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긴 자는 조심하라?

[책 권하는 사회] 이우희l승인2009.01.2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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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몸은 좋은 마음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허영만의 ‘꼴’(위즈덤하우스)=
사람의 얼굴에는 그간의 삶이 담기기 마련이다. ‘생긴 대로 논다’는 말은 곧 생긴 대로 산다는 의미일진대, 이 상(相)을 살펴 운이나 명 따위를 가늠하는 것이 바로 관상(觀相)이다. 링컨이 지적했듯 ‘나이 마흔이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필자가 운명론을 크게 신봉하는 것은 아니다.

이따금 사주나 별점, 타로, 손금, 커피점(커피에 크림이 퍼지는 모양을 보고 하루를 점친다) 따위를 보기는 한다. 하지만 내게 유리한 해석 정도만 마음에 남기는 편인데, 관상만큼은 다르다. 책으로 익힌 몇몇 요령으로 거울에 비친 얼굴을 살피니 지난날들이 거의 들어맞는 게 아닌가! 서른 아래의 초년 시절이 왜 그리 꼬이고 고달팠는지가 이마며 주름살에 모두 드러나 있었다.

관상은 마음상만 못하고

세상이 어수선하고 삶이 혼란스럽게 느껴져 운명론에 마음이 기우는 걸까. 아직은 어설퍼서 내 얼굴만 보는 정도인데, 얼마 전 재미 삼아 한 여성의 상을 보다가 스스로도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그녀는 나이가 서른 정도로 공무원 임용을 기다리고 있었다. 코와 입 매무새, 눈언저리에서 재물 운과 눈동자에서 드러나는 여린 감성 따위를 읽을 수 있었는데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게 있었다.

해맑은 미소에 단정한 용모 등 겉으로 풍기는 이미지는 도저히 그렇지 않은데 초년의 외로움이 너무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었다. 안 좋은 쪽 이야기라 머뭇거리며 얼굴에서 드러나는 외로움에 대해 말해 주었는데,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어려서 부모 모두를 잃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관상과 관련해서 또 한 가지, 백범 김구 선생에 얽힌 일화가 있다. 백범이 열일곱 살 되던 때였다. 과거에 떨어지고 매관매직의 타락상을 본 백범은 글공부를 접고 부친의 권유에 따라 관상과 풍수를 공부하게 된다. 그런데 막상 관상 책을 구해서 파고들다 보니 정작 자신의 상은 평생 가난하고 천한 흉상(凶相)이지 않겠는가. 백범의 실망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는데 책에서 ‘상호불여신호 신호불여심호’(相好不如身好 身好不如心好)라는 구절을 발견하고 마음을 제대로 닦아 사람 노릇을 하겠다는 뜻을 세우게 된다.

그때 백범이 본 책은 관상학의 최고 매뉴얼로 통하는 <마의상서>(麻衣相書)다. 그리고 백범의 마음을 움직인 한 구절은 ‘좋은 얼굴은 좋은 몸보다 못하고, 좋은 몸은 좋은 마음에 비할 바가 못 된다’는 뜻이다. 일견 당연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는데, 대개 젊은 남성들이 이성을 보는 시각은 거의 이와는 반대다. 필자의 이상형을 보더라도 어릴 때는 예쁜 얼굴을 좇다가 서른 언저리 때에는 몸매에 더 시선이 가더니, 결혼 적령기를 한참 지난 요즘에 들어서야 겨우 마음씨를 첫 번째로 꼽는다.

마음상은 덕상만 못하다

당나라 때 마의선인이 쓴 <마의상서>에는 또 하나의 유명한 구절이 있다. ‘관상불여심상 심상불여덕상’(觀相不如心相 心相不如德相), 즉 관상은 마음상만 못하고 마음상은 덕상만 못하다는 뜻이다. 이 구절은 책을 완성한 다음에 다시 추가했다고 한다. 어느 날 마의선인이 한 젊은이의 상에서 죽음을 엿보고는 곧이곧대로 일렀다. 실의에 빠진 젊은이는 개울가에 앉아 신세를 한탄하다가, 마침 물에 떠내려가는 개미 떼를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모두 건져서 살렸다. 그리고 며칠 후 선인은 젊은이를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젊은이의 상이 귀하게 바뀌어 있더라는 이야기다.

사주나 관상, 어느 점술에서도 ‘운명’(運命)이 고정되어 있다고 보지 않는다. 글자를 풀더라도 ‘운’(運)은 움직이는 것, ‘명’(命)은 고정된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주름살이나 점 같은 것을 제거함으로써 운을 바꿀 수도 있다. 필자 또한 여윳돈이 생기면 이마 흉터를 제거하고 머리카락이 난 라인도 정리할 요량이다.

<마의상서>는 쉽게 풀어 준 책이 마땅치 않고 여타 관상학 책들도 대개 처음 몇 쪽을 넘기기가 수월치 않다. 관상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그보다는 만화가 허영만이 펴내고 있는 <꼴>(신기원 감수, 위즈덤하우스)이 쉽게 읽히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

관상은 학문으로서의 가치 외에도 처세, 실천 철학으로서의 효용성도 매우 높다. 친구를 사귀거나 사람을 쓸 때, 이러이러하게 생긴 놈을 조심할 수 있다면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한 이치다. 엊그제 오바마가 미국의 44번째 대통령에 취임했다. 얼굴 살집이 좀 모자라기는 하지만 시원한 이마에 맑고 뚜렷한 눈, 수려한 콧대를 보더라도 미국인들은 제대로 된 선택을 했음에 틀림없다.


이우희 두리미디어 편집장

이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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