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평화구축·대화외교 재확인

기획-오바마 시대, 무엇을 말하는가:(7)오바마와 미국의 세계적 역할 김민웅l승인2009.01.29 12:05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품격’국가 재도전

연재순서

1. 오바마 플랜
2. 오바마와 미 헌법, 미국 민주주의
3. 오바마와 미국 정치
4. 오바마와 경제
5. 오바마와 노동, 복지
6. 오바마와 신앙
7. 오바마와 미국의 세계적 역할
8. 오바마 그리고 미국 역사의 변화
9. 오바마와 우리의 관계
10. 오바마 모델과 진보세력의 미래

오마바 미 대통령이 취임 다음날 한 최초의 결정은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명령서에 서명하는 일이었다. 지난 8년간 부시정권의 국제적 폭력을 압축하는 현장 관타나모 수용소를 문 닫게 하는 것은 그야말로 오바마 시대가 부시와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분명하게 선포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단지 인권유린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국 대외정책의 군사적 일방주의와 패권체제의 야만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첫 작업은 세계적 진로의 변화에 새로운 희망을 주는 매우 소중한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간 관타나모 수용소의 인권유린과 위헌논쟁은 그치지 않았고, 오바마 자신도 자신의 자서전 <희망의 담대함>에서 이 문제를 즉각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일이다. 사실 오바마의 취임을 앞두고 일부에서는 오바마의 진보적 노선이 현실정치에서 일정한 수정을 겪고 본래의 입장에서 이탈하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와 예상이 있어왔다. 하지만 이번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 결정 명령서 서명은 그러한 우려를 씻는 동시에, 대외정책의 기조변화에 오바마가 단호한 태도를 취할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오바마의 미국이 미국의 세계적 역할을 축소하고 수세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그는 미국의 일방적 패권주의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그와 동시에 미국의 세계적 역할이 그 내용과 성격, 방식이 달라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가 그의 취임사 말미에 “이제 미국은 다시한번 세계적 지도력을 발휘해나갈 것이다”라고 강조하고 나선 것은 바로 그러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지도력은 지난 시기처럼 물리적 우위로 일방주의를 관철하거나 인권을 유린하고 전쟁을 확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평화를 구축하는 대화외교를 펼쳐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는 미국이 세계적 존경을 받게 되는 바탕이란 군사력이 아니라 도덕적 우위, 민주적 가치, 자유 등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세계적 역할이란 바로 이러한 가치가 보편적 가치로 전 인류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 있다고 하겠다.

오바마 시대에 새롭게 건설될 미국의 세계적 위상이란, 이러한 까닭에 그 방점이 미국에 대한 존경의 회복, 즉 ‘품격’(dignity) 있는 외교, 인류사적 공동과제를 함께 풀어가는 국제적 협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이렇게 세계적 역할을 해나가면 세계는 보다 안전하고 평화로우며 지구촌 인류의 품격있는 삶이 이루어지는 미래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논지는 기본적으로 오바마가 미국의 역사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그는 미국의 건국 초기 이루어진 민주주의의 가치, 헌법적 기본권에 대한 존중,자유를 위한 투쟁, 민권운동의 역사에서 확립된 인권의 평등 등이 국제사회의 질서 재편의 과정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는 대단히 이상주의적 철학이고 현실정치에서 일정한 모순과 위기, 그리고 수정을 겪게 될 수 있는 가치들이다.

그러나 오바마가 민주주의의 기본권을 규정하는데 중대한 역사적 기여를 한 미국 헌법의 전문가이자 오랜 시기 시민운동의 풀뿌리 조직가로서 활동해왔다는 점들을 주목해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겠다.

다시 말해서, 오바마는 미국이 지난 8년간 일방주의적 패권체제를 유지하려다가 결국 세계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애초에 근대 민주주의 역사의 횃불처럼 치켜들어졌던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전락한 현실을 반전시켜 새로운 품위를 지닌 국가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따라서 이러한 논지의 핵심에는 ‘존경받는 미국’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오바마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품격 있는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그러한 이미지를 지니게 될 것을 희망하고 있는 셈이라고 하겠다.

따지고 보면, 이번 미국 대선만큼이나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만큼이나 세계의 진보적 시민들에게 열광적인 환호와 지지, 그리고 기대를 받고 있는 경우도 없다. 이는 지난 시기 부시 체제에 대한 역겨움과 반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바마가 그와는 다른 분명한 철학적 차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대외정책의 기조에 있어서도 다른 나라의 국제적 역할을 존중하면서 다자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제국 아메리카의 행동방식과는 다른 것이다.

이스라엘 문제 등 현실은 엄중

그렇지만 현실은 엄중하다. 아무리 오바마의 세계관이나 기대 또는 역사관이 이러할 지라도 오랜 역사적 갈등과 국제적 이해관계가 엇갈려 있는 국제현실에서 오바마의 대외정책이 얼마나 먹혀들어갈 것인지는 미지수다. 당장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은 오바마의 입장 선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개 국가 건설 지지론자인 오바마의 등장 이전에 선제공격을 취한 이스라엘을 비판하면서 중동정책을 재편하는 것은 미국의 국내정치적 역학에서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이런 문제도 두 가지 유리한 지점이 있다. 첫째, 오바마는 취임사에서 이슬람권을 명시하면서 새로운 우호관계를 구축해나갈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두 번째, 오바마에 대한 국내적-세계적 지지가 이렇게 높은 조건은 그의 외교적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한 중개자(honest broker)로서의 임무를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오바마에 반대하면서 자신의 국제적 입지를 펼쳐나갈 수 있는 나라나 세력은 존재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에서 우리 문제도 역시 이러한 기조에서 평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대화외교를 축으로 하여 평화체제를 건설하겠다는 오바마 정부의 의지는 이곳에서도 관철되어나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미 무수히 강조되고 언급되고 있는 것처럼 평화의 중개자로서 미국이 자신의 역할을 강화해나갈 때 한반도의 평화체제는 현실에 근접하게 된다.핵 문제도 바로 이러한 안보체제의 보장과 평화체체로 전환하는 과정이 이어지면 해결되는 사안이다.

갈망했던 미국의 변화 움직임

그런 점에서 이제 오바마 정부의 등장은 미국의 세계적 역할의 변화와 함께 우리로서도 너무나 귀중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조건과 환경을 최대한 활용해나가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시아 다자간 안보체제를 만들어가는 일이 적극적으로 구체화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오바마 시대 미국과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일이 되었다. 오늘날 이명박 정권은 이러한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반역사적 행로를 취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둘 때, 시민사회의 결집과 실천은 더더욱 중요해졌다고 하겠다.

여기에서 오해가 없어야 할 바는, 미국의 새로운 변화를 뒤따라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조건의 변화가 우리의 문제를 바로 풀어 가는데 있어서 최적의 환경과 역량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의 노력과 선택, 결정이 보다 중대해졌다는 점이다.

지나친 낙관적 환상을 가져서도 아니 되겠지만 우리가 그동안 그토록 갈망해왔던 미국의 변화가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를 포함해서 전세계 인류에게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 않을까?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본지편집주간

김민웅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민웅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