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반환협상 '굴욕'-'졸속'

6천억원 정화비용 국민이 떠안을 판 이향미l승인2007.07.0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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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책임 규명…SOFA 개정해야

정부가 미군기지를 반환받으면서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무효’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달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동안 ‘주한미군 반환기지 환경치유’에 관한 청문회에서 SOFA 환경분과위원장의 증언과 외교부 비공개문서 등에 따라 정부의 반환기지 협상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청문회는 미군기지 반환 협상과정의 절차와 오염치유 비용 등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졌다.

◇미군기지의 심각한 오염 실태= 청문회에 앞서 환노위 소속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환경조사단은 지난 달 15일 파주 캠프 에드워드를 비롯한 미군기지 3곳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들 기지는 미국측에 의해 바이오슬러핑(진공을 가하여 지하수 상품의 부유기름을 추출정으로 유도하여 회수 처리하는 방법)을 실시했던 곳으로 오염치유를 확인도 하지 않고 지난 달 1일자로 돌려받은 곳이다. 현장조사에서 의원들은 반환기지 내 지하수가 1미터 넘게 기름띠를 형성, 뽑아올린 기름에 불을 붙이자 불기둥이 형성될 정도로 지하수가 심각하게 오염된 현장을 확인한 바 있다.

첫날 국방부에 대한 청문회에서 우원식 무소속 의원은 에드워드 기지에 대한 오염 현장을 접하며 소감이 어땠는지에 대해 윤광웅 전 국방장관에게 묻자 윤 전 장관은 “그것을 본 적이 없고 이 자리에서 그 사실을 알게됐다”고 답했다. 제종길 무소속 의원이 현장에서 채취한 기름으로 오염된 지하수 샘플을 윤 전 장관에게 직접 건네며 확인시키자 청문회장은 긴장감으로 휩싸였다.

녹색연합
국회 환노위 의원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파주 에드워드 기지에서 반환 미군기지 청문회에 앞서 현장조사를 실시, 지하수에서 1m가 넘는 기름층을 확인했다.

◇ 국방부로 주도권 넘어간 배경= 이날 청문회에서는 SOFA에 따른 기지 반환 절차에 따라 SOFA 환경분과위원회(부처: 환경부)에서 ‘치유 수준 협의’를 해야하지만 국방부가 주도하는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 안건으로 상정된 후 SOFA 절차가 무시된 사실이 드러났다.

2005년 6월부터 9월까지 SOFA 환경분과위원회에서 미군기지 반환협상이 진행됐으나 환경오염 치유 수준에 대한 한미 양측의 이견으로 협상이 난관에 부딪치자 정부는 실무급 차원의 협상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그보다 격이 높은 SPI회의로 의제를 상정했다.

양측의 이견은 환경부는 우리나라 환경기준에 맞게 치유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미측은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이 없어 치유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 대상 청문회에서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SOFA에도 환경분과위원회보다 격이 높은 합동위원회가 있는데, 그 방법은 고려되지 않고, 미군기지 반환협상 채널이 SOFA 환경분과위원회에서 SPI로 넘어간 것은 사실상 우리 정부내 협상 주도권이 환경부에서 국방부로 넘어간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하며 “국방부는 협상 실패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SOFA 규정 무엇을 어겼나= 특히 기지반환은 SOFA ‘환경정보 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A'에 따른 것으로 환경조사 실시에서 반환승인에 이르기까지 총 7단계를 거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실제 협상과정에서 중간 단계를 건너뛴 사실이 이번 청문회에서 낱낱이 밝혀졌다.

우원식 의원은 “미측은 지난 해 7월 14일 9차 SPI에서 실질적인 반환절차 종료를 의미하는 ‘반환 합의건의문’을 우리측에 제출해 반환 절차의 초기 단계인 ‘환경치유 기준 방법에 대한 합의’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9차 SPI는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14일 국방&외교&환경부는 3개 부처 합동 브리핑을 통해 ‘15개 미군기지 반환에 합의했다’고 거짓으로 발표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19개 기지의 열쇠를 넘겨 받았다. 미군기지 오염치유에 대한 한미간의 합의가 없었는데도 마치 합의가 이뤄진 것처럼 한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우원식 의원은 26일 외교통상부 청문회에서 지난해 10월 17일 외교부가 SOFA 시설구역 분과위, 환경분과위 등에 보낸 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제9차 SPI 회의시 미측이 전달한 반환 합의건의문 초안에 대해 그건 SOFA 시설분과위에서 협의를 시도했으나 미측은 건의문 초안을 일절 수정할 수 없다고 주장함에 따라 진전을 볼 수 없었다”며 “제9차 SPI 회의시 합의 사항을 SOFA 반환 절차에 따라 이행하기 위해 우리측 합의 건의문(안)을 작성해 미측에 전달하고자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달 25일부터 26일까지 '반환 미군기지 환경치유'에 관한 청문회를 열었다. 사진은 우원식 의원의 질의 장면.

또한 25일 환경부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김학주 전 소파환경분과위원회 한국측 위원장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학주 전 과장은 “제9차 SPI는 결렬됐다, 본인은 참여하지도 않은 모처에서 합의됐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고 답변한 것이다.

SOFA 환경조항 신설을 두고 자화자찬 했던 정부가 환경정화 협상에서 미측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결과로, 미군기지를 정화없이 반환받은 것이다.

◇미군기지 오염 정화 비용 천차만별= 반환된 미군기지 28개 가운데 오염된 23개 기지를 치유하는 데 최소 276억원에서 1천197억원의 비용이 들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5일 청문회에서 국방부가 “환경조사기관의 판단을 기초로 우리측 SOFA 환경분과위가 추정한 금액”이라고 발표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행 토양환경보전법은 사람의 건강이나 재산, 동&식물의 생육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토양오염 정도를 ‘가’, ‘나’ 지역으로 구분해 ‘가’지역은 전,답, 과수원, 학교용지, 임야 수준이며 ‘나’ 지역은 공장용지, 도로, 철도용지 및 잡종지에 해당한다. 따라서 ‘나’ 지역 수준으로 정화할 경우 276억원, ‘가’지역으로 정화하려면 1천197억원이 소요될 것이란 추산이다. 환경부 역시 1천200억원을 추산했다.

이에 반해 환노위 환경오염 전문가로 위촉된 강원대 지질학과 이진용 교수는 청문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23개 반환기지 오염토양 정화비용은 2천억원 이상, 오염지하수 정화비용은 4천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또 단병호 의원은 “66개 미군기지 중 현재 반환이 완료된 기지는 31개로 절반 가까이 되지만 반환면적으로는 전체 5천167만평 중에서 224만평으로 고작 4%에 불과해 반환기지 전체면적에 대한 환경오염 치유 비용은 최소 15조원으로 추정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장수 국방장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23개 기지의 오염치유 비용을 우리 정부가 떠앉게 된 배경을 묻는 질의에 대해 “협상이 워낙 평행선을 달려 시간을 더 끌어봐야 갈등만 야기할 뿐 한미 동맹에 이롭지 않다고 판단해 환경부 장관과 협의해 결단한 것”이라고 답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반환미군기지환경정화재협상촉구를위한 긴급행동은 26일 논평을 통해 “‘한미동맹’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으로 또 다시 정부가 미국 측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했을 뿐아니라 한미 양국이 필요할 때면 언제나 내세우는 SOFA 절차조차 반환기지 협상과정에서 철저히 무시됐음이 드러났다”며 정부의 협상태도를 규탄하고 국회가 철저히 책임을 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이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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