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잣대’의 완결판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9.01.1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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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외국 신문과 방송을 보면서 참으로 놀랐다. 서로 뒤엉켜 심한 몸싸움을 벌이는 우리 국회 사진들이 일제히 보도됐다. 더 충격받은 것은 '국회에서의 폭력은 한국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고 한국 특유의 거친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기사내용이었다. 어떻게 이룬 민주주의인데 이렇게 국제적인 경멸의 대상이 되다니, 회의실 문을 부수는 해머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때리고 제 머리와 가슴을 때리는 것 같이 아팠다.”

대통령의 민주주의 사랑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KBS 라디오를 통한 주례연설에서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외국의 신문과 방송이 국회의 몸싸움을 보도한 데 대해 ‘국제적인 경멸의 대상’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국제적인 비난여론과 경멸, 조소도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듣는 것 모양이다.

지난해 촛불시위를 조사한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경찰의 강제진압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냈다. IFJ(국제기자연맹)도 YTN 낙하산 사장 반대운동을 벌이다 해직된 기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여론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를 귓전으로 흘려버린 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인터넷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던 미네르바가 구속된 뒤 이명박 정부는 외국 언론에서 집중적인 포화를 맞고 있다. 로이터통신, 파이낸셜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 세계 유수 언론들이 이 사건을 조롱했다. 미국의 경제 전문잡지 포브스도 비판대열에 가세했다. 특히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국 정부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강경 대응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미네르바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미네르바의 체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자 한국 인터넷의 미래에 나쁜 징후를 예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네르바 구속, 세계적 웃음거리

이처럼 미네르바의 구속은 세계적인 웃음거리이다. 국회의 몸싸움 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할 것도 없다. 특히 IT 강국이라는 한국에서 인터넷을 통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데 대해 세계의 언론들이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고 해서 누리꾼을 구속한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경제정책의 실패를 누리꾼 1명에게 뒤집어 씌우고 자신들은 책임을 모면해 보려는 꼼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이 내세운 미네르바 범죄사실의 핵심은 “정부가 달러 매수 금지 명령을 내렸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20억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고를 손해보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시중은행에 달러매수 자제 협조요청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외환보유고의 손해가 과연 미네르바 때문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됐다.

미네르바가 구속되자 인터넷에서는 “취임하면 주가가 3천까지 갈 것”이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이를 믿고 투자한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환율과 물가 폭등, 주가 폭락으로 엄청난 손해를 끼친 이명박 대통령을 구속해야 한다는 여론도 확산됐다. 이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나온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발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대통령은 재임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기 때문에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수많은 '브이'(V) 나올 것"

미네르바가 구속된 뒤 인터넷에서는 미네르바라는 필명의 글이 수 백건씩 올라왔다. 누리꾼은 ‘미네르바 데이’를 정해 아이디를 미네르바로 바꾼 뒤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항의했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수많은 브이(V)들이 가면을 쓰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듯이 이들은 ‘내가 미네르바요’ ‘나를 잡아 가시요’라고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이명박 대통령의 말대로 어떻게 이룬 민주주의인데 이렇게 국제적인 경멸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이 대통령은 다음 주례연설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미네르바에 대한 언급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어도 자신에 불리한 내용은 없었던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중 잣대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시중에는 ‘백수가 만수보다 낫다’라는 말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애지중지하는 강만수 장관에 대한 비아냥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수많은 비판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은 좌파로 몰아붙이고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은 철창 속에 가둔다. 그러면 경제가 살아나고 모든 국민이 잘 살게 될 것인가.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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