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가 심화되면 서민들의 생활이 더욱 고통스러워질 것이다. 노후 대비나 자녀 결혼 때 전세금이라도 대줄 생각으로 펀드에 가입한 보통 서민들의 문제가 심각하다. 조금 모은 돈을 펀드에 넣었다가 절반 이상을 날려버린 이들은 속으로만 앓고 어디에다 대고 하소연하지도 못한다. 무리하게 펀드 권유를 한 금융기관에도 책임이 있지만,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 자신에게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벌거벗은 자본주의의 피해자
그러나 이들은 벌거벗은 자본주의체제와 경제위기의 피해자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재테크가 노후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고들 했다. 수명은 연장되는데, 은행예금 이자율은 낮으니 은행예금으로는 생활을 하기 어렵게 되었다. 더구나 노후보장을 위한 정부의 사회보장은 너무나 빈약하다.
재테크를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부동산투자와 주식투자가 그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은 초기자본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보통 서민의 입장에서는 요원한 길이다. 그래서 주식이 재테크의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대두되었다. 개인계좌수는 2005년 968만개에서 2007년 10월 현재 2087만개로 늘어났다. 가구도 1641만 가구에 이른다. 일부 빈곤층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가구가 주식투자 계좌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서민에게까지 퍼진 펀드 열풍은 빈약한 사회보장과 노후 불안심리를 배경으로 조성된 것이다.
양산되고 있는 청년실업자들도 체제와 경제위기의 피해자들이다. 외환위기후 양극화가 심화되자 너도나도 좋은 정규직 직장을 얻으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고교졸업후 대학진학율이 1995년 50%, 2000년 65%에서 2007년에는 83%로 높아졌다. 대학졸업자의 적어도 절반 이상은 하향취업 내지 장기간의 취업준비(실질적 실업)의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실업자가 된 이들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서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세 가지가 있다. 먼저 시장에서 벌어서 사는 방법, 두 번째로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도움 받아 사는 방법, 세 번째가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사는 방법이다.
그러나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재테크와 대학졸업 후 좋은 일자리 얻기라는 길은 막혀버렸다. 그리고 부모들도 성인이 된 자녀들의 생활을 더 이상 보장하기 어렵게 되었다. 실제로 대학등록금이 많이 인상되었는데 상당수 부모들은 이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자녀가 졸업후 취직하여 갚는 조건으로 학자금을 융자받거나 학생이 휴학하면서 등록금을 벌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정부에게 요구할 때가 됐다. 무엇을? ‘국민들의 삶을 책임지라는 것’ 말이다. 주가 폭락으로 노후가 막연해진 서민들은 “내 돈 돌리도!”라고 요구해야 한다. 기초노령연금을 확충하고 빈곤층, 저소득층에게 주거보조금 지급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보장 확충이야말로 주가 폭락으로 사라진 내 돈을 제대로 돌려받는 유일한 방법이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실업자가 된 청년실업자들은 고용안정센터나 노동부, 재경부 앞에 가서 외쳐야 한다. “실업수당을 지급하라”라고.
"실업수당을 지급하라"
그러면 여기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은? 부동산과 주식시장 활황과정에서 돈을 벌어들인 자산가들이 있다. 펀드 열풍과정에서 거액의 보수를 받은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있다. 이들로부터 세금을 거두면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것이다.
소득 재분배로 사회보장을 확충하는 것은 소비 진작을 가져다줌으로 경기회복책도 된다. 또한 사회보장 확립은 경제위기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은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저리로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주택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독일은 서민을 직접 지원하는 주거보조금과 지대 통제를 통해 주거문제를 해결했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서민들이 길거리로 쫓겨나고 심각한 금융위기가 발생했지만, 독일은 이같은 주택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다.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사회과학연구원장
장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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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