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중요한 쟁점만 따져 보아도 심각하다. 신문, 대기업, 외국자본들에게 그 동안 금기시 되었던 보도 관련 방송 영역 진출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수정 논의가 있다고는 하지만 방송사의 1인 소유지분 제한을 현행 30% 또는 33%에서 49%까지 올리는 것, 사이버 모욕죄의 신설, 공영방송법에 따른 공영방송 재편과 공영방송에 대한 통제 강화 등을 담고 있는 법안들이다.
공영방송 통제 강화 담긴 법안
우선 한나라당은 신문방송겸영을 허용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면서 신문의 방송영역 진출을 허용하겠다고 한다. 오해부터 풀자! 지금 우리나라에서 신문이 방송에 진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소수 매체에 의한 여론 지배력의 과도한 집중이 민주주의에 역행하기 때문에 신문이 보도 관련 방송영역에 진출하는 것만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보도를 하는 지상파와 보도 전문 채널을 제외한 방송 영역에는 이미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신문방송겸영금지를 합헌이라 판결하면서 신문과 방송의 결합이 여론 다양성을 위협할 위험이 상존한다면서 여론다양성의 중요성에 주목하였다.
더군다나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도 오도이다. 물론 미국을 제외한 세계의 주요국가에서 신문방송 교차소유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나라는 없다. 하지만 이들 국가가 신문방송 교차소유의 위험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예로서 영국은 시장주의자들의 압력에 방송시장을 열면서 그래도 일정한 수의 매체를 유지하고 과도한 여론지배력 집중을 막기 위해 신문 시장 점유율 20%이상 사업자의 방송 지분 소유금지라는 조항을 도입했다.
관련법 제정이 신문의 방송 진출을 열어주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은 아니다. 즉 다른 나라 정부들은 어쩔 수 없는 압력에 시장을 열어 주면서도 그 집중을 방지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더군다나 우리처럼 정부가 나서서 시장을 열어주려 하지 않았다.
우리 보수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미국에서도 시장론자들의 압력에 FCC가 2005년과 2007년 두 번에 걸쳐 겸영을 허용하려 했지만 법원과 의회가 이를 거부했다. 우리의 눈에는 이런 추세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더욱이 서구사회에서는 시장의 집중으로 인한 보도 왜곡에 대해 끊임없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것도 추세니 따라 갈 것인가?
'세계적 추세' 주장은 오도
대기업의 방송 보도 영역 진출 허용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은 전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한 경제권력이다. 언론의 감시 견제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허용하겠단다. 하기는 공영방송이 ‘정부 시책’을 반영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인식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니 가능한 사고일지 모른다. 하지만 정상적인 사고에서는 수용할 수 없다.
대기업 역시 방송산업의 꽃이라는 ‘예능 오락부문’과 케이블, 위성방송에는 이미 진출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대기업의 보도영역 진출은 경제·산업 논리가 아닌 정치적 영향력이라는 비경제논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지상 방송사의 대주주 지분한계가 30%이다. 이 정도도 사실 상 대주주의 영향력이 과도해서 견제가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있다. 그런데 오히려 이를 49%로 올리겠단다. 또 헌법재판소가 여론다양성을 위해 필요하지만 합병이 생존에 유리한 작은 신문들까지 신문의 복수 소유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불합치 한다니까, 모든 신문의 복수 소유를 허용하겠단다. 정부 여당의 눈에는 언론은 없고, 산업만 있는 모양이다.
강자인 소수 언로 보장?
공영방송법안은 80% 이상의 공적 재원을 충족해야 공영방송이라는 규정과 국회의 예산 통제권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공적재원 비율을 충족하기 어려운 MBC를 민영화해서 대기업, 신문의 진출 영역을 확보해주고, 남은 공영방송의 돈줄을 장악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신문·방송관련 법안을 요약하면 공공성을 포기하고 공공성 영역을 신문과 재벌에 팔아넘기겠다는 뜻이다. 약자인 다수의 다양한 목소리보다는 강자인 소수의 언로를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최후의 방점을 찍는 것이 언론재편 이후 그나마 다양한 목소리를 낼 누리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사이버 모욕죄’이다. 이 정권은 민주주의를 근본부터 파괴하고자 한다. 우리의 선택은 거부 밖에 없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 교수
김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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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후보 “조금만 더 도와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