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와 예수와 이소선

책으로 보는 눈 [71] 최종규l승인2009.01.0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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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라고 하여 스승이 걸어갈 참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 이야기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글날’이라고 하여 우리가 늘 쓰는 말과 글을 어떻게 추스르거나 가꾸면 좋은가 하는 이야기를 듣거나 얻기란 수월하지 않습니다. ‘농업인날’이라고 하여 농사짓는 사람들 권리와 뜻을 제대로 새기는 일을 들은 적이 없었다고 느끼며, ‘국제인권선언날’이라고 하여 나라 안팎에 사람된 권리를 알뜰히 누리거나 펼치도록 이 나라가 무엇을 했는지 알 길이 없었다고 느낍니다.

일하는 사람을 짓누르고자 세운 어용 노동조합을 세운 날에 맞추어 박정희 독재자가 마련했던 ‘근로자의 날’이 사라지고 5월 1일 ‘노동절’을 받아들이되 ‘노동절’이 아닌 ‘근로자의 날’로 이름을 살짝 갈아치우면서 달력에 적고 있는 오늘날, 일하는 사람 참 권리와 대접이 이루어진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부처님오신날’과 ‘예수님나신날’에도 다르지 않습니다. 나라가 들썩들썩할 만큼 크고 작은 잔치가 가득할 뿐더러, 신문과 방송과 인터넷 모두 이러저러한 얘기로 넘치고 있는데 정작 거룩한 어른인 부처와 예수를 왜 어떻게 누가 언제 누구하고 기리며 모시면 좋은가 하는 이야기를 터럭만큼이나마 찾아보는 일이란 몹시 힘들고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왜 거룩하고 어떻게 거룩하며 누가 거룩하고 언제 어느 곳에서 거룩했으며 누구와 어깨동무를 하면서 거룩함을 기려야 하는가를 헤아리지 않습니다.

나무 다루는 일을 했던 예수는 서른셋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야 했는데, 이분은 태어나서 숨을 거두는 날까지 따순 밥그릇 한 번 받아 본 적이 없는 줄 압니다. 오늘 아침 <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후마니타스, 2008)라는 책을 다 읽으면서 한숨을 쉬는데 ‘어머니 이소선’으로 떠올리는 그이 아들인 전태일 님 또한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배불리 먹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예수맞이 케익과 선물’이 물결치고 사람마다 즐거이 주고받는 남녘땅입니다. 155마일에 걸쳐 쇠가시그물을 이어서 마주하고 있는 북녘땅에는 예수님 사랑이든 믿음이든 펼쳐지지 못한다고 하지만 이보다도 밥 한 그릇 따숩게 베풀어지지 못합니다. 북녘도 남녘 못지않는 독재자가 있어서 그렇다고는 하나 독재자가 있던 남녘땅에서 우리끼리 어깨동무하면서 밥 한 그릇 못 나누면서 살았느냐 헤아려 보면 정치야 이러하건 저러하건 우리들 낮은자리 사람들끼리 손잡고 밥사발 함께 나누어야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예수님을 따른다는 사람은 몹시 많습니다. 이 가운데 예수님과 마찬가지로 ‘거룩한 분’으로 모셔지는 이는 몹시 드뭅니다. 몇 안 되는 거룩한 분 가운데 ‘샤를르 드 푸코’라는 님이 있습니다. 돈과 이름과 힘 모두를 누리면서 멋대로 놀던 어느 날 깨우침을 받고 돈과 이름과 힘 모두를 내놓고 스스로 가난한 길을 걸었는데, 예수님이나 예수님 따르는 분이나 ‘가난하지’ 않고서야 거룩해질 수 없습니다. 마음이 가난해야 비로소 믿음이 보입니다. 그리고 가슴이 가난하고 머리가 가난해야 비로소 책 하나 손에 쥘 수 있습니다. 그 책이 거룩한 말씀을 모았든(성경), ‘일하고 싸우다 죽은 전태일’ 어머님 말씀을 모았든.


최종규 1인 잡지 <우리 말과 헌책방> 내는 사람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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