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저녁 8시 서울 홍대 앞 클럽 ‘타’에선 ‘당찬 여성들의 공연 예술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이 행사는 평소 한국여성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을 비롯해 여러 여성단체에서 활발한 자원활동을 해오던 외국인 활동가 안젤라 라이틀 씨(캐나다)와 레베카 캔트 씨가 중심이 돼 준비한 행사다. 집시밴드 ‘오르겔탄츠’,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일부 등이 무대에 올랐다. 수익금은 여성연합에 기부된다.
한국 여성인권운동을 돕는 외국인 자원활동가라는 다소 낯선 명함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어떤 취지로 이번 행사를 준비하게 된 것일까. 이들 중 국내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여성연합과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안젤라 씨(사진)를 지난 15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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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 씨는 행사 취지를 크게 두가지 이유에서 설명했다. “먼저 정부의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재정적으로 여성연합을 돕고 싶었고, 한국에서 여성 예술인들이 잘 알려지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 다양한 여성 예술인들의 무대를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여러 시민단체와 인연이 닿으면서 단체에 어려운 사정을 잘 알게 되었다며 본인이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돕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행사준비는 만만치 않았다.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언어 문제였다. 장소를 알아보고 한국 예술가들과 연락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였다. 하지만 대부분 흔쾌히 수락해줘서 고마웠다고 그녀는 전했다. “많은 외국인들의 한국 인권과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참여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행사들을 통해 외국인들도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 좋았어요.”
여성운동판의 글로벌 활동가
안젤라 씨는 지난 2001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1년 6개월 정도 한국에 머물면서 일본 위안부 피해 여성들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다시 캐나다로 건너가 대학원을 마치고 돌아와 서울대 영어강사를 하고 있다.
“영어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 이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사안에 대해 알아가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한국의 여성문제는 곧 세계 여성인권과 큰 연관이 있기 때문이죠.” 그녀의 전공은 여성인권교육이다.
그녀는 국제여권실행감시(IWRAW)에서 UN에 의해 채택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제거를 위해 만들어진 협약’(CEDAW)이 잘 실행되는지 감시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이 활동을 통해 여성연합의 보고서를 받아봤고, 이 인연으로 현재 여성연합에서 활동하게 된 것이다. 또한 한국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영어를 배우기 힘든 환경임을 알고 활동가들이 영어를 필요로 할 때 기꺼이 도움을 주고 있다.
여성단체 활동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때를 그녀는 지난해 ‘3.8 세계여성의 날’ 행사로 꼽았다. 외국인 여성이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여성연합의 도움으로 행사를 즐길 수 있었다고 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 집회’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세계와 소통할 운동역량을
“한국이 아직 실질적 민주주의를 이룩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회 변화를 위해 헌신하는 시민단체가 많은 것이 인상 깊습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국내 시민단체들이 더 많이 노력하고 앞장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녀는 말했다.
세계 시민사회와의 소통과 연대 부족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영어 구사 능력을 갖춘 활동가가 부족하고, 영어 웹사이트는 전무한 실정인 점도 안타깝다. 한국에서 일어난 촛불집회와 같은 ‘놀라운 일들’이 외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두말할 나위없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한국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위로의 인사를 건냈다. “현 정부와 소통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힘들고 동기를 잃기 쉬운데,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인권은 교육이 참 중요해요. 시민단체에서 일반시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에도 힘 써줬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다음 달 한국을 떠난다. 한국을 떠난 후에도 어디서든 한국 인권문제에 끊임없는 관심을 갖겠다고 전했다. 한국 민주주의를 함께 고민하는 ‘동지’의 모습이었다.
이민하 인턴기자
이민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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