려하는 직업지도와 사회복지 생활지도를 통해 단계마다 업무에 적응하고 성과를 발전 나갈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성공의 열쇠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업무적응 교육·훈련 성공 열쇠

동천 사회적기업은 성선경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2006년에 65개 업체 31만개 납품으로 1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2007년에 93개 업체에 30만개의 모자를 납품해 12억원의 매출액을 달성, 2006년 대비 2007년도 우선구매 실적증가, 거래처수 70%증가, 매출액 83% 신장 등 지속적인 성장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동천 사회적기업의 성공 성과는 노동부, 복지부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끊임없는 관심, 사회적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뿐만 아니라 쉼없는 기술개발과 품질관리에서 중요한 비밀이 담겨 있다.

또한 ISO9001/14001, Q품질보증, HS위생안전품질인증서를 획득했고, 특허청에 높이조절 기능을 갖는 모자, 방수모자, 프리사이즈 모자를 실용신안등록 했다. 다기능성 모자, 접철식 재봉용 모자, 프리사이즈 모자를 특허출원 하는 등의 활발한 발명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편리하고 특별한 모자를 생산하는데 기술개발을 멈추지 않는 모습에서 성공하는 전문 기업의 경영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모자를 사용하는 고객 의견 피드백에도 신속히 대응했다. 기존의 모자는 챙이 플라스틱 재질일 경우 이마에 압박이 강해 오래 쓰고 있으면 이마 양쪽에 통증이 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개발한 ‘EVEA’ 재질의 챙을 사용해 착용감을 업그레이드한 압박해소 모자를 개발했다.

또 육군본부의 의뢰로 모자 테의 재질을 플라스틱이 아닌 발포 부직포를 사용해 머리에 맞추지 않아도 되며, 압박이 없고 착용감이 우수해 휴대 시 접을 수 있어 별도의 가방이 필요 없는 개선모자의 개발해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우수 고객을 확보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장애정도에 따라 생산직 사원을 숙련직(80%)과 보조직(20%)으로 역할을 나눴다.

동천 사회적기업은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시설 투자를 했다. 지상 1층에 376평방미터 작업 공간을 확보하고 자수기 3대, 부자재 및 원자재 관리실과 재단기 2대, 재단대, 연단대, 접착기, 핸드나이프 등의 작업장을 설치했다. 2층에는 본봉미싱기 13대, 쌍침기 5대, 아일렛 2대, 단추달이 3대, 오바로크 2대, 인터록 1대를, 포장공정에 골기계 4대, 흐름다이 2대를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과 차별화되는 장애인근로시설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기업 안에 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한 컴퓨터교육실을 두고 컴퓨터 9대를 통해 정보격차해소를 위한 컴퓨터 교육을 실시했다. 직업훈련을 위해선 직무 연습 샘플실에 본봉미싱기 1대, 쌍침기 1대를 운영해 직무 습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별도로 양호실, 휴게실, 교육실, 디자인실, 영업관리팀, 직업재활팀을 운영해 장애인 노동자들의 쾌적한 근무 환경을 제공한다. 이로 인해 업무 성과를 향상시키고 효율적인 회사 운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노동부 인증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만들어가는 사회적기업 동천은 기업 가치 극대화를 위해 삼육대 산학협력단, 서울산업진흥재단, 서울특별시와 협약을 맺는 한편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 품질보증업체 지정, 서울복지재단 서비스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을 통해 자신들의 제품이 대외적인 품질 경쟁력을 갖춘 좋은 제품임을 이해시킴으로써 믿고 구입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었다. 이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히 거래처가 늘어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직업 성공의 과제

공주대 특수교육과 김삼섭 교수는 ‘장애인 직업재활의 과제와 전망’이라는 글에서 “흔히 정신지체인은 단순노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결코 그렇지 않으며, 무턱대고 단순노동이라 하여 무슨 직업을 갖게 하는 것보다는 그 직업의 직무들 중 어느 것은 할 수 있으나 어느 것은 할 수 없음을 명백히 해 직업을 알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업무 분장과 담당자가 할 일에 대한 역할을 사전에 계획하고 업무를 조정함으로써 장애인의 생산성과를 높이고 제품에 대한 품질을 향상,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만족하는 상품이 출시돼야 사회적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삼섭 교수는 또 ‘중증장애인의 직업재활을 위한 제언’이란 글에서 중증장애인의 직업적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장애인이 직장에서 성공적으로 직업생활을 할 수 있기 위해선 ‘장애인의 직업적 성공 요인’과 관련한 기본적인 요구에 대해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직무상 필요할 경우 감독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상대방의 질문에 답하고, 상대방이 설명하면 경청하는 인성이 필요하며 직무에 대해 읽거나 쓰는 기본적인 해독능력과 감독자가 옆에 없어도 직무를 원만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상급자나 감독자의 지시를 잘 따르고 감독자가 작업과 관련해 시정을 요구하면 지시대로 따르는 직업인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동천의 성공은 ‘차이가 차별을 넘어서 다름’이라는 상호 이해의 바탕에서 시작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상호 협력하고 실천 가능한 할 수 있는 일들을 작은 배려를 통해 하나하나씩 진전시켜 나간다면 우리 사회에서 공존 번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중증장애인에게 직업훈련과 교육, 일반고용의 기회를 하는 제공해 장애인 스스로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가지게 해 그들에게 인생 설계와 희망을 쌓게하는 사회적기업 동천의 활기찬 모습은 우리 사회의 화합과 미래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김문수 사회적기업 전문기자

김문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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