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인운하 경제성 분석이 잘못됐다는 지적에 이어 경인운하의 물동량 추정도 왜곡됐다는 보도는 충격 그 자체다. 경제성도 없고 물동량 추정도 오류라면 이는 정말 큰 문제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KDI에 2008년 8월 의뢰한 ‘경인운하사업 수요예측재조사, 타당성 재조사 및 적격성조사’를 발표한 것을 분석한 시민단체의 의견을 보면 도대체 이명박 정부의 ‘녹색뉴딜’ 정책이 무엇인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KDI는 경인운하 물동량 분석을 위해서 로짓 모형을 사용했다지만 실제로 어떤 조사를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이번 연구결과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신빙성을 얻는다.

시민사회는 나아가 만약 한반도 운하에 대한 수요조사를 활용 변형하고 KDI가 하지도 않은 다른 기관의 연구 내용을 인용해 모형에 적용했다면 이 부분이야말로 연구의 기본을 훼손한 것이라고 따지고 있다. 연구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행위로 간주돼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경인운하의 경제성을 분석한 KDI의 보고서는 정부에 불리한 것은 주관적이라고 빼고, 정책적 변수와 같이 유리한 것은 적극 채택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국토해양부는 경인운하는 경제성이 있는 만큼 해야만 한다는 ‘공식’에 짜 맞추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원칙과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거기에 맞는 논리와 근거를 찾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보면 새해 초 국토해양부가 말한 ‘민자 사업이 경제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금 조달의 어려움 때문에 국가사업’으로 진행한다는 해명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KDI 보고서는 또 경인운하를 이용할 컨테이너 물동량을 93만TEU로 산정했다. 하지만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이는 실제로 존재해야 가능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KDI가 현실성도 없는 컨테이너 물동량을 경제성 분석에 포함시킨 것은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경제성을 부풀리기 위한 조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지난 5일 국토해양부 사업계획서에도 겸용바지선이 부산과 김포를 오고가며, 그 운임을 TEU당 6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일반선박으로 운행하던 부산-인천의 연안해운이 화주들의 외면으로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KDI는 건조비가 5배나 높은 겸용바지선을 투입해 인천에서 김포로 18km를 늘리면 TEU당 6만원의 운임이 절감된다는 보고서를 내놓는 등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항비용 절감과 하역비용 절감 편익의 경우도 과장되게 책정되어 있다는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도 주목해야 한다. KDI는 이번 경제적 타당성에서 편익 산정과 관련, 재항비용과 하역 절감편익이 각각 2천258억과 2천611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인근 인천항 등의 시설이 포화 상태가 될 경우 인천터미널을 이용할 것이란 가정에 따른 예측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와함께 1천만 톤 이상의 해사 물동량 가정이 타당성, 재무성 분석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제 정부는 경인운하 사업을 밀어붙이기 이전에 경제성이 없다는 것과 민간투자유치포기, 그리고 이러한 거짓보고가 난무한 상황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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