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지식인’ 명단 공개를

[강상헌 칼럼] 강상헌l승인2008.12.2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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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잇따라 대운하와 관련된 걱정을 토로한다. 최근 접한 우려의 목소리로 글을 연다.

“인류의 개발 드라이브에 심각한 반성이 필요하다. ‘머리 좋은 개망나니’(현재의 인류)가 조상과 후손 집까지 말아먹으려는 격이다. 특히 물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된다. 물은 식량 에너지와 함께 우리에게 닥쳐오는 재앙의 원인이자 결과다. 대운하는 이를테면 설상가상일 뿐.”(생태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근 희망제작소 주최 강연)

“한국서 뉴딜한다고 하는데 대운하가 나올까 걱정이다. 뉴딜은 제도를 바꾸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지, 대규모 토목공사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고, 환경적으로도 맞지 않는 대운하에 들어갈 돈은 연구와 개발 등 소프트파워 신장에 써야한다.”(경제학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뉴욕 초청강연 관련 보도)

“홍수 막고 좋은 식수 위해 정비한 강이라면, 나중에 온 국민이 원해도 뱃길로 둔갑 못한다. 공학적,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애초부터 국민을 속였다는 증거다. 누가 (정비와 운하가 동질이라는) 그런 어리석은 아이디어를 대통령에게 건의했는지 모르겠지만, 국민 모욕에 나라 망신이다.”(재독일 임혜지 공학박사, 한겨레신문 기고문)

대운하와 4대강 정비는 무관?

‘대운하와 4대강 정비사업은 무관하다’고 하면서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정비해 놓고 국민이 원하면 대운하를 하지 않을 수도 없지 않겠느냐 하는 ‘꼼수’식 발언도 나왔다. “정비면 어떻고, 운하면 어떠냐”는 말은 이명박 대통령의 육성이다. 당당하지 못한 것을 비웃어주고 지나칠 수 있을 만큼 사안이 가볍지 않은 것이 진짜 문제다.

대운하 병에 걸린 듯한 이들이 쏘아올린 이런 ‘말풍선’들은 권력에 맹종하는 이들에게 ‘이젠 일어날 때가 되었노라’하는 뜻을 보내는 신호탄이며 동시에 대 국민 협박이다. ‘기정사실화’를 노린 포석, 대운하 추진을 위해 ‘충분조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민이 원한다’고 주장할 꼬투리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반대론자들’과 ‘대다수 선량한 국민들’을 편 가르는 ‘작업’도 시작할 것인가? 독재정권 때 이미 신물 나게 봤다.

최재천 교수는 “재앙을 막는 것만도 역부족일 판에 도리어 돈 써서 재앙을 부르려고 한다. 언론은 이런 상황의 본질과 생태적 의미를 아는가?”라며 기자에게 되물었다. 자연을 약탈하는 현대농업이 재앙을 부르는 요소 중 하나라는 사실을 얘기하는 강연의 자리였다. 그는 식량 에너지 물의 부족과 관련한 각국의 현상과 우리나라의 심각한 상황을 설명했다.

정운찬 전 총장의 걱정스런 발언 중에서는 우선순위 또는 기회비용의 개념을 원용한 대목이 주로 보도됐다. 대운하를 강행할 의도가 없다면 정부가 소위 4대강 정비사업에 이렇게 ‘특별히 많은’ 예산을 배정하고, 이를 통과시키고자 여당이 갖은 봉욕(逢辱)을 마다하지 않을 까닭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임혜지 박사는 “먹을 물을 대는 강과 배가 다닐 강은 당초 다르기 때문에 공사도 다르다.”며 되살아난 대운하 망령을 따진다. “백성이 마시는 강물에 배를 띄우겠다니 가당키나 한 일이냐?”는 고함이다. 그는 4대강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학자 등 전문가의 이름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국가의 흥망성쇠와 자자손손에 영향을 미치는 ‘대공사’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이라면, 명예를 걸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후손의 것 훔치는 '약탈행위'

대운하의 효과가 없거나 심히 의심스럽다는 분석, 후손의 것을 훔치는 부끄러운 반 문명적 약탈행위라는 지적은 이미 많다.

최근 다시 논란이 일자 ‘일부러 재앙을 부르기냐?’라고 저어하는 생태학자의 고언도 실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뉴딜의 설정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경제학자의 중대한 지적은 나라 모두가 귀담아 들어야 할 중대사다. 운하 많은 독일의 상황을 잘 아는 임 박사의 추궁이 더해졌다. 더 어떤 말과 논리가 필요한가? 귀를 막고자 함인가?

“잘못은 백번 천번 지적해야 학자다. 소용이 없더라도 이를 고치는 일을 포기하면 안된다. 진실을 왜곡하는 사람과 진실을 말하기를 포기하는 사람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임 박사는 말한다. 천둥소리다. 필자의 견해로는, 이 세 분이 선비다. 이 천둥이 오늘날 한국의 견위수명(見危授命)이다.


강상헌 논설위원

강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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