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최정점’ 양승태는 ‘유죄’다

참여연대l승인2023.09.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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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식구 감싸기’ 판결 이어온 법원, 엄정 판결로 사법신뢰 회복해야

재판부, 사법농단의 위헌·위법성 분명히 선언해야

9/15(금),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의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5-1부 재판장 이종민, 임정택, 민소영 부장판사) 심리가 종결됐다. 검찰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7년, 5년, 4년을 각각 구형했고, 재판부는 12월 22일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피고인 측의 노골적인 재판 지연 전략과 재판부의 방조로 지연을 거듭해 온 1심은 검찰의 기소 후 4년 7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끝을 보이고 있다.

사법농단 사태는 제왕적 대법원장 권력을 바탕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하거나 개별 법관들을 사찰하고, 학회를 해산하거나 인사불이익을 시도하고, 판결의 배당이나 판결문 수정에 관여하고, 판결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등 헌법이 보장한 개별 법관과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위헌적이고 조직적인 범죄였다. 재판부는 과거 법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 판결에서 벗어나 사법농단 사태의 최종 책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 고영한 전 대법관을 반드시 엄중히 처벌하고, 법원의 판결로 사법농단의 위헌성을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

피고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강제징용,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소송 등 재판에 개입하고 법원행정처 정책에 반대한 법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가하는 등 47개에 달하는 혐의를 받는 사법농단 범죄의 최정점이다. 양승태 대법원에서 법원행정처장을 지내어 깊게 관여해 함께 기소된 박병대 · 고영환 전 대법관 또한 재판개입과 특정 법관에 대한 인사 불이익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사법농단 사태의 공동 책임자다.

사법농단 당시 실무 책임자로 재판에 개입한 사실이 밝혀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속상관으로서 공모한 정황이 구속영장과 공소장에 명시되기도 했다. 만천하에 드러난 실태에도 불구하고 기소된 법관들은 ‘관행’을 운운하며 반성을 거부했다. 더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측은 다양한 재판 지연 수단을 동원하며 선고를 질질 끌었다. 그 결과 1심 공판만 무려 4년하고도 6개월여가 걸렸다. 사법농단 책임자로서의 반성보다 법 지식을 활용한 자기 보호에만 천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한편 법원 역시 사법농단 대처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사법농단 관여 법관들은 소수를 제외하고 줄줄이 납득하기 어려운 법리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기소된 14명의 법관 중 6명에게 무죄 판결이 확정됐고, 유일하게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이민걸, 이규진 판사마저 2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사법농단에 관여했으나 형사처벌을 면했던 법관들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도 이어졌다. 검찰이 법원에 통보한 66명의 ‘사법농단 비위 법관’ 중 징계위에 회부된 법관은 10명 뿐으로, 각각 감봉 6개월·견책·무혐의 처분된 3명(신광렬 · 조의연 · 성창호)을 제외하고는 법관의 명단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법원은 형사재판 뿐 아니라 진상규명에서도 소극적이었다. 2018년 6월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관련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법원행정처는 자료 제출에 협조적이지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청구한 관련 압수수색영장은 약 90% 가량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한 법원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이번 양승태·박병대·고영환의 1심에서 엄중한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현재 국회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이균용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가 인사검증 중에 있다.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사태가 처음 드러난 지 6년이 지나고 대법원장까지 바뀌게 되었음에도 사법적 단죄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더구나 법관과 재판의 독립을 조직적으로 침해한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재발 방지를 위한 사법행정개혁은 미미한 수준이다.

늦었더라도 사법농단 사태 최종 책임자들에 대한 엄정한 판결을 내리고, 이를 무너진 사법 신뢰를 회복할 신호탄으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법원의 판결로 헌법이 보장한 법관과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사법농단은 위헌이자 위법이고, 다시는 재발되어선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선언해야 한다.

(2023년 9월 24일)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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